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한국 다녀오던 한인 영주권자 ‘봉변’

2025-07-30 (수) 07:43:28 유제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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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5살 때 미국 온 대학 연구원 김태흥 씨 SFO 공항서 체포돼

▶ 1주일 넘게 구금 아무런 설명 없이 변호사 접촉도 차단

한국 다녀오던 한인 영주권자 ‘봉변’

한국 영주권자인 김태흥 씨(오른쪽)가 동생 결혼식 참석을 위해 한국을 방문하고 돌아오다 공항에서 체포·구금됐다. <사진=NAKASEC 제공>

미국에서 35년간 합법적인 영주권자로 지낸 한인 연구원이 지난 21일 샌프란시스코 국제공항(SFO)에서 체포돼 일주일 넘게 구금되어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워싱턴포스트 29일자 보도에 따르면 텍사스 A&M대에서 라임병 백신 연구로 박사 과정 중에 있는 김태흥(Tae Heung “Will” Kim, 40) 씨는 남동생의 결혼식에 참석하기 위해 2주간 한국을 방문하고 돌아오는 길에 아무런 설명도 없이 구금됐으며 변호사 접촉도 허용되지 않고 있다.

부모를 따라 5살 때 이민 온 김 씨는 합법적 신분으로 미국에서 35년을 살았다. 그의 변호사 에릭 리(Eric Lee) 씨에 따르면 이민당국은 김 씨를 구금한 이유를 밝히지 않았으며 그가 변호사와 대화하거나 가족과 직접 소통하는 것을 막았고 지난 25일 어머니와 짧은 통화를 했던 것이 전부였다.


리 변호사는 28일 포스트와의 인터뷰에서 “35년간 미국에서 영주권자로 살아온 사람을 단지 2주간 해외 휴가를 다녀온 것으로 구금하고 헌법이 보장한 권리도 제한했다”며 “이는 정부가 스스로 법을 어기고 있다고 인정하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한편 리 변호사는 “2011년 김 씨가 텍사스에서 마리화나를 소지한 혐의로 기소된 적이 있지만 당시 지역사회 봉사를 통해 해당 기록을 비공개로 유지하는 청원이 받아들여졌다”고 밝혔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강경한 이민단속을 강조하며 특히 폭력 전과가 있는 불체자를 추방하겠다고 했지만 실제로는 형사 기록이 거의 없거나 무고한 사람들이 체포되고 심지어 김 씨처럼 영주권, 합법 체류 비자를 소지한 사람들까지도 단속 대상에 포함되고 있다.

또한 트럼프 행정부에서 김 씨처럼 구금된 다른 외국 태생 연구원들로는 이스라엘에 대한 미국 외교 정책에 반대하는 견해를 표현해 ‘국가 안보 위협’으로 지목된 학자가 있고 러시아 출신 하버드대 연구원이 개구리 배아 밀수 혐의로 기소된 사례 등이 있다.
포스트는 김 씨의 어머니(Yehoon Sharon Lee, 65)와 접촉해 아들의 건강과 식사를 걱정하는 안타까운 마음을 전하며 어렸을 때부터 천식을 앓았던 김 씨가 무사히 잘 지내고 있는지를 물었다고 전했다.

김 씨의 부모는 1980년대 사업 비자로 미국에 왔으며 이후 시민권을 취득했다. 그러나 당시 김 씨는 미성년 자녀 연령을 초과해 자동으로 시민권을 받지 못하고 영주권 상태로 남아있었다. 김 씨의 어머니는 “미국에 이민 와서 이곳이 평등한 권리와 헌법이 모두에게 적용되는 나라라고 생각했다”며 “여전히 미국이 기회의 나라라고 생각하지만 취약한 이민자들은 자신을 보호하기 위해 이민법을 배워야 한다”고 당부했다. 그는 또 “구치소에 수감된 아들의 처지에 슬픔과 충격을 느낀다”며 “미주한인봉사교육단체협의회(NAKASEC) 핫라인을 통해 도움을 요청했다”고 밝혔다.

NAKASEC은 “김 씨의 사례는 아시안 및 이민자 커뮤니티에 대한 트럼프 행정부의 탄압을 상징한다”며 “그의 연구가 공공 보건에 필수적인 기여를 할 수 있음에도, 정부는 오히려 이를 방해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유제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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