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과도통치기구·국제안정화군 승인…中·러시아는 거부권 대신 기권
▶ 미래 팔레스타인 국가설립 가능성 언급…이스라엘 반발에 ‘불씨’ 여전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안보리)가 17일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지난 9월 말 발표한 가자지구 평화구상을 지지하는 결의안을 가결했다.
안보리는 이날 뉴욕 유엔본부에서 팔레스타인 문제를 의제로 공식회의를 열어 15개 이사국 중 비상임 이사국인 한국을 포함한 13개국 찬성으로 가자지구 평화구상 지지 결의안을 통과시켰다.
상임이사국 중 러시아와 중국은 기권했다.
안보리 결의안이 통과하려면 안보리 15개 이사국 중 9개국 이상의 찬성을 얻어야 하고 미국, 중국, 러시아, 영국, 프랑스 등 5개 상임이사국 중 어느 한 곳도 거부권을 행사하지 않아야 한다.
러시아는 미국안과 별개로 별도의 가자지구 결의안을 추진해 이번 결의안에 대해 거부권을 행사할 가능성이 거론됐지만, 아랍 지역 및 무슬림 국가의 지지를 고려해 기권을 표했다.
앞서 미국을 비롯해 카타르, 이집트, 아랍에미리트(UAE), 사우디아라비아, 인도네시아, 파키스탄, 요르단, 튀르키예 등 주요 무슬림 국가는 지난 14일 미국이 제안한 이번 가자지구 평화구상 결의에 지지 입장을 표한 바 있다.
가결된 가자지구 평화구상 지지 결의는 트럼프 대통령이 지난 9월 29일 제시한 '가자 분쟁 종식을 위한 포괄적 계획'(이하 가자지구 평화구상)을 지지하고, 분쟁 당사자들이 휴전 유지를 포함해 평화구상을 전면 이행할 것을 촉구하는 내용을 골자로 한다.
안보리는 이번 결의에서 과도 통치기구인 평화위원회(BoP)의 설립을 승인하고, 유엔 회원국들이 가자지구 내 '임시 국제안정화군'(ISF)을 배치할 수 있도록 했다.
평화위원회는 가자지구 평화구상에서 제시된 가자지구 과도 통치기구로, 과거 2차 세계대전 후 한국을 포함한 식민 지배 국가들을 상대로 이뤄진 유엔의 신탁통치 기구와 유사하다. 미국은 앞서 평화위 수장을 트럼프 대통령이 맡는다고 밝힌 바 있다.
안보리 결의는 평화위원회에 행정관리 권한을 부여하고, 가자지구 재건 및 경제회복 프로그램을 추진하는 역할을 수행할 수 있도록 했다. 가자지구 내 공공 서비스 및 인도적 구호의 조정 및 지원 업무도 맡게 된다.
안보리 결의는 ISF의 임무에 가자지구 내 안보 유지는 물론 '비국가 무장 그룹의 영구적인 무장해제'를 임무로 명시해 하마스의 무기 보유를 해제하는 역할을 함께 부여했다.
마이크 왈츠 주유엔 미국 대사는 이날 회의에서 "인도네시아, 아제르바이잔 등 다수의 무슬림 국가를 포함한 다수 국가에서 파병된 다국적 평화유지군이 통합 지휘 아래 배치돼 거리 치안을 지키고, 비무장화를 감독하며, 민간인을 보호하고, 안전한 통로를 통해 구호물자 호송을 지원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번 결의는 향후 팔레스타인의 국가 지위 인정 가능성도 언급했다.
가자 평화구상 결의는 이와 관련, "팔레스타인 자치정부(PA)의 개혁 프로그램이 충실히 시행되고 가자지구 재건이 진전된 후, 팔레스타인의 자결권과 국가 지위(statehood)에 도달할 수 있는 신뢰할 수 있는 경로를 위한 조건이 마침내 갖춰질 수 있을 것"이라고 언급했다.
이어 "미국은 평화롭고 번영하는 공존을 위한 정치적 전망에 합의하기 위해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간 대화를 수립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팔레스타인 국가 지위 관련 언급은 결의안 초안 논의 과정에서 이스라엘의 강한 반발을 샀던 지점이다.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는 이번 표결을 앞두고 전날 "팔레스타인 국가 수립을 위한 어떤 시도도 반대할 것"이라며 팔레스타인 독립 국가 인정 시도에 강한 반대 입장을 표한 바 있다.
한편 이날 기권을 표한 러시아의 바실리 네벤자 대사는 표결 후 발언에서 "미국 및 다른 중재자들의 노력을 높이 평가한다"면서도 "불행히도 '두 국가 해법'과 같은 핵심 요소가 미국안에 포함되지 않았다"라고 지적했다.
이어 "평화위원회와 ISF를 둘러싼 확실성도 없다"고 비판했다.
ISF의 임무에 하마스에 대한 영구적 무장해제가 언급된 가운데 하마스도 이날 결의안 채택에 반발했다.
AFP 통신에 따르면 하마스는 결의안 통과 후 성명에서 "이번 결의는 팔레스타인 사람들의 정치 및 인도주의적 수요와 권리 수준을 충족하지 못한다"라고 밝혔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