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도요타보다 비싼 거야?”… 25% 묶인 한국차 ‘비상등’

2025-09-16 (화) 12:00:00 조아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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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미 관세협상 난항 악재로
▶ 업계 가격역전… 현실화 우려

▶ 수출 주력 하이브리드 타격
▶ 불화실성에 현대차 주가 급락

“도요타보다 비싼 거야?”… 25% 묶인 한국차 ‘비상등’

15일 경기 평택항에 수출용 자동차가 세워져 있다. [연합]

한미 관세 협상 후속 협의가 속도를 내지 못하자 25% 관세에 묶인 국내 완성차 업계는 애가 타고 있다. 일본산 자동차의 미국 관세는 15%로 낮아지면서 미국 시장에서 일본차보다 한국차가 더 비싸지는 '가격 역전 현상'이 일어날 거란 우려가 큰 탓이다. 대미 자동차 수출에 대한 불확실성은 주가에도 반영돼 현대차·기아는 4% 안팎 낙폭을 기록했다.

15일 외신과 업계에 따르면 16일부터 일본의 대미 자동차 관세는 종전 27.5%에서 15%로 낮아진다. 최대 시장인 미국에서 일본과 치열한 경쟁을 벌이고 있는 우리 자동차 기업은 타격을 입을 가능성이 높아졌다. 한미 관세 협상이 난항에 빠지며 한국산 자동차는 미국에서 25% 관세에 묶여있기 때문이다. 그동안 관세 우위를 발판 삼아 미국에서 가격 경쟁력을 확보했던 현대차·기아 입장에선 악재나 다름없다.

이날 기준 각 사에 따르면 기아 스포티지 하이브리드는 미국 권장소비자가격(MSRP)이 3만290달러(약 4,200만 원)로 설정돼 있다. 경쟁 차종인 일본 도요타의 라브4(3만2,850달러)보다 360만 원가량 저렴하다. 스포티지는 8월 미국 시장에서 현대차·기아를 통틀어 가장 많이 판매된 차종이다. 한국과 일본이 각각 관세 인상 폭만큼 미국 내 판매 가격을 올린다고 가정하면, 스포티지(3만7,863달러)는 라브4(3만7,778달러)와 비교해 가격이 조금 높아진다. 우리 차에만 25% 고관세가 유지될 경우 가격 경쟁력에서 밀릴 수밖에 없다.


더군다나 현대차·기아는 미국에서 많이 팔리는 하이브리드차 대부분을 한국에서 만들어 수출한다. 당초 전기차 전용 공장으로 지은 미 조지아주 현대차그룹 메타플랜트 아메리카(HMGMA)에서 하이브리드차를 혼류 생산할 계획이지만 빨라야 2026년에야 가능한 것으로 알려졌다. 현대차·기아는 이달 말로 예정된 미국의 전기차 세액공제 혜택(7,500달러) 종료와 맞물려 하이브리드차를 전기차 대체제로 주목해 왔다. 하지만 이대로라면 꼼짝없이 관세 충격을 떠안아야 하는 실정이다.

관세 불확실성에 대한 우려는 주가에도 고스란히 담겼다. 이날 현대차와 기아 주가는 전 거래일 대비 각각 3.8%, 3.97%씩 급락했다. 코스피가 사상 첫 3,400선을 돌파하며 최고점을 갈아치운 것과는 전혀 다른 분위기를 탔다.

한미 관세 협상 서명이 지연되는 가운데 현대차는 18일(현지시간) 미국에서 중장기 전략 등을 발표하는 '2025 CEO 인베스터 데이'를 연다. 현대차가 인베스터 데이를 해외에서 여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2024년 말 취임 후 첫 인베스터 데이에 서는 호세 무뇨스 사장은 이날 미국의 관세 대응을 비롯해 하이브리드 생산 및 판매 전망 등을 포함한 전략을 내놓을 것으로 예상된다.

<조아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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