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FBI “친팔레스타인 단체 회원 기업 공격·ICE 테러 모의”
▶ 연이은 사건에 한인사회 긴장
연말연시를 앞두고 미국과 호주에서 총기 참사와 강력 범죄 소식이 잇따르는 가운데, 남가주에서 신년 전야 폭탄 테러를 모의한 혐의로 극단주의 단체 관련자 4명이 체포되면서 지역 사회 전반에 긴장감이 확산되고 있다. 특히 한인사회는 각종 모임과 행사, 상권 영업 확대 등으로 유동 인구가 늘어나는 시기와 맞물려 심리적 경계심이 높아지는 분위기다.
연방 검찰과 수사 당국은 15일, LA와 오렌지 카운티에서 새해 자정에 폭탄 테러를 감행하려던 일당 4명을 검거했다고 밝혔다. 캘리포니아 중부지방검찰청에 따르면 용의자들은 지난 12일 LA 동쪽 모하비 사막에서 사제 폭발 장치를 제작하던 중 연방수사국(FBI)에 의해 체포됐다. 당국은 체포 직전 사막에서 대형 검은색 물체를 테이블로 옮기는 장면이 담긴 항공 영상도 공개했다.
기소장에 따르면 체포된 용의자는 오드리 일린 캐럴(30), 재커리 에런 페이지(32), 단테 개필드(24), 티나 라이(41)로, 모두 LA 출신이다. 검찰은 이들이 LA와 오렌지 카운티의 기업 물류 시설을 표적으로 삼아 새해 자정에 동시다발적 폭탄 테러를 계획했으며, 이후 이민세관단속국(ICE) 요원과 차량을 공격하는 추가 범행도 모의했다고 밝혔다.
검찰과 FBI는 이들이 ‘터틀 아일랜드 해방 전선’으로 불리는 팔레스타인 지지 극단주의 단체의 분파에서 활동한 인물들이라고 설명했다. 주동자로 지목된 캐럴의 자택 압수수색 과정에서는 “미국에 죽음을”, “ICE에 죽음을”이라는 문구가 적힌 포스터도 발견된 것으로 전해졌다.
CNN 보도에 따르면 기소장에는 이들 중 3명이 각자 담당한 건물 인근 여러 지점에 사제 폭발물이 든 배낭을 설치할 계획이었으며, 폭발물은 구조가 복잡한 파이프 폭탄 형태로 제작될 예정이었다고 적시돼 있다. 또 범행 실행 시 대포폰 사용, 옷을 벗어둘 장소 지정, 알리바이 조성을 위한 장시간 영화 스트리밍 등 치밀한 보안 수칙과 함께 파이프 폭탄 제작의 단계별 방법까지 문서로 정리돼 있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빌 에사일리 수석 검사는 “이번 사건은 극단화된 단체들이 공공 안전과 법치를 얼마나 심각하게 위협하는지를 보여준다”며 “법 집행기관의 공조로 무고한 시민들이 희생되기 전에 테러 음모를 차단할 수 있었다”고 강조했다.
이번 사건은 최근 총기난사와 반 유대주의 사건들과 맞물리며 체감 불안을 키우고 있다. 지난 13일에는 한인 학생들이 다수 재학 중인 아이비리그 명문 브라운대학교에서 총기 난사 사건이 발생해 최소 2명이 숨지고 9명이 중상을 입는 참사가 벌어졌다.
같은 주말, 호주 시드니의 유명 해변에서도 대규모 총격 사건으로 16명이 사망하는 등 전 세계가 충격에 빠졌다.
<
한형석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