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한인 대졸자들 “일자리가 없어요”… ‘채용 절벽’ 실감

2025-09-04 (목) 12:00:00 조환동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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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불확실성에 채용 소극적
▶ 7월 구인 718만건 불과

▶ 10개월 만에 최저치 하락
▶ 고용냉각 신호인가 ‘촉각’

한인 대졸자들 “일자리가 없어요”… ‘채용 절벽’ 실감

경제 불확실성이 커지면서 기업들이 채용을 줄이자 취업자들은 험난한 취업 전쟁을 벌여야 한다. 최근 남가주에서 열린 한 채용박람회 행사의 모습. [로이터]

올해 남가주에서 대학교를 졸업하고 취업과 독립의 꿈에 부풀어있던 한인 박모양은 10여개 회사에 이력서를 보내고 인터뷰도 3군데나 했지만 아직 취업에 성공하지 못했다.

박 양은 “좋은 양질의 구인 건수가 많이 줄어 구직을 하는데 힘들고 기본적으로 기업들이 채용을 많이 하지 않는 것 같다”며 “함께 졸업한 주위 친구와 동창들도 상당수가 취업을 하지 못하고 있다”고 말했다.

또 다른 올해 한인 졸업생 김모군은 “하이텍 기업에 취직을 하고 싶은데 너무 어렵다”며 “원하는 초봉이나 대우 기대치를 대폭 낮춰야할 것 같다”고 한숨을 내쉬었다.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의 관세 정책 등으로 경제 불확실성이 커지면서 기업들이 채용에 소극적이다. 여기에 관세로 인한 인플레이션이 여전히 심각한 상황에서 소비자들은 소비를 줄이면서 기업들의 매출 전망도 불투명하기 때문이다.

기업들이 자동화에 투자하고 인공지능(AI) 기술을 적극 활용하면서 신규 채용 규모도 줄었다.

이같은 이유 등으로 취업 전문가들은 올해 대학 졸업자들이 예년 졸업생에 비해 취업을 하는데 훨씬 힘들 것이라고 분석했다.

전국 노동시장의 수요 흐름을 보여주는 구인 규모도 두 달째 하락하며 10개월 만에 가장 적은 수준으로 떨어진 것으로 나타났다.

연방 노동부는 3일 공개한 구인·이직보고서(JOLTS)에서 7월 미국의 구인 건수가 718만1,000건으로 집계됐다고 밝혔다. 이는 지난해 9월(710만3,000건) 이후 10개월 만에 가장 적은 수준이다. 다우존스가 집계한 전문가 전망치(740만건)도 밑돌았다.

코로나19 팬데믹 기간이 포함된 2021년 1월 이후 전국 월간 구인 건수가 720만건 밑으로 떨어진 것은 2024년 9월과 지난 7월 단 두 차례에 불과하다.

의료·사회지원 부문의 구인 규모가 18만1,000건 줄었고, 예술·연예·레크리에이션 부문 구인이 6만2,000건 감소했다.


전국 구인 건수는 지난 5월 771만2,000건에서 6월 735만7,000건으로 떨어진 뒤 2개월 연속 하락 흐름을 보이고 있다. 코로나 이전 1,200~1,300만건에 달했던 것과 비교하면 거의 반토막 수준이다.

연방 노동부 자료에 따르면 지난 6월 전국 신규 채용률(전체 고용에서 신규 채용이 차지하는 비중)은 3.3%에 그쳤다. 팬데믹 직전인 2020년 2월의 3.9%보다 낮은 수치다. 고용 시장이 급속히 회복세를 보이던 2021년 11월의 4.6%보다는 훨씬 낮다.

직원 해고도 많지 않다. 6월 전체 고용에서 해고 비율은 1%로, 2021년 고용 시장이 호황이었을 때 기록했던 사상 최저치 0.9%에 근접하고 있다.

월스트릿저널(WSJ)은 최근 고용주들의 ‘해고를 안 하지만 뽑지도 않는다’는 노동시장 트렌드가 확산되면서 노동시장의 취약성이 부각되고 있다고 최근 보도했다.

실제 연방 노동부에 따르면 7월 비농업 부문 고용은 전월보다 7만3,000명 증가하는 데 그쳤다. 이같은 고용증가도 이전 14만~15만명 수준에 비하면 큰 폭의 하락이다. 6월의 14만7,000명과 올해 평균치인 13만명의 거의 절반 수준이다.

경제학자들은 특히 젊은 세대가 취업에 어려움을 겪고 있으며, 이직 빈도가 높은 저소득층 근로자의 임금 상승률도 눈에 띄게 둔화했다. 많은 사람이 구직 활동에 시간을 할애하고 있으며, 최소 반 년 이상 실업을 겪고 있다고 분석했다.

전국 노동시장이 냉각되고 있다는 분석이 나오는 가운데 월가에서는 중앙은행 연방준비제도(FRB·연준)가 이달 기준금리 인하에 나설 가능성을 90% 이상으로 예상하고 있다.

월가에서는 또 오는 5일 발표되는 8월 비농업 고용보고서에 최근 고용 상황이 어떻게 변화했을지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조환동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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