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카슈끄지 암살 몰랐다” 빈 살만 적극 옹호한 트럼프

2025-11-20 (목) 12:00:00 손성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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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트럼프 “손님 당황하게 말라”

▶ 사우디 “1조달러 대미 투자”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반체제 언론인 암살 배후 의혹을 받는 사우디아라비아의 실권자 무함마드 빈 살만 왕세자를 직접 두둔했다. 사우디는 이에 화답이라도 하듯 ‘1조 달러 규모 대미 투자’ 선물 보따리를 내놨다.

트럼프 대통령은 18일 백악관에서 빈 살만 왕세자와 양자 회담을 가진 후 기자회견에서 ‘미 정보당국이 빈 살만 왕세자가 사우디 출신 언론인 암살 배후에 있다고 결론 내렸다’는 질문을 받자 “(빈 살만 왕세자는) 그 사건에 대해 아무것도 알지 못했다”며 그를 적극 변호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해당 질문을 한 ABC방송 기자에게 “손님을 당황하게 하는 질문을 하지 말라”며 면박을 준 뒤, “당신은 매우 논란이 있는 인물을 언급했다. 많은 사람들이 그를 좋아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빈 살만 왕세자는 “누구든 목숨을 잃은 사람에 대해서는 안타깝다”면서 “우리는 사건을 조사하기 위해 모든 조치를 취했다. 그런 일이 다시 일어나지 않게 최선을 다하고 있다”며 원론적으로 답했다.


2018년 튀르키예 이스탄불에서 의문의 죽음을 맞은 카슈끄지는 미국 워싱턴포스트(WP) 칼럼니스트로 활동하면서 빈 살만 왕세자에 대한 비판적 기사를 쓰던 인물이었다. 미 정보당국은 2021년 카슈끄지 살해 배후에 빈 살만 왕세자가 있다는 결론을 내렸다. 이로 인해 빈 살만 왕세자는 그동안 사실상 외교적 고립 상태였지만, 트럼프 대통령은 2018년 3월 이후 7년여 만에 미국을 찾은 빈 살만 왕세자를 최상급 국빈 방문에 준하는 수준으로 예우했다.

사우디는 언론인 암살 의혹에 사실상 면죄부를 준 트럼프 대통령에게 화답하듯 대미 투자액을 대폭 늘렸다. 앞서 사우디는 지난 5월 트럼프 대통령의 사우디 방문을 계기로 6,000억 달러를 미국에 투자하겠다고 밝혔는데, 여기에 4,000억 달러를 추가해 1조 달러로 상향 조정한 것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사우디에 미국의 F-35 전투기를 판매하겠다는 방침을 거듭 밝혔다.

<손성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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