겨울이 오면 스키어들의 마음도 설레기 마련이다. 저 멀리 하얗게 눈 덮인 산맥이 손짓하기 때문이다. 화려하게 설원을 누비는 스키어들 사이에도 저마다 ‘로봇’ 같았던 시절의 첫 스키장 기억이 존재한다.
새삼 그 시절 기억과 고수가 된 이들의 유쾌한 착각들을 소환해 본다.
처음 스키를 신으면 세상 모든 물리 법칙이 사라지는 기분이다. 강사는 분명 다리를 ‘A자’로 만들면 멈춘다고 가르쳐줬건만, 슬로프 경사가 조금만 가팔라지면 뇌는 정지하고 다리는 그대로 굳어버린다.
속도는 무섭게 붙고, 눈앞에 보이는 건 안전망 뿐이다. 결국 선택지는 하나, 옆으로 자진해서 고꾸라지는 ‘자폭형 브레이크’다.
리프트에서 내릴 때는 또 어떤가. 뒤에서는 다음 리프트가 오고 마음은 급한데 스키 판은 자꾸만 꼬인다. 내리자마자 앞사람을 덮쳐 ‘인간 볼링’의 스트라이크 주인공이 되었던 기억은 스키어라면 누구나 한 번쯤 품고 있는 훈장 같은 추억이다.
반면, 이제 좀 탄다는 ‘고수’들에게는 특유의 착각과 허세가 찾아온다. 가장 대표적인 것이 바로 ‘설질(Snow Condition) 탓’이다.
유난히 멋지게 턴을 하려다 엉덩방아를 찧으면 “오늘 눈이 너무 딱딱하다”, “어제 왁싱을 안 해서 스키가 안 나간다”며 애먼 장비와 날씨를 탓하곤 한다.
또한 고수들은 초보 친구들에게 가장 위험하고 무책임한 격려의 말을 하기도 한다. “저기 경사 별거 없다, 그냥 힘 빼고 내려오면 된다”는 말이다. 본인에게는 동네 언덕 같겠지만, 초보에게는 에베레스트 절벽처럼 보인다는 사실을 그들은 가끔 잊곤 한다.
상급자 코스에서 멋진 턴을 선보일 때, 고수들은 슬로프 하단이나 리프트에 앉아 있는 모든 사람이 자신의 화려한 기술을 지켜보고 있다고 착각한다. 사실 사람들은 자기 스키 타기 바쁘거나, 다음에 뭘 먹을지 고민하느라 바쁜데 말이다.
누군가 쳐다보고 있다는 착각 때문에 무리해서 기술을 쓰다가 오히려 초보자보다 더 크게 넘어지는 굴욕을 맛보기도 한다.
겨울철 설원에서의 즐거운 추억을 안전하게 지키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부상 방지가 최우선이다.
초보자와 숙련자 모두에게 필요한 안전 수칙과전문 강습을 통한 기본기 점검이 중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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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기의/미동부한인스키협회고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