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산불 등 자연재해 잦아지며 주택보험료 폭등”

2025-09-12 (금) 12:00:00 박홍용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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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난 3년동안에만 24% 급등
▶ 보험사 철수·갱신거부 속출

▶ 주택 압류율 30%까지 증가
▶ “재해 더 잦아질 것 우려”

“산불 등 자연재해 잦아지며 주택보험료 폭등”

기후 변화로 인해 산불 등 자연 재해가 늘면서 가주 등 전국에서 주택 보험료 인상의 주요 요인으로 자리잡고 있다. 가주 내 한 주택단지의 모습. [로이터]

기후 변화가 불러온 기상 이변이 주택 소유자들을 옥죄고 있다. 산불·허리케인·홍수가 갈수록 잦아지면서 지난 3년간 주택 보험료는 평균 24% 급등했고, 보험료를 감당하지 못한 집주인들의 압류율까지 덩달아 치솟고 있다.

전문가들은 “지구 온난화로 재해가 더 빈번해지면 보험료 상승과 압류 증가의 악순환이 이어져 주택 시장 전체를 위협할 수 있다”고 경고한다.

11일 보험정보연구소에 따르면 미국 내 기상재해로 인한 보험 재산 손실은 연간 1,000억달러에 육박한다. 보험사들은 손실을 메우기 위해 보험료를 급격히 올리고, 위험 지역에서는 갱신 거부나 철수하는 일이 빈번해지고 있다. 소비자연맹(CFA) 보고서에 따르면 2021~2024년 사이 주택 보험료는 평균 648달러 상승해 24% 뛰었다. 특히 캘리포니아, 플로리다, 텍사스처럼 자연재해 위험이 큰 지역에서 인상폭이 더 크다.


기후 위기는 단순한 기온 상승을 넘어 재난의 일상화를 불러오고 있다. 산불 시즌은 해마다 길어지고 일부 지역에서는 사실상 연중 이어지고 있으며, 폭풍과 집중호우는 과거보다 훨씬 짧은 주기로 발생한다.

딥 스카이 리서치에 따르면 과거 100년에 한 번 발생하던 초대형 산불은 앞으로 5년마다 닥칠 수 있고, 극심한 허리케인 강우량도 100년 주기에서 25년 주기로 줄었다. 조지아대 매튜 아우어 학장은 “비용이 많이 드는 자연재해와 기후변화 사이에는 명백한 연관성이 있다”고 지적했다.

실제로 지난 1월 LA에서 발생한 2건의 대형 산불은 보험 업계에 큰 충격을 안겼다. 딥 스카이 리서치의 맥스 두간 나이트는 “이 사건으로만 보험사들이 500억달러대 규모의 손해배상 책임을 지게 됐다”며 “이런 사건이 몇 번만 이어져도 보험사들이 파산하고 보험 시장 전체가 붕괴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또 보험료 상승은 주택압류 위험을 높이는 트리거로 작용하고 있다. 퍼스트 스트리트 연구소는 보험료가 1% 오를 때마다 전국 압류율이 약 1% 높아진다고 분석했다. 현재 주택 압류의 7%가 기후재해와 직접적 연관이 있지만, 2035년에는 최대 30%까지 늘어날 수 있다는 전망도 나왔다.

보험사들은 화재·폭풍 피해를 보장 범위에서 제외하거나 자기부담금을 높였고, 아예 갱신을 거부하기까지 하고 있다. 특히 캘리포니아의 경우 2018년 이후 화재 고위험 지역에서만 3만건 이상의 보험이 갱신되지 않았다. 아우어 학장은 “캘리포니아 사례가 언론에 크게 보도됐지만, 애리조나·몬태나·뉴멕시코 같은 주에서도 갱신 거부와 철수가 현실화되고 있다”고 전했다.

일부 보험사들은 결국 특정 주를 떠나는 길을 택한다. 규제 탓에 보험료를 충분히 올릴 수 없거나 재해 위험이 지나치게 크다고 판단되면 아예 시장에서 발을 빼버리는 것이다. 이로 인해 남은 보험사들의 부담이 커지고, 또다시 보험료 인상으로 이어지는 악순환이 반복된다.

결국 기후변화가 몰고 온 위기는 주택 소유주와 보험사 모두를 옥죄는 이중의 굴레가 되고 있다. 전문가들은 “아무것도 변하지 않은 것처럼 행동하는 보험사는 사라질 것”이라며 기후 위험을 정밀하게 예측하고 제도적 대응책을 마련하지 않는다면 미국 주택시장은 장기적인 불안정에 빠질 것이라고 경고하고 있다.

<박홍용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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