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동양정신문화연구회 노영찬 교수 도덕경 강독

지난 19일 조지메이슨 대학에서 노영찬 교수가 도덕경 28장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요즘 세상은 남보다 위에 서서 정상에 올라가려고만 한다. 그러나 노자는 그 반대쪽에서 도(道)를 찾았다. 어둠 또는 골짜기에서 참 진리와 지혜를 찾는 것이 진정 현명하며 그것이 도(道)라 봤다.”
지난 19일 조지메이슨 대학에서 열린 동양정신문화연구회(회장 김면기) 월례강좌에서 노영찬 교수(조지메이슨대)는 “도덕경 28장은 도덕경의 요점을 은유(metaphor)로 표현하며 이 세상 원리를 알려주고 있다”고 전제했다. 그 원리는 모든 사물을 볼 때 이원론적으로 분리하지 않고 모호성을 인정하며 대칭되는 것을 서로 연결시켜 이해해야 한다는 것이다. 반드시 강한 쪽이 아니라 약한 쪽, 밝은 쪽이 아니라 어두운 쪽, 남성 보다는 여성, 영광스러움 보다는 치욕도 이해해야만 도(道)에 가까워질 수 있다고 말했다.
노자가 가장 좋아하는 도의 상징이 계곡이다. 서양종교 특히 유대교 기독교에서 계곡은 ‘사망의 음침함’(시편 23편)을 상징하나 노자는 그 반대로 계곡은 삶의 상징 곧 생명의 원천으로 봤다. 계곡은 남을 이롭게 해 주는 덕(德)의 근원으로 덕은 어린아이의 천진함으로 돌아가게 해 준다는 것.
노 교수는 “비록 우리가 어릴 때의 순수성은 잃어버렸지만 제 2의 순수성은 가질 수 있다. 제2의 순수성은 사물을 이원론적 흑백으로 나누는 것이 아니라 둘의 상호관계 아래 연결고리를 찾으면서 항상 낮은 곳, 어두운 곳을 찾는 겸허한 마음을 의미한다”고 설명했다. 바로 이것이 노자가 말하는 박(樸) 즉 거친 통나무의 모습이다. 잘 정리되고 세련된 모습이 아니라 꾸미지 않은 원래의 모습이다. 이러한 통나무는 훌륭한 그릇이 될 수도 있고, 책상이 될 수도 있는 가능성을 지니고 있다. 이미 완성된 것이 아니라 완성으로 향하는 가능성을 가진 것이 바로 도(道)이다.
노 교수는 “이러한 도(道)의 능력을 가진 사람은 이 세상을 다스려 나갈 때 가르고 쪼개는 것이 아니라 한복 옷감처럼 하나로 모으고 버리지 않는다”며 “적재적소에 사람을 쓰면서 세상과 사람을 이롭게 할 줄 아는 지혜를 쌓는 것이 현재의 리더들이 새겨야 할 덕목”이라고 강조하며 강좌를 마무리했다.
한편 김면기 회장은 강좌 시작에 앞서 “이제는 우리 모임이 하나의 커뮤니티가 된 것 같다. 고전공부를 통해 단순히 지식만을 쌓는 게 아니라 삶의 길을 찾는 귀한 공동체가 되길 바란다”고 인사했다.
이날 강좌에는 오랜만에 나온 이영묵 소설가, 김영기 조지워싱턴대 명예교수 등 50여명이 참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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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영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