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로터리] AI 시대, ‘3찰’이 필요하다

2026-03-05 (목) 12:00:00 유길상 한국기술교육대학교 총장
크게 작게
인공지능이 순식간에 답을 내놓는 시대다. 검색 몇 번이면 원하는 정보가 눈앞에 펼쳐지고, 알고리즘은 우리의 취향과 선택을 예측한다. 그런데 이상하게도 우리는 더 자주 흔들린다. 넘치는 정보 속에서 오히려 길을 잃고, 수많은 연결 속에서도 마음은 더 외롭다. 기술은 점점 더 똑똑해지는데, 왜 우리의 삶은 더 단단해지지 못하는 걸까. 어쩌면 우리는 속도에 익숙해지는 동안, 깊어지는 법을 잊어버린 것은 아닐까. 나는 그 깊이를 만드는 힘을 ‘3찰’, 곧 관찰·성찰·통찰이라 부르고 싶다.

관찰은 단순히 눈으로 보는 일이 아니다. 사람과 자연을 마음으로 읽는 일이다. 누군가의 말끝에 묻어나는 작은 떨림, 애써 감춘 표정 속의 외로움, 웃음 뒤에 숨은 고민까지 알아차릴 때 관계는 열린다. 작은 변화의 신호를 먼저 읽어내면 갈등은 줄어들고, 이해는 깊어진다. 공자는 “세 사람이 길을 가면 그중에 반드시 나의 스승이 있다”고 했다. 타인의 장점과 단점에서 배우는 일은 관심 깊은 관찰에서 시작된다. 리더가 구성원을 세심히 관찰할 때, 그는 인재를 발견하고 가능성을 키운다. 자연에 대해서도 마찬가지다. 거센 바람을 견디며 묵묵히 서 있는 나무, 차가운 겨울을 지나 끝내 꽃을 피워내는 생명을 관찰할 때 우리는 생명의 경이로움과 질서를 배우고, 설명할 수 없는 위로를 받는다. 자연은 말없이 인내와 균형, 공존의 원리를 가르친다.

성찰은 자기 자신과의 대화다. 성찰은 거창한 철학이 아니다. 하루를 돌아보며, 있는 그대로의 나를 마주하여 나의 말과 선택을 되돌아보는 시간을 갖는 것, 그것이 성찰이다. 매일 밤 잠들기 전 조용히 눈을 감고 오늘의 말과 행동을 돌아보자. 나는 오늘을 충실하게 살았는가, 혹시 누군가의 마음을 다치게 하지는 않았는지, 판단이 성급하지는 않았는지, 더 나은 선택은 없었는지 자신에게 물어본다. 나는 누구인지, 인생을 어떻게 살아갈 것인지, 무엇을 위해 일할 것인지 자신에게 물으며, 나를 더 나은 방향으로 이끄는 시간이 성찰의 시간이다. 자신을 돌아보지 않는 성공은 쉽게 흔들리지만, 성찰 위에 세운 삶은 비바람 속에서도 쉽게 무너지지 않는다.


통찰은 변화의 흐름을 읽고, 본질을 꿰뚫어 보는 것이다. 지금 나와 조직이 서 있는 자리가 어디이며, 앞으로 어디로 가야 하는지를 높은 곳에서 멀리 바라보는 힘이다. 피터 드러커는 “미래를 예측하는 가장 좋은 방법은 미래를 만드는 것”이라고 했다. 그러나 미래를 만들기 위해서는 먼저 흐름을 읽어야 한다. 기술의 변화, 세대의 가치관, 세계 질서의 흐름을 읽지 못하면 조직도 개인도 길을 잃는다. 통찰은 관찰의 축적, 성찰의 깊이 위에서 차곡차곡 쌓여 만들어 낸 지혜의 결실이다. 그 힘은 불확실한 시간 속에서도 우리를 앞으로 나아가게 하고, 두려움 속에서도 방향을 잃지 않게 한다.

‘3찰’하는 삶은 AI 시대에도 흔들리지 않고 나와 조직을 단단하게 해줄 것이다. 관찰은 우리의 눈을 키우고, 성찰은 마음을 깊게 하며, 통찰은 세상의 변화를 읽는 힘을 키워준다. 인생은 정답을 외우는 시험이 아니라 나만의 답을 찾아가는 여정이다. 세상은 관찰하는 사람에게 말해주고, 경험은 성찰하는 사람에게 가르쳐주며, 미래는 통찰하는 사람에게 길을 열어준다.

성공은 단순히 부와 명예를 쌓는 것이 아니라, 급변하는 시대 속에서도 나만의 속도로 내면의 성장을 이루어 내는 과정 그 자체이다. 오늘 하루 10분이라도 좋다. 세상을 바라보고, 자신을 돌아보고, 내일을 그려보자. 관찰, 성찰, 통찰을 습관화하는 것이야말로 AI 시대에도 성공을 보장할 우리의 가장 인간다운 힘이며, 우리를 빛나게 할 내면의 뿌리가 될 것이다.

<유길상 한국기술교육대학교 총장>

카테고리 최신기사

많이 본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