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50채 이상 보유 기업들 대상
▶ 양도세 이연혜택 금지 추진
▶ 기관투자자 11만채 이상 보유
▶ 극심한 수급불균형 해소 주목
미 전역에서 기관투자가들의 주택 매입이 사회적 문제로 떠오른 가운데 캘리포니아 주의회가 기업의 ‘집 사재기’를 겨냥한 규제 법안을 발의했다. 대규모 주택을 보유한 기업에 대해 양도세 유예 혜택을 제한하는 것이 핵심으로, 주택 시장의 불균형이 해소될지 주목된다.
현재 캘리포니아 주의회에 발의된 이 법안(AB 1611)은 단독주택을 50채 이상 보유한 기업을 대상으로 이른바 ‘1031 교환’으로 불리는 양도세 이연(유예) 혜택을 금지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이 법안이 통과될 경우 올해 거래부터 적용되게 된다.
‘1031 교환’은 투자용 부동산을 매각한 뒤 일정 기간 내 다른 부동산을 재매입할 경우 양도세 납부를 미룰 수 있는 제도로, 그동안 기관투자가들이 공격적으로 주택을 매입하는 데 활용돼 왔다.
법안이 시행될 경우 대형 투자회사들은 기존처럼 주택을 팔고 다시 사는 방식으로 세금을 회피하기 어려워진다. 이는 사실상 기업의 주택 매입 속도를 늦추는 효과를 낳을 것으로 보인다. 특히 적용 기준일이 2026년 1월 1일로 설정돼 있어 시장에서는 ‘사실상 즉시 영향권에 들어간 정책’으로 해석하는 분위기다.
이 같은 규제 움직임은 최근 심화된 주택시장 왜곡과 맞닿아 있다. 현재 부동산 시장에서는 개인 실수요자보다 자금력이 풍부한 기관투자가들이 더 높은 가격을 제시하며 매물을 선점하는 사례가 늘고 있다. 특히 모기지 금리 상승기에도 기업들은 현금 동원력을 앞세워 시장에 진입하면서 주택 가격 상승과 접근성 악화를 동시에 초래했다는 비판을 받아왔다.
실제 통계에서도 이러한 흐름은 확인된다. 대규모 주택을 보유한 기업들이 캘리포니아에서만 약 11만채 이상의 주택을 확보한 것으로 나타났으며, ‘1031 교환’ 제도로 인해 발생하는 세수 손실도 연간 10억달러를 웃도는 것으로 추정된다. 이는 단순한 세제 문제가 아니라 주택 공급 구조 전반에 영향을 미치는 요인으로 지목된다.
다만 시장의 반응은 엇갈린다. 일부에서는 이번 조치가 기업의 투기적 매입을 억제하고 실수요자의 기회를 확대할 것으로 기대하는 반면 공급 위축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된다. 특히 민간 임대주택 공급의 상당 부분을 기업이 담당하고 있는 만큼 투자 감소가 임대료 상승으로 이어질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는 지적이다.
캘리포니아는 이미 높은 집값과 심각한 주택 부족 문제로 대표되는 지역이다. 여기에 최근에는 매도자가 매수자보다 많은 ‘수급 불균형’까지 나타나며 시장 구조가 빠르게 변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기업 규제는 주택시장의 방향성을 가늠할 주요 변수로 떠오르고 있다.
정치권에서도 이 문제는 초당적 이슈로 확산되는 분위기다. 민주당뿐 아니라 공화당 일부에서도 기업의 대규모 주택 매입이 시장을 왜곡한다는 공감대가 형성되면서, 향후 추가 규제 논의로 이어질 가능성도 높다.
캘리포니아가 내놓은 이번 해법이 시장 안정으로 이어질지, 또 다른 부작용을 낳을지는 향후 정책 집행 과정에서 판가름 날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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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홍용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