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예배시간 노려 한인 교회들 터는 절도범 기승

2026-02-03 (화) 12:00:00 황의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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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동일 흑인 남성 범행
▶ 지갑·카드 등 훔쳐가

▶ 타운 교회들 잇단 표적
▶ 하루 수천불어치 피해

예배시간 노려 한인 교회들 터는 절도범 기승

경찰에 신고된 절도 용의자와 차량 모습. [지저스 러브 비전교회 제공]

최근 LA 한인타운 일대 한인 교회들에서 동일범의 소행으로 보이는 연쇄 절도 범죄가 기승을 부려 피해가 잇따르고 있어 각별한 주의가 요구되고 있다. 흑인 남성 용의자는 주로 예배가 진행되는 시간에 교회에 들어와 사무실을 뒤져 지갑과 크레딧·데빗카드, 현금 등을 훔친 뒤 이를 사용하는 수법을 반복하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한인타운 버몬트 애비뉴와 1가에 위치한 샘 커뮤니티교회의 샘 신 담임목사에 따르면 지난 1일 교회에서 절도 피해가 발생했다. 신 목사는 “예배와 성경공부를 마친 오후 1시42분께 갑자기 내 명의의 크레딧 카드로 350달러가 결제됐다는 문자 알림을 받고 문제가 생긴 것을 알게 됐다”며 “사무실을 확인해 보니 가방 안에 있던 지갑이 사라진 상태였다”고 말했다.

의문이 든 신 목사는 교회 CCTV를 확인했고, 확인 결과 낯선 흑인 남성이 예배가 한창 진행 중이던 오전 11시42분께 교회에 들어와 약 2분 만에 빠져나간 것으로 나타났다. 당시 사무실에는 아무도 없었던 것으로 전해졌다.


신 목사는 즉시 카드를 정지시켰지만, 용의자는 타겟 등 소매점과 음식점 5~6곳을 오가며 총 4,000달러에 달하는 금액을 사용한 것으로 확인됐다. 카드 사용 대부분은 할리웃 지역에서 이루어진 것으로 알려졌다.

또 다른 피해 사례도 확인됐다. 역시 한인타운 내 지저스 러브 비전교회 관계자에 따르면, 동일 인물로 추정되는 용의자가 해당 교회를 최소 5차례 이상 드나들며 상당한 피해를 입혔으며, 한 차례는 교인과 용의자 사이에 실랑이가 벌어지기도 했다. 교회 측은 용의자가 30대 전후, 키 약 6피트에 날씬한 체형의 흑인으로, 항상 깔끔한 복장을 하고 BMW 차량을 이용해 다닌다고 전했다. 현재 두 피해 교회 모두 용의자의 사진과 차량 정보까지 확보한 상태다.

샘 신 목사는 이번 절도 피해 신고 과정의 어려움도 호소했다. 그는 “절도 사건은 경찰서에 직접 가는 것이 아니라 온라인으로 리포트를 하라고 안내받는데, 그 과정이 매우 복잡하다”며 “미국에서 경찰 업무를 했던 경험이 있고 영어와 컴퓨터 사용에 어려움이 없는 나조차도 신고서를 작성하는 데 40분 넘게 걸렸다”고 말했다. 이어 “세 번이나 시도해 겨우 접수했다”며 “한국어로 작성하는 것은 오히려 더 복잡해, 다른 교회의 경우 리포트가 반려됐다는 이야기도 들었다”고 덧붙였다.

지저스 러브 비전교회 관계자는 “유사하거나 동일한 피해를 입은 교회나 개인이 있다면 정보를 공유해 달라”며 “개별 신고에는 한계가 있는 만큼, 피해 사례를 모아 경찰에 전달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당부했다. 신 목사도 “같은 피해를 입은 한인 교회가 더 있는 것으로 파악됐지만, 피해 사실을 쉬쉬하고 있는 것 같다”며 “그냥 넘기다 보면 오히려 더 쉬운 타깃이 된다. 경찰이 당장 움직이지 않더라도 계속 리포트를 해야만 수사가 진행 된다”고 강조했다.

신 목사는 이어 “필요하다면 피해자들과 함께 경찰서를 찾아가 리포트 작성을 돕겠다”며 “더 이상의 피해를 막기 위해 한인 교회와 커뮤니티가 함께 경각심을 갖고 협력해 달라”고 당부했다.

<황의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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