한국일보

합법 이민자도 메디케어 박탈… “평생 낸 세금 날려”

2026-04-08 (수) 12: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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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트럼프 행정부 정책으로
▶ 임시보호신분 이민자 등

▶ 10만여명 보험 상실 위기
▶ 내년부터 일괄 제외 논란

합법 이민자도 메디케어 박탈… “평생 낸 세금 날려”

트럼프 행정부 정책의 여파로 합법 이민자들의 일부가 내년부터 메디케어 혜택을 상실할 처지에 놓였다. [로이터]

미국에서 합법적으로 체류하며 수십 년간 세금을 납부해 온 이민자들이 노후에 의료보험 혜택을 잃게 되면서 큰 논란이 일고 있다. 공영방송 NPR에 따르면 북가주 오클랜드에 거주하는 67세 로사 마리아 카란사는 최근 자신의 미래가 한순간에 무너질 수 있다는 불안에 시달리고 있다. 아동 발달 전문가로 30년 이상 일해온 그는 지난 24년간 메디케어와 소셜시큐리티에 수만 달러를 납부했지만, 내년부터 메디케어 혜택을 상실할 처지에 놓였다.

이 같은 상황은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지난해 서명한 ‘원 빅 뷰티풀 법안(OBBBA)’에 따른 것이다. 이 법은 임시보호신분(TPS) 보유자, 난민, 망명 신청자, 인신매매 피해자, 취업비자 소지자 등 일부 합법 체류 이민자들을 메디케어 대상에서 제외하도록 규정했다. 이에 따라 이미 메디케어에 가입돼 있던 이들조차 오는 2027년 1월4일까지 자격이 박탈될 예정이며, 약 10만 명이 영향을 받을 것으로 추산된다.

공화당 측은 재정 절감과 세금 부담 완화를 이유로 들고 있다. 실제로 연방 의회예산국(CBO)은 이번 조치로 2034년까지 약 51억 달러의 재정 절감 효과가 있을 것으로 전망했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이번 조치가 전례 없는 정책이라며 우려를 나타내고 있다. KFF의 이민자 건강정책 책임자인 드리슈티 필라이는 “의회가 특정 집단에서 메디케어를 박탈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라며 “이미 수십 년간 제도에 기여한 합법 이민자들에게 큰 타격”이라고 지적했다.


의료 공백에 대한 우려도 커지고 있다. 응급의학 전문의들은 고령층이 보험을 잃을 경우 정기 진료를 미루다 상태가 악화돼 응급실을 찾는 사례가 증가할 것이라고 경고한다. 특히 심혈관 질환과 고혈압 등 만성질환 관리가 어려워질 가능성이 높다는 지적이다. 카란사 역시 최근 고혈압 진단을 받고 응급 치료를 받은 경험이 있다. 지금까지는 메디케어 덕분에 저렴한 비용으로 치료를 받을 수 있었지만, 앞으로는 이러한 의료 접근이 크게 제한될 것으로 보인다.

문제는 연방 정책 변화에 더해 주정부 지원까지 줄어들고 있다는 점이다. 캘리포니아주는 재정 부담을 이유로 성인 이민자 대상 공공보험의 신규 가입을 중단했으며, 약 20만 명의 합법 이민자 의료 공백을 보전하지 않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이에 일부 민주당 정치인들은 주 차원의 보완책 마련을 추진하고 있지만, 재정 적자 속에서 실현 여부는 불투명하다.

카란사는 “평생을 이 나라에서 일하고 세금을 냈는데, 돌아온 것은 배제뿐”이라며 “이건 악몽과 같다”고 토로했다. 그는 현재 의료보험 상실뿐 아니라 체류신분 박탈 가능성까지 걱정해야 하는 상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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