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한영의 독서칼럼] 햇살을 향해 헤엄치기

2026-01-15 (목) 12:00:00 한 영 재미수필가협회 회장
크게 작게
작가 앨리 라킨(Allie Larkin)은 뉴욕주 로체스처 근교에서 태어나 자랐다. ‘햇살을 향해 헤엄치기’(Swimming for Sunlight)는 그녀의 세 번째 장편소설로, 2019년에 출간되었다.

‘햇살을 향해 헤엄치기’는 상실과 치유, 가족 간의 유대, 자기 회복을 그린 따뜻한 서사로, 출간 이후 ‘힐링 소설’로 불리며 독자들의 꾸준한 사랑을 받아 왔다.

주인공 케이티 엘리스는 두 번의 유산과 남편의 외도로 깊은 상처를 입은 끝에 이혼을 결심한다. 부부에게는 한때 유기견 보호소에 머물렀던 반려견 ‘바크’가 있는데, 늘 불안에 떨며 살아온 존재다. 바크를 진심으로 사랑하지 않으면서도 남편은 양육권을 주장한다. 케이티는 모든 것을 포기하고, 바크만큼은 끝까지 지켜낸다.


케이티는 아홉 살 때 아버지를 잃었다. 폭풍이 몰려오기 전의 고요한 물에서 수영하기를 좋아하던 아버지는 케이티와 함께 수영하던 중 심장마비로 세상을 떠났다. 그날 이후, 비와 천둥, 호수와 수영장을 포함하여 물은 그녀에게 공포의 대상이 되었다. 설상가상으로 엄마마저 남자친구를 따라 외국으로 떠나면서, 할머니 나넷이 그녀를 거두어 키우게 된다. 자신이 아빠를 지키지 못했다는 죄책감과 엄마에게 버림받았다는 불안은 그녀의 마음을 오랫동안 짓눌렀다. 할머니의 보호 속에서도 케이티의 마음속 상처는 쉽게 아물지 않았다.

지친 몸과 마음을 안고 바크와 함께 플로리다에 있는 할머니 나넷의 집으로 향한 케이티는, 활기차게 운동하고, 건강식을 챙기며, 심지어 연애까지 즐기는 할머니의 새로운 모습을 마주한다. 삶의 방향이 한순간에 바뀌어버린 지금, 케이티는 다시 앞날을 새로 그려야 한다는 막막함에 휩싸인다. 과거의 상처는 여전히 그녀를 붙잡고, 기억은 때때로 어린 시절로 끌어당긴다.

할머니 집에서 지내던 중, 케이티는 할머니 나넷과 그 친구들이 젊은 시절 쇼단의 일원으로 인어 복장을 하고 수중 공연을 펼쳤음을 알게 된다. 그들은 옛 무대를 다시 재현해 보려고 케이티에게 도움을 요청한다. 어릴 때부터 옷을 만들고 고치는 데 능숙했던 케이티는, 과거 무대 의상 제작자로 일한 경력도 있다. 그녀는 의상 디자이너로서 그들의 공연을 돕기로 하지만 이를 위해서는 어린 시절의 트라우마인 ‘물’에 대한 깊은 공포를 반드시 마주해야 한다.

공연을 준비하는 과정에서 케이티는 할머니의 친구들을 만나게 되고, 그들의 삶과 우정을 알게 된다. 할머니와 친구들은 서로 다른 성격과 환경, 처지에도 불구하고 상대방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인다. 그들은 서두르지 않고 사랑의 눈길로 케이티를 바라보며 묵묵히 기다려 준다. 할머니는 자신들이 걸어온 세월 속에 사랑과 우정, 연대의 의미를 케이티에게 들려준다. 서로 감춰 두었던 상처를 조심스럽게 드러내고, 함께 보듬으며, 혼자가 아니라는 사실을 확인해 간다. 세대를 뛰어넘는 공감과 이해 속에서 케이티는 마침내 오랫동안 외면해 온 트라우마를 정면으로 마주할 용기를 얻는다.

그러던 어느 날, 바크가 이웃들과 잘 어울리는 모습을 보며 케이티는 문득 깨닫는다. 그 동안 바크의 불안에 자신의 상처를 투영하고 있었으며, 또한 자신의 모습이 바크를 더욱 불안하게 했다는 것을 알게 된다. 불안했던 건 바크가 아니라 바로 자신이었으며, 바크를 향한 집착 같은 보호 본능이 실은 스스로를 구하려는 몸짓이었음을 받아들인다.

할머니와의 관계를 통해 그녀는 다시 가족 간의 사랑과 지지를 느낀다. 그리고 엄마가 자신을 버린 것이 아니라, 할머니를 위하여 남겨두고 떠났다는 사실을 깨닫고 비로소 엄마를 이해하게 된다. 마음을 열자 이전에는 보이지 않던 것들이 하나둘 드러난다. 마침내, 그녀는 잃어버린 열정과 꿈을 다시 품는다.

햇살을 향해 헤엄치기’는 감동적인 서사와 유쾌한 순간들이 조화를 이룬다. 삶의 전환점 앞에 선 이들에게 따뜻한 위로를 건네며, 크고 작은 상처들은 결국 누군가의 사랑과 이해 속에서 서서히 아물어간다는 사실을 일깨운다. 마음의 상처와 좌절로 지금은 보이지 않을지라도, 어딘가에는 여전히 빛나고 있는 햇살이 있다, 그것은 바로 따뜻한 마음을 지닌 이웃의 존재다. 이 소설은 힘겨운 고통의 바다를 헤엄쳐 나가면, 결국 햇살을 만날 수 있다는 말을 하고 있다.

<한 영 재미수필가협회 회장>

카테고리 최신기사

많이 본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