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싱크대에 갇힌 게

2025-09-05 (금) 07:03: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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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중길 포토맥 문학회, VA

소파에 잠깐 주저앉아
바닷가의 물소리를 따라가는 꿈
푸른 물결이 가슴을 흔들며
조용히 다가온다

깊은 바닷속의 비밀을 건지려
던지는 낚싯대 실 끝에 뜨는 긴장감
품고 가는 수평선에 뛰어 오르는
커다란 물고기의 유혹
숫자만큼의 파닥거림

순간의 손맛, 진동을
두 손으로 힘껏 끌어올렸을 때
황홀한 순간을 집어 삼킬 듯
집게를 크게 벌리며
실 끝에 매달린 검푸른 게


바닷속의 음침한 비밀을 간직한 듯
무서운 속도로 튀어나온 두 눈
부릅뜨며 갑자기 손끝을 문다

깜짝 놀라 낮잠에서 깨어나
바라본 싱크대 안에 갇힌 게들이
거품을 내뿜으며 노려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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