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 전, 텍사스 달라스에 사는 아이들 집을 다녀왔다. 오랜만에 만난 손자·손녀들이 마치 어제 본 것처럼 팔을 벌려 안겨 올 때, 그 따뜻함이 그대로 내 가슴에 전해져 눈물이 났다.
나에게는 성격이 너무 다른 딸과 아들이 있다. 이번 글에서는 두 아이를 키우면서 내가 배운 삶의 균형에 대해서 독자들과 나누고자 한다.
딸아이는 어릴 때부터 완벽주의자였다. 학교 성적은 항상 All A여야 했고, 가끔 A-를 받으면 집안 전체가 긴장했다. 숨소리조차 조심하며 방문을 걸어 잠그고, 온 힘을 다해 성적을 올리던 그녀의 모습은 애처롭고 안타까웠다.
딸은 대학원까지 마치고 사회에 첫발을 내디뎠다. 이후 MBA를 전공하고 미국의 손꼽히는 회사에서 승승장구했다. 남편 또한 공군 장교로 4성 장군까지 올랐다. 그녀는 매사에 빈틈없는 삶을 살았고, 집은 유리알처럼 반짝였다. 집안 정리는 지나칠 정도로 완벽해 가끔은 움직이기조차 불편할 정도였다.
수년간 쉼 없이 달려온 끝에, 딸은 사회적으로 인정받는 자리에 올랐다. 많은 사람들의 기대와 책임을 온몸으로 느끼는 자리다. 누군가에게는 부러움의 대상일지 모르지만, 실제 삶은 생각보다 고요하지 않다.
겉으로는 여유로워 보이지만, 내면은 끊임없이 균형을 잡기 위해 흔들린다. 책임과 부담 사이에서 중심을 잡으려 애쓰고, 성공의 기쁨보다 실수에 대한 두려움이 더 크게 마음을 두드릴 때도 있다.
반면, 아들은 매사에 여유롭다. 성적표를 받아도 문을 열고 들어오며 “엄마, 떨어지진 않았어!” 하고 의기양양해 한다. 오히려 나는 딸을 챙기느라 아들은 뒷전이었던 경우가 많아 늘 미안한 마음이 남는다.
아들은 자신의 성적에 맞게 대학을 선택했고, 중간 정도 성적으로 만족했다. 버지니아텍에서 3년 만에 대학을 마치고, 대학원도 경영학으로 졸업한 뒤 작은 회사에 들어가 연봉과 조건에 불평하지 않고 업무에 충실했다. 지금은 미국 굴지의 회사에서 중견 간부로 근무하며 여유로운 생활을 하고 있다.
아들은 세 자녀를 두고 있다. 아이 셋이 자라는 집은 늘 어수선하다. 장난감이 흩어지고 옷가지가 뒤섞인 모습은 마치 작은 들판처럼 제멋대로다. 그러나 그 무질서 속에는 아이들만의 질서가 살아 있다.
할머니로서 손주들에게 말하고 싶다. “꼭 1등을 위해 숨 가쁘게 인생을 쓰지 않아도 된다. 남들과 너무 뒤처지지 않을 만큼만 천천히 걸으며, 마음 편히 숨 쉬고 웃을 수 있다면 충분하다. 너희 아빠처럼 뒤쳐지지 않고, 편안하고 여유로운 인생을 살아가길 바란다. 그 자체로도 이 삶은 충분히 살만하며, 이미 괜찮은 길이라는 것을 기억하렴.”
완벽을 향한 딸과 여유로운 아들, 두 길 모두 소중하다. 무엇보다 삶의 균형과 마음의 평화가 가장 큰 가치임을 다시 한 번 배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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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 발렌티나 페어팩스, VA>