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니 발치, 통증 없이 끝낼 수 있을까?
“선생님, 사랑니 뽑으면 얼굴 붓는 거 맞죠? 며칠 회사 못 나가는 거 맞죠?”
진료실에서 가장 자주 듣는 질문이다. 20대 중반 직장인 이 씨는 3년째 사랑니 발치를 미루고 있다. 이유는 단 하나, “너무 아플 것 같아서”이다. 15년 넘게 수많은 사랑니를 발치해온 구강외과를 수련한 치과의사로서 말씀드리자면, 대부분의 두려움은 ‘실제 통증’이 아니라 ‘상상 속 통증’에서 비롯된다. 적절한 시기에, 올바른 방법으로 치료받으면 여러분이 생각하는 것보다 훨씬 수월하다.
사랑니는 왜 말썽꾸러기가 되었을까?
사랑니는 흔히 제3대 구치라고 불리며, 보통 17세에서 25세 사이에 맨 뒤쪽 어금니 자리에 나온다. 이름도 낭만적이다. 사랑을 느끼기 시작하는 나이에 난다고 해서 ‘사랑니’라는 이름이 붙었으니까.
하지만 낭만과 달리, 사랑니는 현대인에게 반갑지 않은 손님이다. 왜일까? 인류학적으로 보면, 사랑니는 과거 우리 조상들에게 꼭 필요한 치아였다. 날고기, 질긴 나무뿌리, 단단한 곡식을 씹어 먹으려면 튼튼한 어금니가 여러 개 필요했다. 당시 인류는 지금보다 턱뼈가 훨씬 컸고, 사랑니가 들어갈 자리도 넉넉했다.
그런데 문명이 발달하면서 음식은 부드러워졌다. 불을 사용해 요리하고, 칼로 잘게 썰어 먹게 되면서 강력히 씹는 힘이 필요 없어졌다. 그 결과 인류의 턱뼈는 점점 작아졌다. 문제는 치아의 개수는 그대로인데 턱은 작아졌다는 것이다.
사랑니, 반드시 뽑아야 할까?
“선생님, 제 사랑니는 안 아픈데 꼭 뽑아야 하나요?” 이것도 자주 받는 질문이다. 답은 간단하다. 모든 사랑니가 발치 대상은 아니다.
치아가 곧게 잘 나고, 위생 관리가 충분히 가능하며, 주변 치아에 영향을 주지 않는다면 굳이 뽑을 필요는 없다. 하지만 다음과 같은 경우라면 이야기가 달라진다.
첫째, 충치와 잇몸 염증의 온상이 될 때 사랑니가 기울어져 있으면 칫솔이 닿기 어렵다. 아무리 열심히 양치질을 해도 음식물이 끼고, 세균이 번식하기 쉬운 환경이 만들어진다. 결국 충치나 잇몸 염증으로 이어진다. 특히 사랑니 주변 잇몸이 붓고 아픈 ‘지치주위염’은 한 번 생기면 재발이 잦다.
둘째, 앞어금니를 위협할 때 더 심각한 건 매복된 사랑니가 바로 앞어금니(제2대 구치)에 닿아 있는 경우이다. 두 치아 사이에 음식물이 끼면서 앞어금니까지 충치가 생길 수 있다. 정말 안타까운 건, 멀쩡하던 앞어금니가 사랑니 때문에 망가져서 함께 발치해야 하는 상황까지 온다는 것이다.
셋째, 반대편 잇몸을 괴롭힐 때 위턱 사랑니는 잘 나왔는데 아래턱 사랑니는 매복된 경우가 있다. 이때 위턱 사랑니가 씹을 때마다 아래쪽 잇몸을 찌르게 된다. 마치 뾰족한 돌이 발바닥을 계속 누르는 것처럼 만성적인 자극과 염증을 일으킨다.
문의 (571)655-088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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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데이치과 원장 치의학 박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