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상법분야 채무협상의 법적인 전략

2025-11-06 (목) 04:52:34 이예슬 / 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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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꼭 알아야 할 법률 상식과 궁금증 풀이

경기가 불안정하고 물가가 급등하는 요즘, 성실하게 일궈온 사업이 갑작스러운 재정난에 빠지는 경우가 적지 않다. 코로나19 팬데믹의 여파가 채 가시기도 전에 지속되는 인플레이션과 경기 침체는 특히 중소사업자들에게 큰 타격을 주고 있다.

상가 임대차 계약이나 장기 공급계약 등 고정비가 큰 구조를 가진 사업자는 부채가 쌓이기 시작하면 빠르게 압박을 느낄 수밖에 없다. 독촉장과 내용증명, 채권추심 전화가 잇따르면서도 대부분의 사업주는 영업을 유지하기에 바빠 자신의 채무 상황을 면밀히 검토할 시간을 확보하지 못한다. 결국 어느 순간 법원 판결문이나 강제집행 통지서를 받고서야 해결할 방법을 찾는다.

실무에서 임대차 채무불이행, 판결채권, 급여압류 등으로 파산 직전에 놓인 사업주들을 자주 만난다. 이 중 상당수는 전략적인 채무 협상을 통해 파산을 피하고, 개인 자산과 사업 운영을 동시에 지켜냈다. 많은 분들이 파산이 유일한 해법이라고 생각하지만, 실제로는 그렇지 않다. 물론 채권자가 다수이고 부채 규모가 과도한 경우에는 파산이 유효한 구제 수단이 될 수 있지만, 모든 상황에서 파산이 가장 유리한 선택이 아니라는 것을 기억하자.


채권자가 현실적인 회수 가능성을 고려할 때, 채무자의 재정 상태를 투명하게 제시하고, 정당한 근거를 갖춘 합의안을 제안하면 예상을 뛰어넘는 결과를 얻을 수 있다. 파산은 단기적으로 채무 부담을 (채무에 따라 다르지만) 없애지만, 장기적으로는 상당한 제약을 남긴다.

파산 기록은 통상 7~10년간 신용정보에 남아 신규 사업자금이나 개인 대출의 제한, 상가 임차, 장비 리스, 주택 임대의 어려움, 차량 구매, 신용카드 발급 등 신용 활동 제한 등의 여러 불이익을 초래할수 있다. 즉, 단기적 채무 면책의 이점보다 장기적 신용제한의 손실이 더 클 수 있다는 것이다.

특히 부채가 소수의 채권자에게 집중되어 있거나 규모가 크지 않은 경우에는, 협상을 통한 해결이 훨씬 더 효율적이고 실익이 크다. 채무자의 소득 수준, 자산 현황, 실제 생활 여건 등을 근거로 한 합리적 사정 사유를 제시하면 협상력이 강화된다. 이러한 과정을 전문적으로 이끌어내는 것이 바로 채무 협상 경험이 풍부한 변호사의 역할이다.

채무 협상은 파산 절차와 달리 비공개적이고 유연한 해결 방식이다. 법원 공개 기록을 남기지 않으며, 신용평가에 미치는 영향을 최소화할 수 있고, 사회적 평판을 유지하면서 부채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

채권자는 합리적인 합의(채무 조정) 를 통해 신속히 종결짓는 방향을 선호하는 경우가 많으므로, 무엇보다 협상을 통해 향후 금융 활동의 기회를 열어두고, 재기의 발판을 마련할 수 있다는 것이다. 재정적 어려움은 누구에게나 찾아올 수 있지만, 그것이 사업가의 미래를 결정짓지는 않다. 중요한 것은 상황을 명확히 파악하고, 감정이 아닌 전략으로 대응하는 것이다.

파산이 불가피한 경우도 있지만, 상당수의 경우 법률 전문가의 조력을 통한 채무 협상이 훨씬 더 실질적이고 지속 가능한 해결책이 될 수 있다. 적절한 법적 전략은 단순히 부채를 줄이는 것을 넘어, 개인의 자산을 보호하고 다시 일어설 수 있는 기반을 마련한다.

문의 (703) 821-3131
yyi@washingtonianlaw.com

<이예슬 / 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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