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무차별 이민단속, 우려되는 LA 경제

2026-02-13 (금) 12: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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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 2기 행정부의 강도 높은 이민 단속이 미국에서 한인들이 가장 많이 거주하는 LA 지역 경제에 깊은 파장을 남기고 있다. 최근 LA 카운티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해 여름 이후 이어진 연방 이민단속과 그 여파로 약 10억 달러에 달하는 생산·매출·임금 손실이 발생했다. 단속은 법 집행이라는 이름으로 진행됐지만, 그 충격은 지역 상권과 노동시장 전반으로 확산됐다.

LA 카운티에는 한인 불체자를 포함해 약 95만 명의 서류미비 이민자가 거주하는 것으로 추산된다. 이들은 청소·유지관리, 음식 서비스, 건설업 등 도시 기반 산업의 핵심 노동력이다. 해당 분야 종사자의 25~40%가 이들로 구성돼 있다는 분석은 이민 노동이 지역 경제에서 차지하는 비중을 단적으로 보여준다. 단속 강화로 노동자들이 일터를 떠나거나 소비 활동을 줄이면 생산 차질과 매출 감소는 불가피하다.

실제로 웨스트레익 등 한인타운 인근 이민자 밀집 지역에서는 업소 휴업과 매출 급감이 이어졌고, 대중교통 이용객 감소 등 소비 위축 현상도 나타났다. 단속 과정에서 발생한 기물 파손과 사회적 갈등까지 고려하면 경제적·사회적 비용은 더욱 커진다.


법 집행의 필요성을 부정할 수는 없다. 그러나 지역 경제 구조와 노동 현실을 외면한 채 진행되는 무차별적 단속은 장기적으로 더 큰 부작용을 낳을 수 있다. 제조업과 서비스업 현장에서 인력난이 심화되면 생산성 저하와 비용 상승, 나아가 경쟁력 약화로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 캐런 배스 LA 시장이 행정명령 17호를 통해 연방 단속에 대한 대응과 투명성 강화를 주문한 배경도 여기에 있다. 지역 경제와 공동체를 지키려는 지방 정부의 우려는 결코 가볍지 않다.

이민 문제는 단속과 방치라는 이분법으로 해결될 사안이 아니다. 범죄 대응과 경제 안정, 공동체 보호를 균형 있게 고려하는 정교한 정책이 필요하다. 공포가 아닌 현실에 기반한 접근만이 ‘천사들의 도시’ LA의 활력과 경제의 지속 가능성을 지킬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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