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유럽 ‘러 드론’ 공포…곳곳서 “정체불명 드론 출몰”

2025-09-27 (토) 12:03: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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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덴마크·노르웨이·리투아니아·핀란드·프랑스·독일

▶ 러 “우크라, 전쟁에 나토 끌어들이려 자작극 공작”

유럽 ‘러 드론’ 공포…곳곳서 “정체불명 드론 출몰”

독일군 안티드론 시범 [로이터]

러시아발 드론 공포에 시달리는 유럽 각국이 자국 군사기지 등지에 정체가 확인되지 않은 드론이 출몰했다고 잇따라 공개하고 있다.

27일(현지시간) AP통신과 유로뉴스 등 외신에 따르면 덴마크 국방부는 전날 밤부터 이날 새벽 사이 스크뤼스트루프 공군기지와 윌란 기병연대 등 군사시설 여러 곳 근처에서 드론 활동이 포착됐다고 말했다.

현지 언론은 덴마크 최대 군사시설인 카루프 공군기지 상공에서도 드론이 목격됐다고 보도했다.


덴마크는 드론 출몰을 이유로 22일 코펜하겐 공항, 24∼25일 올보르 등 5개 공항 운영을 일시 중단했다.

노르웨이 당국도 F-35 전투기가 주둔하는 외를란 공군기지 인근에서 드론이 여러 차례 관측됐다고 이날 밝혔다. 노르웨이 오슬로 공항은 22일 드론 출몰에 운영을 중단한 바 있다.

리투아니아 빌뉴스 공항 측은 드론이 탐지됐을 가능성이 있어 전날 낮 12시께, 오후 7시15분께 두 차례에 걸쳐 공항 운영을 중단했다고 밝혔다.

핀란드 북부 로바니에미의 발라야소스키 발전소 상공에서도 지난 주말 드론이 목격됐다고 공영방송 윌레가 이날 보도했다.

러시아에서 상대적으로 멀리 떨어진 프랑스 북서부 무르멜랑르그랑 기지에서도 지난 22일 드론이 출몰해 보안 경보가 발령됐다고 유로뉴스가 전했다.

이 기지는 프랑스군 501기갑연대가 주둔하며 우크라이나군이 훈련도 하는 곳이다.

유럽 각국은 지난 10일 러시아 드론의 폴란드 영공침범 사건 이후 수상한 드론이 목격됐다고 잇따라 발표하며 러시아의 하이브리드 전술을 의심하고 있다. 러시아는 이같은 주장을 모두 부인한다.


알렉산더 도브린트 독일 내무장관은 이날 언론 인터뷰에서 특정한 조건이 충족되면 연방군이 드론을 격추하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독일 연방정부는 러시아가 띄운 걸로 추정되는 정찰 드론이 잇따라 출몰하자 올해 1월 이같은 내용의 항공보안법 개정안을 마련했다. 그러나 2월 조기총선으로 의회가 새로 구성돼 입법 절차를 다시 밟아야 한다.

독일은 25∼26일 사이 덴마크와 국경을 맞댄 슐레스비히홀슈타인주 상공에서 목격된 드론 여러 대가 스파이 행위를 했는지 조사 중이라고 공개했다.

독일 경찰은 이달 7일 발트해와 북해를 연결하는 슐레스비히홀슈타인주 노르트오스트제 운하에서 화물선 스캔라크호를 수색하고 러시아가 정찰드론 발사기지로 썼는지 수사 중이다.

독일 연방범죄수사청에 따르면 군사기지와 방산업체·에너지시설·공항·정부청사 등 핵심 인프라 인근에서 목격된 정체불명의 드론이 올해 1∼3월에만 536대였다.

유럽에서 연일 소동이 벌어지자 러시아는 '히스테리'이자 안보 국면을 조성해 국방비 지출을 늘리려는 술책이라고 깎아내렸다.

블라디슬라프 마슬레니코프 러시아 외무부 유럽국장은 리아노보스티통신에 "유럽연합(EU)이 사회·경제적 안정을 해치고 국민 생활수준을 낮춰가며 군사비 지출의 필요성을 대중에게 설득하고 있다"고 말했다.

러시아 외무부는 헝가리 언론을 인용해 우크라이나가 격추한 러시아 드론을 수리하고 타격 장비를 장착한 뒤 폴란드와 루마니아 등지에 날려 보낼 공작을 꾸미고 있다는 의혹을 제기했다.

마리야 자하로바 러시아 외무부 대변인은 "우크라이나가 러시아와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의 전쟁 명분을 만들기 위한 자신들의 글라이비츠 사건을 준비 중"이라고 주장했다.

글라이비츠 사건은 1939년 8월31일 폴란드군으로 위장한 독일군이 접경지역 글라이비츠(폴란드명 글리비체)의 방송국을 습격한 사건이다. 나치 독일은 폴란드에서 선제공격을 받았다고 주장하며 이튿날 폴란드를 침공해 제2차 세계대전이 발발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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