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연평균 환율 1,414원 달해
▶ 당분간 달러강세 지속 전망
▶ 유학생·주재원 고통 호소
▶ 일본 엔화약세까지 연동돼

원·달러 환율이 달러 강세와 엔화 약세 등의 여파로 1,460원대로 상승한 11일 서울 중구 명동 환전소에서 외국인들이 환전하고 있다. [연합]
원·달러 환율이 12월 장중 1,470원을 터치하며 7개월 만에 최고치를 기록했다. 지난 4월 이후 ‘킹 달러’가 재현되면서 올해 연평균 환율은 국제통화기금(IMF) 외환위기 직후인 1998년 기록을 넘어선 상황이다. 1,400원 중후반대에 달하는 환율이 ‘뉴 노멀’이 되가고 있는 만큼 한인들도 상당기간 강달러 시대에 대비해야 한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12일 서울 외환시장에서 원·달러 환율은 전날보다 2.40원 상승(원화 가치는 하락)한 1,465.70원에 주간 거래를 마쳤다. 이날 환율은 2.30원 내린 달러당 1,461원에 출발했지만 곧 상승세로 전환됐다. 오후 한때 1,470원을 터치하기도 했다. 장중 고가가 1,470원대를 기록한 것은 지난 4월 9일 이후 7개월 만이다.
올 들어 원·달러 환율은 1,400원대에 고착화되며 연평균 1,414원대를 기록하고 있다. 이는 IMF 외환위기 직후였던 1998년의 연평균 환율인 1,398원을 뛰어넘은 것이다. 오는 연말까지 원·달러 환율이 1,400원대 이하로 크게 떨어지지 않는 한 올해 원·달러 연평균 환율은 1998년 기록을 상회할 것으로 예상된다.
최근 환율이 급등한 건 외국인 투자자의 한국 증시 이탈 때문으로 분석된다. 이날 외국인은 유가증권시장에서 4,278억원어치 순매도했다. 서학개미 등 국내 투자자의 해외 투자 수요도 여전히 탄탄하다. 글로벌 통화가치 측면에선 원화는 엔화 약세를 따라가는 모습이다. 엔·달러 환율은 달러당 154엔대에서 상승세가 이어졌다. 다카이치 사나에 일본 총리가 연일 재정건전성보다 경기 부양을 중시하는 발언을 내놓은 데 따른 것이다.
최근 환율은 지난해 12월 비상계엄으로 정치적 불확실성이 컸던 시기와 비슷한 수준에서 움직이고 있다. 계엄 당일인 지난해 12월 3일 원·달러 환율은 장중 1,442원까지 치솟았고, 올해 4월 말까지 약 5개월간 1,410~1,480원대에서 움직였다. 정치적 불안이 해소된 지난 5월 1,300원대로 내려갔지만, 지난달부터 이날까지 31거래일 연속 1,400원대를 오가고 있다.
한국은행은 환율 급등에 경계감을 드러내고 있다. 이창용 한은 총재는 이날 싱가포르에서 한 블룸버그통신과의 인터뷰에서 달러 강세, 미국 정부의 셧다운, 미국의 인공지능(AI) 관련 주가 변동성, 일본 새 정부의 정책 불확실성, 미·중 무역 관계, 한·미 투자 패키지 등을 최근 원화 약세 요인으로 지목했다. 이 총재는 그러면서 사견을 전제로 “시장이 이런 불확실성에 지나치게 민감하게 반응하는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이 총재는 “당국은 과도한 변동성이 발생할 경우 시장에 개입할 의지가 있다”며 구두개입성 발언도 내놨다. 이 발언이 알려진 직후 환율은 장중 2원 가까이 급락하기도 했다.
LA 한인사회에서도 고환율의 여파를 체감하는 이들이 늘고 있다. 현지 기업 주재원 김모씨는 “급여를 원화로 송금해 가족 생활비를 충당하는데, 환율이 1,400원대 중반을 넘어서면서 체감상 써야 할 생활비가 10% 이상 모자란 느낌”이라며 “최대한 외식과 여행을 줄이고 집에 있으려고 한다”고 전했다. UCLA의 한 대학원생은 “달러 강세가 이렇게 오래 가는 건 처음”이라며 “비자 문턱도 높아지고 환율 상황마저 여의치가 않으니 학업을 접어야 하나 심각하게 고민이 된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원·달러 환율이 대외변수에 예민하게 반응하고 있는 만큼 당분간 강달러 현상이 지속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특히 다카이치 새 일본 총리의 공격적인 경기부양책이 원화 약세를 부추길 것으로 분석한다. 한 외환 전문가는 “다카이치 트레이드라고 불리는 엔화 약세의 움직임이 아시아 외환시장에 달러 강세를 강화하는 재료로 활용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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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홍용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