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트럼프 행정명령 대법 심리
▶ 1898년 판례 당사자 후손
▶ “헌법 의거해 유지” 촉구

노먼 웡이 지난달 28일 연방 대법원 앞에서 출생시민권 유지를 촉구하고 있다. [로이터]
연방대법원이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출생시민권 제한 행정명령을 둘러싼 심리를 진행한 가운데, 128년 전 관련 판례의 당사자 후손이 출생시민권에 대한 연방 대법원의 유지 판결을 촉구하고 나서 주목된다.
샌프란시스코 베이 지역에 거주하는 노먼 웡(76)은 128년 전인 지난 1898년 출생시민권을 인정한 연방 대법원의 역사적 판결의 중심 인물이었던 웡 킴 아크(Wong Kim Ark)의 증손자다. 그는 지난달 28일 워싱턴 DC를 찾아 연방대법원 청사 앞에서 출생시민권 제한의 부당성을 지적하며 대법원의 존치 판결을 폭구했다.
노먼 웡은 로이터통신과의 인터뷰에서 “대법원이 이번 사안을 올바르게 판단하길 바란다”며 “128년간 유지돼 온 출생시민권 원칙을 흔들어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출생시민권은 미국 수정헌법 14조에 따라 미국 영토에서 태어난 사람 누구나에게 시민권을 부여하는 제도다. 이는 1898년 연방대법원이 웡 김 아크 사건에서 확립한 판례로, 외국 국적 부모에게서 태어난 자녀라도 미국에서 출생했다면 시민권을 인정해야 한다는 원칙을 담고 있다.
당시 중국계 이민자였던 웡 김 아크는 1895년 중국 방문 후 미국으로 돌아오는 과정에서 입국이 거부됐다. 당국은 그의 부모가 중국 국적이라는 이유로 시민권을 인정하지 않았으며, 이는 중국인 이민을 제한한 ‘중국인 배척법(1882년)’에 따른 조치였다. 그러나 연방대법원은 이를 뒤집고 그의 시민권을 인정했다.
현재 연방 대법원의 심리는 트럼프 대통령이 지난해 서명한 행정명령의 위헌 여부를 가리는 것으로, 트럼프 대통령은 부모 모두가 미국 시민권자나 영주권자가 아닐 경우 미국에서 태어난 자녀라도 시민권을 인정하지 않도록 연방기관에 지시했다.
이에 대해 노먼 웡은 “법원은 우리의 권리를 새로 정의하려 해서는 안 된다”며 “헌법에 기반한 판단을 내려야지, 대통령이나 정치적 압력에 흔들려서는 안 된다”고 주장했다. 그는 또 연방 대법원 앞에서 출생시민권을 지지하는 시위대와 함께하며 “오늘은 개인적으로 매우 특별한 날”이라며 “많은 사람들이 함께하고 있다는 사실이 힘이 된다. 결국 이 문제는 미국 전체가 나서 바로잡아야 할 일”이라고 말했다.
한편 이번 심리에는 현직 대통령으로서는 이례적으로 트럼프 대통령이 직접 참석했다가 도중에 자리를 떠났다. 그는 이후 자신의 소셜미디어에 “캥거루 법정”이라는 표현을 쓰며 불만을 드러냈다. 법관들은 심리 과정에서 트럼프 행정명령의 합법성에 대해 회의적인 입장을 내비친 것으로 전해졌다. 이번 판결은 미국의 이민 정책과 시민권 개념에 중대한 영향을 미칠 것으로 전망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