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강경 이민단속에 대한 반대 여론 높아지자
▶ ‘중범죄자 추방’으로 메시지 슬그머니 선회
도널드 트럼프 2기 행정부가 한동안 강하게 밀어붙이던 ‘대규모 추방’ 구호에서 한 발 물러서는 모습이다. 최근 몇 주 사이 백악관과 주요 고위 인사들의 공식 메시지에서 해당 표현이 거의 사라지며, 대신 ‘범죄 이민자 추방’과 ‘국경 통제 성과’에 초점이 맞춰지고 있다.
정치 매체 폴리티코에 따르면 이 같은 변화는 미니애폴리스에서 발생한 강경 단속 작전 이후 본격화됐다. 해당 작전 과정에서 미국 시민권자 2명이 사망하는 사건이 발생하며 여론이 급격히 악화됐고, 이후 공화당 내부에서도 전략 수정 필요성이 제기됐다. 실제로 주요 행정부 계정들의 소셜미디어 분석 결과, ‘대규모 추방’이라는 표현 사용 빈도는 급감한 반면, 범죄 이민자 체포 사례를 강조하는 게시물은 유지되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의 핵심 참모인 스티븐 밀러, 백악관 대변인 캐롤라인 레빗 등도 같은 흐름을 보이고 있다. 이들은 과거 ‘사상 최대 규모의 추방 작전’을 강조했지만, 최근에는 ‘공공 안전’과 ‘위험 범죄자 제거’라는 메시지를 전면에 내세우고 있다.
공화당 전략가들 역시 메시지 조정이 불가피하다는 입장이다. 미시간 기반 전략가 제이슨 로는 “미니애폴리스 사건 이후 추방의 이미지가 달라졌다”며 “범죄자 추방에 집중하는 것이 정치적으로 더 유리하다”고 분석했다. 이는 올해 중간선거를 앞두고 히스패닉 유권자, 무당층, 청년층에서 이민 정책이 부담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는 판단과 맞닿아 있다.
실제로 최근 여론조사에서 트럼프의 이민 정책 방향에는 동의하면서도 집행 방식에는 거부감을 느끼는 유권자가 적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대규모 추방’이라는 표현이 지역사회 단속과 무차별 검거 이미지를 연상시킨다는 점이 문제로 지적된다.
이에 따라 연방 국토안보부(DHS)도 광고 전략을 수정했다. 기존에는 체포 장면 중심의 강경 이미지를 부각했다면, 최근에는 ‘불법 이민 범죄 피해자’ 사례를 강조하는 방식으로 전환했다. 이는 정책의 정당성을 ‘공공 안전’ 프레임으로 재구성하려는 시도로 해석된다.
백악관은 정책 자체가 변하지 않았다는 입장이다. 관계자들은 여전히 범죄 전력이 있는 불법 체류자 추방이 최우선이며, 국경 통제 성과 역시 강조할 핵심 메시지라고 설명한다. 실제로 내부 회의에서도 ‘대규모 추방’ 대신 ‘위험 인물 제거’에 초점을 맞추라는 지침이 공유된 것으로 전해졌다.
그러나 이 같은 메시지 변화는 트럼프 진영 내부에서도 논란을 낳고 있다. 강경 이민 정책을 지지해온 일부 보수 진영은 “핵심 공약 후퇴”라며 반발하고 있으며, 반대로 온건파는 과도한 단속 이미지가 오히려 선거에 부담이 될 수 있다고 우려한다.
결국 이번 변화는 정책 수정이라기보다 ‘정치적 언어의 재설계’에 가깝다는 분석이 나온다. 트럼프 대통령이 여전히 강경 이민 정책을 유지하면서도, 표현과 강조점을 조정해 중도층 이탈을 막으려는 전략적 선택이라는 것이다. 2026년 중간선거를 앞두고 이민 이슈가 다시 핵심 쟁점으로 부상할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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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세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