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관세가 불러온 K-뷰티 ‘사재기’ 열풍

2025-07-21 (월) 07:08:01 노세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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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미국 소비자들“값 오르기 전에 쟁여두자”

▶ 8월1일 고율관세 예고에 한국 화장품 대량 구매, “K상품 글로벌 인기 반영”

관세가 불러온 K-뷰티 ‘사재기’ 열풍

K-뷰티 소비자들이 한국산 화장품 매대에 몰려 상품을 촬영하는 모습. [로이터]

LA에 거주하는 한인 에스더 이(32)씨는 최근 온라인으로 한국산 화장품 1년 치 아이라이너와 자외선 차단제를 구입했다. 평소보다 3배가량 많은 양에 수백 달러를 쓴 이씨는 “내 화장품의 80%가 한국 제품”이라며 “관세가 현실화되면 한국 방문 시 대량 구매하거나 지인을 통해 구입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17일 뉴욕타임스(NYT)는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오는 8월1일부터 한국산 수입품에 최대 25%의 관세를 부과하겠다고 예고하자 미국 내 K-뷰티 소비자들 사이에서 ‘사재기’ 현상이 확산되고 있다고 보도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4월 한국과 일본을 대상으로 한 전면적 관세 부과 방침을 시사했고, 한때 유예됐던 조치는 7월 초 다시 부활했다. 그는 한국 정부에 8월 1일까지 합의가 없으면 관세를 부과하겠다는 입장을 통보한 상태다.


이같은 정책 변화는 미국 내 K-뷰티 팬들의 불안 심리를 자극하고 있다. 소셜미디어 인플루언서들은 ‘언박싱’ 영상으로 대량 구매를 인증하고 있다. 한국 화장품을 취급하는 매장에도 “지금 사두자”는 소비자 발길이 이어지고 있다.

K-뷰티 브랜드 ‘크레이브뷰티’를 운영 중인 리아 유씨는 “관세는 뷰티 산업에 큰 영향을 줄 것”이라며 “한국 제품의 가장 큰 장점이었던 ‘가성비’가 흔들릴 수 있다”고 우려했다. 노스캐롤라이나 주립대 롭 핸드필드 교수는 “미국과 한국 간 합의 가능성이 낮아 보인다”며 “관세를 우려한 소비자 행동은 계속될 것”이라고 진단했다.

한편 한국 화장품 수출은 빠르게 증가하고 있다. 한국 관세청에 따르면 올해 1~5월 화장품류 수출은 40억4,000만 달러로 전년 대비 20.8% 증가했으며, 미국으로의 수출은 67.8%나 늘어난 7억2,000만 달러에 달했다.
한국 화장품의 인기 비결은 혁신적인 제품, 우수한 품질, 합리적인 가격, 그리고 K-콘텐츠의 영향력 등 다양한 요인들이 복합적으로 작용한 결과다. 특히, 한국 특유의 스킨케어 루틴과 독특한 제형, 그리고 높은 가성비가 글로벌 소비자들의 마음을 사로잡았다.

또 한국 드라마, 음악, 영화 등 K-콘텐츠의 세계적인 인기는 한국 문화 전반에 대한 관심을 높였고, 자연스럽게 K-뷰티에 대한 관심으로 이어졌다는 게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노세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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