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윤소야 뉴스타부동산 가든그로브 명예부사장
남가주에 사는 한인들에게 집은 단순한 주거공간 이상의 의미다. 미국에 정착하면서 가장 먼저 생각한 것도 내 집 마련이었고, 자녀 교육과 노후 준비도 집을 중심으로 계획했다. 그러다 보니 “집은 무조건 사두면 좋다”는 인식이 강했다. 하지만 위치, 구조, 관리 상태, 커뮤니티, 재건축 가능성, 세금과 보험까지 모두 따져야 진짜 집의 가치가 보인다.
예전에는 “집” 하면 그냥 가족이 들어가 사는 공간 정도로 생각했다. 그러나 지금은 다르다. 예를 들어 Fullerton, Irvine, Cypress 같은 지역을 보면, 같은 우편번호 안에서도 길 하나만 건너도 학군이 바뀌고, 재산세가 달라지고, 리스팅 가격이 몇십만 달러 차이 난다. 최근 연이은 산불, 홍수, 지진보험 문제까지 겹치면서 ‘집의 위치’는 다시 한 번 중요한 기준이 되었다. 보험이 아예 안 나오거나, 프리미엄이 두세 배 오른 집들도 있다. 이런 주택은 팔기도 어렵고, 임대도 쉽지 않다.
구조와 설계도 무시 못 한다. 리모델링 비용을 감당할 생각 없이 집을 사면 곧 후회하게 된다. 반면 지어진 지 30년이 넘었어도 주인이 수리와 관리를 꾸준히 해온 집은 여전히 경쟁력이 있다. 집도 사람처럼 ‘어떻게 살아왔느냐’에 따라 가치가 달라지는 것이다. 같은 정원이라도 뒷마당이 평평하게 잘 나왔는지, 주차장이 몇 대 가능한지, 부엌과 거실의 동선이 편한지에 따라 그 집의 활용도는 달라진다.
또 관리의 차이도 크다. 어떤 집은 주인이 몇십 년 동안 직접 잔디 깎고, 에어컨 필터 갈고, 외벽 페인트도 주기적으로 바꾸면서 정성을 들여 지켰다. 반면 어떤 집은 렌트만 주고 손을 놓은 채 건물과 마당이 다 낡아버린 경우가 많다. 두 집 모두 “싱글 하우스”지만 사는 사람의 수준과 집의 수명은 크게 달라진다. 요즘처럼 꼼꼼히 보는 시장에서는 관리 상태가 곧 가격이다.
한인 1세대들이 은퇴를 앞두거나 이미 들어간 시점에서 “어떤 집에서 노후를 보낼 것인가”도 중요한 문제다. 너무 큰 집은 유지비와 관리가 부담이고, 작은 콘도는 프라이버시 문제나 HOA 규제에 스트레스를 받을 수 있다. 또 어떤 사람은 자녀에게 물려줄 것을 생각해 유지하려고 하지만, 정작 자녀는 그 지역에 살 마음이 없는 경우도 많다.
투자 관점에서도 마찬가지다. 같은 가격으로 사더라도 리스 수익, 감가상각, 수리비, 세금 혜택, 관리 편의 등에서 집마다 결과가 완전히 다르다. 90만 불짜리 콘도가 계속 HOA비만 올라가고 임대도 안 나간다면, 80만 불짜리 듀플렉스가 더 나은 투자일 수 있다.
결국 집은 숫자로만 평가할 수 있는 부동산이 아니라, 사람이 사는 그릇이고 삶의 방식이 담기는 공간이다. 어떤 집은 시간이 지날수록 추억과 가치가 쌓이고, 어떤 집은 손볼수록 돈이 새어 나간다. 그래서 집을 볼 때는 “크기나 가격이 아니라, 이 집이 나에게 어떤 의미가 될 것인가”를 먼저 생각해야 한다.
남가주에서 사는 우리는 이미 집의 변화를 수십 년 동안 경험해왔다. 마켓 위기, 금리, 자연재해, 세법, 인구 이동까지 모든 변화가 집의 가치를 바꿔왔다. 그 속에서 우리가 배운 것은 하나다. 집은 벽과 지붕이 아니라 삶의 방향이다. 그리고 진짜 좋은 집은 사는 사람의 인생을 편안하게 이끌어주는 집이다.
문의 (213)718-7733
soyayoon@newstarrealt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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