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지평선] 다시 듣는 김광석

2026-01-13 (화) 12:00:00 이왕구 / 한국일보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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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크가수 김광석(1964~1996) 30주기(1월 6일)를 즈음해 추모열기가 지펴지고 있다. 그가 태어난 대구, 그의 노래인생과 떼어놓을 수 없는 서울 대학로, 충북 옥천 등에서 추모 콘서트, 행사가 진행 중이다. 한대수, 조동희, 정마리 등 동료 가수들과 팬들이 참여한 헌정음반 ‘안녕, 광석이형’도 나왔다.

■ 시작은 공동체에 대한 관심이었다. 대학 시절 김민기의 ‘야근’을 따라 부르다가 노래서클에 가입한 김광석은 1987년 12월 민중후보 백기완의 유세가 열리던 대학로에서 김지하의 시에 곡을 붙인 ‘타는 목마름으로’를 열창, 강렬한 인상을 남겼다. 대중문화평론가 신현준은 그를 ‘민중가수’로 정형화할 수는 없지만, 민중을 찾는 지식인 중 한 명이었다고 평했다. 혼자 부르는 노래가 아닌 함께 부르는 노래에 대한 관심이 1,000회가 넘는 소극장 콘서트로 이어졌을 것이다.

□ 요절한 언더그라운드 가수의 한 명 정도로 잊혀가던 김광석은 2010년대 들어 그의 곡을 모티프로 한 뮤지컬(‘그날들’, ‘바람이 불어오는 곳’, ‘디셈버’) 제작, 인기 모창 프로그램인 ‘히든 싱어’ 편성 등을 통해 극적으로 부활했다. 김광석을 듣고 자란 세대가 문화소비의 주계층이 됐고, 대중문화의 복고주의 바람도 ‘김광석 현상’에 일조했을 것이다. 공동체에서 개인으로 시선이 전환된 시대 분위기도 그를 소환했다.

■ ‘이등병의 편지’, ‘서른 즈음에’, ‘어느 60대 노부부의 이야기’ 등 그의 대표곡들은 보통사람들의 인생 국면을 관조하고 있다. 외로움, 회한, 불안, 자유 같은 정서는 곡의 특징이다. 노래를 듣다보면 평상복 차림으로 무대에 올라 어눌한 말투로 곡 중간중간 청중에게 살아가는 이야기를 들려주던, 동네 형 같던 그의 모습이 겹쳐진다. 추모 콘서트에 그의 사후에 태어난 젊은 세대들도 찾아와 눈물을 글썽인다고 한다. 생존경쟁이 치열해지고, 공동체가 무너져갈수록 “오늘, 힘들었지?”라며 어깨를 도닥여 주는 김광석 노래의 울림은 크다.

<이왕구 / 한국일보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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