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개솔린·디젤 20% 급등
▶ 운수·항공·유통 등 여파
▶ 인플레이션 압박 가중
▶ 저소득층 가장 큰 타격
이란 전쟁의 영향으로 미국 내 개솔린과 디젤 가격이 치솟으면서 인플레이션 위험이 커지고 있다고 파이낸셜타임스(FT)가 11일 보도했다.
FT에 따르면 연방 에너지부는 이번에 급등한 휘발유·디젤 가격이 최소 내년 중반까지는 전쟁 전 수준으로 못 내려갈 가능성이 크다고 최근 밝혔다.
10일 기준 미국 내 공식 개솔린 가격은 갤런당 3.5달러로 최근 2주 사이 19% 올랐다. 디젤 가격은 4.86달러로 같은 기간 28% 급등했다.
이렇게 오른 연료 가격은 산업 전반의 비용을 올리고 소비자 가격 인상을 유발해 경제에 광범위한 인플레이션 압박을 가할 것으로 전망된다.
디젤 가격 변동에 특히 민감한 트럭 운송 업계는 가격 인상이 불가피하다고 호소한다. 통상 운송사는 디젤 비용이 오르면 고객에 유류할증료를 청구해 손실을 메운다.
트럭 운송 업체 피터스 브라더스의 브라이언 위너 대표는 FT와의 인터뷰에서 “유류할증료 없이는 생존 자체가 불가능하다”며 “최근 3년간 업계 수익성이 크게 나빠진 만큼 최소한의 보호 장치인 할증료마저 없으면 치명타가 될 것”이라고 했다.
피터스 브라더스는 연간 100만갤런의 연료를 쓴다.
한 해 농사를 준비하는 농가들도 울상이다. 당장 유류비와 비료 비용이 급등한 데다 일부 업체들은 공급난에 비료 출하를 중단해 걱정이 이만저만이 아니라는 것이다.
일리노이대 게리 슈니트키 교수(농업경영학)는 “농가 예산에서 디젤 연료가 차지하는 직접적인 비중은 상대적으로 작아도 농기계 가동과 작물 운송에 필수적인 만큼 여타 비용으로의 파급 효과가 클 것”이라고 진단했다.
그는 “운송비와 관련 제품 가격이 함께 오르면서 결국 농사 비용이 뛰는 연쇄 인플레이션이 일어날 수 있다”고 경고했다.
유통 업계에도 비상이 걸렸다. 당장 물류비용이 뛰고 유가 급등으로 고객 소비가 줄면 매출 손실을 감내해야 한다.
투자은행 모건스탠리의 시메온 것먼 유통 담당 애널리스트는 “특히 넓은 농촌 지역에 점포망이 퍼져 있는 유통 체인이 이번 유가 상승의 타격을 크게 받을 수 있다”며 “조만간 중산층과 저소득층을 중심으로 지출이 위축되는 상황이 나타날 것”이라고 내다봤다.
항공과 자동차 업계도 위기다.
항공유는 항공사 운영 비용의 약 4분의 1을 차지하는 만큼 유가가 오르면 항공 요금 인상 압력을 정면으로 받게 된다.
개솔린 가격이 뛰면 트럭과 SUV(스포츠유틸리티차량)의 구매 수요가 줄어들 수 있어 포드와 제너럴모터스(GM) 등 완성차 업체들은 이 여파에 이번 주 주가가 내리막길을 걸었다.
인플레이션 타격을 가장 크게 받을 이들은 결국 빈곤층이다.
시장 조사 업체 콕스 오토모티브의 스테파니 발데즈 디렉터는 “저소득층 가구는 소득 대비 연료비 지출 비중이 불균형하게 높고, 상승 비용을 감당할 수 있는 재무적 완충 장치가 가장 부족하다”고 지적했다.
FT는 많은 애널리스트가 이번 물가 상승 여파를 결정짓는 핵심 변수로 이란 전쟁의 지속 기간과 긴장 격화 여부를 지목하고 있다고 전했다.
이번 유가 급등은 트럼프 대통령에게 큰 정치적 부담이 될 전망이다.
<연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