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러시아에 유리한 평화안…타결 불발·전쟁 계속돼도 우크라에 ‘승기’

러시아 국가안보회의 화상회의하는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 [로이터]
3년 넘게 계속되고 있는 우크라이나 전쟁이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에게 일방적으로 유리한 방향으로 흘러가고 있다.
뉴욕타임스(NYT)는 24일 종전 협상의 타결 여부와 관계없이 러시아가 승기를 잡은 분위기라고 보도했다.
일단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최근 제안한 28개 항목의 평화 구상안 자체가 러시아에 일방적으로 유리한 내용이다.
미국은 최근 우크라이나의 불만을 반영해 평화 구상안 일부를 수정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푸틴 대통령이 이 같은 수정안에 동의할지 여부에 대해선 부정적인 전망이 적지 않다.
푸틴 대통령은 지난 21일 러시아 국가안보회의 화상회의에서 트럼프 대통령의 평화 구상안에 대해 "최종 평화적 해결의 기반으로 이용될 수 있다"고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다만 그는 협상 타결에 집착하지 않겠다는 입장을 분명히 했다.
푸틴 대통령은 협상 불발 시 "무력을 통해 우크라이나를 계속 밀어붙일 것"이라며 "러시아가 원하는 것처럼 빠르지 않을 수 있어도 불가피하다"고 말했다.
러시아로서는 전쟁을 계속하는 시나리오도 전혀 문제가 없다는 이야기다.
협상이 무위로 돌아간다면 트럼프 대통령이 우크라이나에 대한 지원을 중단할 가능성이 높다는 점도 무력 대결에 대한 러시아의 자신감을 높이는 요인으로 꼽힌다.
우크라이나 지원 문제를 놓고 미국과 유럽의 갈등이 심화하는 상황도 러시아 입장에선 전략적인 승리가 될 수 있다.
러시아의 권위주의 체제는 푸틴 대통령이 여유를 보일 수 있는 원동력이라는 평가다.
최근 유가 하락과 트럼프 행정부의 제재로 러시아 경제는 어려움을 겪고 있고, 전장에서도 인명과 장비 손실이 적지 않지만, 푸틴 대통령은 우크라이나에 비해 전쟁에 대한 부담이 상대적으로 적다는 것이다.
'시간은 나의 편'이라는 여유를 보이고 있는 푸틴 대통령과 달리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은 국내·외적으로 압박을 받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이 평화 구상안 수용을 압박하는 상황에서 국내적으로는 대형 부패 스캔들이 터져 젤렌스키 대통령이 정치적 타격을 받은 상태다.
전선 상황도 우크라이나에 불리한 방향으로 전개되고 있다.
전문가들은 현재 상황을 서방과 러시아의 '오래 버티기 대결'에 비유하고 있다.
베를린 소재 카네기 러시아-유라시아센터의 알렉산더 가부예프 소장은 "고통을 참는 대결에서 푸틴은 강인한 모습을 보였고, 러시아 체제도 강철같이 버텼다"며 "우크라이나인들도 강인한 모습을 보였지만 버틸 수 있는 자원이 부족했다"고 지적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