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평양행 여객 열차, 베이징서 6년 만에 다시 출발

2026-03-13 (금) 12: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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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교역·자원·관광 등 분야

▶ 북중, 경제 밀착 가속
▶ 대북 제재 약화 우려

“6년 만에 평양으로 가는 열차 길이 다시 열려서 사진을 찍으러 왔어요. 비자가 없어 단둥까지밖에 못 가는 게 아쉬워요.”

12일(이하 현지시간) 오후 5시, 중국 베이징시 베이징역 4번 승강장. 전문가용 카메라와 인쇄된 열차 시간표를 손에 쥔 중국인 10대 소년 3명이 들뜬 모습으로 열차를 기다리고 있었다. 대상은 이날 운행을 재개한 베이징발 평양행 국제 여객 열차 K27편이다. 이들은 종점이 ‘평양’이라 표시된 전광판 앞에서 연신 사진을 찍었다. 오후 5시 26분, 코로나19 팬데믹으로 중단됐던 북중 여객 열차가 6년 만에 플랫폼을 떠났다.

총 18량 중 17·18호차 2량만 국제 승객용으로 편성됐다. 접경 도시 단둥까지만 운행하는 객차에는 ‘베이징-단둥’ 표지가, 흰색과 남색 조합으로 구분된 후미 2량에는 ‘베이징-평양’ 행선지가 부착됐다. 열차는 톈진과 선양 등을 거쳐 단둥에 도착한 뒤, 해당 객차만 북한 기관차에 재연결돼 국경을 넘는다. 출입국 절차는 압록강을 사이에 둔 중국 단둥과 북한 신의주에서 각각 진행된다.


현장은 사복 경찰 등 공안의 감시가 삼엄했다. 승강장 내 일반 승객의 접근은 16호차까지만 허용됐으며, 평양행 승객만 별도로 먼저 입장시키는 듯했다. 북한이 아직 중국인 관광을 재개하지 않은 만큼 현재 평양행 열차는 공무 및 비즈니스 비자 소지자 위주로 이용이 제한된다. 객실은 절반 이상 비어 있었다. 승객이 탑승한 칸은 커튼을 쳐 내부가 보이지 않도록 했다. 이날부터 베이징-평양 노선은 주 4회, 단둥-평양 구간은 매일 운행된다.

6년 만에 재개된 베이징-평양 여객 열차 운행은 교역 확대와 자원 거래, 향후 관광 재개까지 이어지는 북중 경제 밀착 흐름을 보여주는 상징적 장면으로 평가된다. 북중 관계가 단순한 교역 회복을 넘어 사실상의 전략적 공조 단계로 들어선 것이다. 중국 세관당국인 해관총서에 따르면 지난해 중국의 대북 수출은 약 23억 달러로 전년 대비 25.2% 늘었다. 전체 교역 규모 역시 약 27억 달러를 기록하며 코로나19 이전 수준을 회복했다.

북중 경제 밀착은 급변하는 국제 정세 속에서 중국이 내린 전략적 행보로 풀이된다.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이후 북러 밀착으로 다소 관계가 소원해졌던 중국이 지난해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방중과 북중 정상회담을 계기로 북한을 다시 끌어당기는 것이다.

또 다음 달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방중을 앞두고 중국이 한반도에 대한 영향력을 과시하려는 의도도 읽힌다. 트럼프 1기 행정부 당시 전격적인 북미 대화가 추진됐던 만큼, 향후 대화 재개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북한 문제를 대미 협상의 핵심 지렛대로 활용하려는 속내다.

미중 경쟁 구도 속에서 자원을 고리로 협상력을 높이려는 중국의 전략과도 맞물린다. 중국은 북한산 핵심 광물의 주요 구매국으로, 지난해 로켓과 미사일 부품에 쓰이는 전략 광물 몰리브덴과 텅스텐을 각각 1,720만 달러, 3,150만 달러어치 수입하며 역대 최고 수준을 기록했다. 그러나 북중 경제 밀착은 북한 경제의 대중 의존도를 더욱 높여 구조적 종속을 심화시킬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된다.

북한의 핵개발 자금줄을 차단하기 위한 유엔 대북 제재 약화로 번질 수 있다는 우려도 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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