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트럼프 정부, 브라질 보우소나루 前 대통령 재판 주심 전방위 압박

1일(현지시간) 환한 미소 짓는 알레샨드리 지모라이스 브라질 연방대법관[로이터]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의 제재 대상에 오른 브라질 연방대법관은 1일(현지시간) "비겁하고 무의미한 위협에 굴복하지 않을 것"이라며, 미국에서 '문제' 삼는 자이르 보우소나루(70) 전 대통령의 쿠데타 모의 혐의 등의 사건을 올해 중 마무리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알레샨드리 지모라이스(56) 브라질 대법관은 이날 브라질리아에 있는 연방대법원(STF)에서 열린 전원합의체 회의에서 모두 발언으로 "저는 제게 적용된 미국의 제재를 무시하고 제 소임을 다할 것"이라며 "압력이나 강요를 통해 부당하게 재판에 개입하려는 어떠한 시도도 거부한다"고 말했다.
지모라이스 대법관이 자신에 대한 미국의 제재 발표와 관련해 공식적으로 입장을 밝힌 건 이번이 처음이다.
브라질 사법부 방송 채널(TV Justicia·Radio Justicia)과 유튜브를 통해 전국에 생중계된 이날 회의에서 지모라이스 대법관은 보우소나루 전 대통령을 피고인으로 하는 '중요한 형사 사건' 선고를 올해 하반기 중 내릴 예정이라고 못 박았다.
'열대의 트럼프'라는 별명을 가진 보우소나루 전 대통령은 2022년 대선 패배 후 각료와 함께 쿠데타를 모의하거나 자신의 지지자를 선동해 2023년 1·8 선거 불복 폭동을 야기했다는 혐의 등으로 기소된 상태다.
루이스 이나시우 룰라 다시우바 대통령에 대한 암살 계획에도 관여한 것으로 현지 검찰은 밝힌 바 있다.
브라질 연방대법원은 대통령의 헌정질서 훼손 심판을 규정한 '특별재판관할권'(Foro privilegiado)에 따라 보우소나루 전 대통령과 직·간접적으로 연관된 각종 사건을 직접 살피고 있다.
앞서 트럼프 미 대통령은 브라질에 50% 관세를 부과하는 내용의 서한을 룰라 브라질 대통령에게 보낸다고 소셜미디어 트루스소셜을 통해 공개하면서, 고율 관세 부과 결정을 내린 주요 배경 중 하나로 보우소나루 전 대통령에 대한 쿠데타 모의재판을 지목했다.
여기에 더해 미국 재무부는 '글로벌 마그니츠키 인권 책임법'에 따라 지모라이스 대법관을 제재 대상에 올린다고 발표했다.
미국의 글로벌 마그니츠키법은 외국에서 중대한 인권 침해를 저지른 이들을 제재할 권한을 행정부에 부여하는 것을 골자로 한다. 보우소나루 전 대통령에 대한 재판 진행이 인권 침해라는 주장이다.
이 조처에 대해 브라질 상원의장·대법원장·외교부 장관 등은 일제히 지모라이스 대법관을 지지하는 입장을 표명했다.
룰라 대통령 역시 대법관에 대한 미국 정부의 제재를 규탄하며 "아마도 트럼프는 브라질에서 사법부가 독립적이라는 것을 모르는 모양"이라고 냉소적인 반응을 보였다.
지모라이스 대법관은 국가 주권 훼손, 재판 중 강요, 수사 방해 등 혐의로 경찰의 추가 수사를 받는 보우소나루 전 대통령에 대해 가택연금과 전자발찌 착용 등을 한시적으로 명령하기도 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