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좀비 압류’ 동반 상승 악재
▶ 미 전국 2,500만채나 달해
▶ ‘수급 불균형·지역 슬럼화’
▶ 투명성·규제 강화해야 지적

투자자들이 보유하고 있는 주택들이 갈수록 늘어나며 부실률도 악화되고 있다. 이는 매물 부족으로 가격 상승요인으로 작용하기도 한다. 미국 내 한 주택단지의 모습. [로이터]
대형 투자기업들이 소유한 주택 가운데 빈집 비율이 증가하면서 ‘좀비’ 압류 주택도 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전문가들은 투자자 소유 좀비 압류주택이 증가할 경우 관리소홀 등 지역사회가 슬럼화될 수 있다며 투자기업들에 대한 규제 강화와 당국의 개입이 필요하다고 지적한다.
14일 부동산 데이터 분석업체 애텀이 발표한 ‘올해 3분기 빈 주택 및 좀비 압류 보고서’에 따르면 전체 미국 주택 가운데 약 1.3%에 해당하는 138만5,902채가 현재 비어 있는 상태다. 공실률은 최근 3년 반 동안 거의 변화 없이 유지되고 있지만, 압류 절차에 들어간 주택들 중 좀비 상태로 분류되는 비율은 증가 추세다.
올해 3분기에는 압류 절차에 있는 주택은 22만2,318채로, 이 중 약 3.38%에 해당하는 7,519채가 좀비 주택으로 나타났다. 이는 2분기의 3.30%, 지난해 3분기의 3.14%보다 소폭 높은 수치다.
주별 좀비 압류 비율 변화도 주목할 만하다. 올해 3분기 콜로라도는 전년 대비 115% 증가했으며, 워싱턴주(114%), 아이오와(84%), 노스캐롤라이나(80%), 오클라호마(72%) 등의 증가폭이 컸다. 반대로 조지아, 뉴저지, 일리노이, 뉴욕 등은 좀비 비율이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문제는 대형 투자자 소유 주택 가운데 빈집 비율이 갈수록 높아지고 있다는 점이다. 일반적으로 투자자 소유 부동산은 임대, 재판매 또는 갑작스러운 매매를 통해 수익을 창출하기 위해 매입하는 부동산 자산이다. 투자자에게는 수익성이 있을 수 있지만, 가격 상승, 빈집 발생, 관리 소홀 등으로 지역 사회에 악영향을 미치는 경우가 많다.
보고서에 따르면 전체 투자자 소유 주택 2,490만채 중 약 3.6%에 해당하는 88만2,336채가 비어 있는 상태다. 주별로 보면 인디애나의 투자주택 공실률이 7.2%로 가장 높고, 일리노이(6.1%), 오클라호마(5.9%), 앨라배마(5.9%), 오하이오(5.8%) 등이 뒤를 잇고 있다. 반면 뉴햄프셔(0.9%), 버몬트(1.0%) 등 북동부 일부 주는 비교적 낮은 공실률을 유지 중이다.
보고서는 빈집과 좀비 압류주택이 증가하게 되면 인접 주택들의 매매가치가 낮아지고, 유지·관리되지 않은 건물들이 환경 악화와 범죄 증가 등의 문제를 유발할 수 있다고 경고한다. 롭 바버 애텀 최고경영자(CEO)는 “빈집과 좀비 부동산은 주변 부동산 가치를 떨어뜨리고 지역 주택시장에 악순환을 유발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인디애나주 공정주택센터의 연구에 따르면 인디애나주에서는 기업 투자자들이 메리언, 해밀턴, 핸콕, 헨드릭스, 존슨 카운티에서만 4만채가 넘는 단독주택 임대주택을 통제하고 임대하고 있다 .
아울러 투자자 소유 주택 증가와 좀비 부동산 증가는 주택 공급과 수요의 불균형을 야기할 수 있다. 투자자들이 다수의 주택을 소유하고 공실로 유지하게 되면, 실제 거주를 원하는 구매자나 세입자들은 경쟁이 줄고 선택 폭이 좁아지기 때문이다.
전문가들은 투자기업들에 대한 투명성과 규제를 강화해야 한다고 지적한다. 투자자 소유 주택에 대한 공공 데이터 공개를 확대하고 빈집 유지에 대한 세금 또는 벌금 부과 등을 통해 공실 유지 동기를 줄이는 방안 등이 대안으로 제시된다.
한 시민단체 관계자는 “무책임한 투자자들은 빈집을 방치하고, 임대 주택의 기준 준수를 거부하며 세입자의 요구를 무시함으로써 주택을 파괴할 수도 있다”며 “한 지역에 대량의 부동산을 매입하는 투자자들은 가격 과열을 유발하고 시장 변동성을 증가시킬 수 있다”고 우려했다.
<
박홍용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