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뉴욕증시 ‘AI 버블’… ‘IT 버블’ 때보다 더 심각”

2025-07-21 (월) 12: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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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시총 상위기업들 고평가
▶ 주가수익비율 30배 육박

▶ ‘가치 타당성’ 논쟁 격화
▶ ‘기업순익 높아져’ 반론도

최근 뉴욕증시에서 인공지능(AI) 관련 주식의 버블이 1990년대 말 ‘정보기술(IT) 버블’ 때보다 심각하다는 월가 전문가의 경고가 나왔다.

자산운용사 아폴로 글로벌 매니지먼트의 토르스텐 슬록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16일 보고서에서 “1990년대 IT 버블과 현 AI 버블의 차이점을 들자면 현재 뉴욕증시 시총 상위 10개 기업이 1990년대 상위 10개 기업보다 더 고평가됐다는 점”이라며 이처럼 경고했다.

슬록 이코노미스트의 이 같은 지적은 미국의 주가지수가 관세 불확실성에도 불구하고 다시 전고점을 돌파하고, 기술주 중심의 나스닥 종합지수가 연일 사상 최고치를 경신하는 가운데 나왔다.


슬록 이코노미스트가 공개한 뉴욕증시 상위 10개 기업의 12개월 선행 주가수익비율은 30배에 육박, 25배 언저리였던 2000년 IT 버블 정점 시기를 능가했다.

최근 2년여간 뉴욕증시 강세장은 ‘AI 열풍’에 힘입어 엔비디아를 필두로 마이크로소프트, 메타 등 빅테크(대형 기술기업)가 이끌어왔다.

AI 반도체의 절대 강자인 엔비디아는 전 세계 기업 중 사상 최초로 최근 시총 4조달러를 돌파하기도 했다. 또한 뉴욕증시가 잇따라 사상 최고가 기록을 쓰면서 현재의 가치평가가 타당한지를 두고 논쟁이 한창이라고 로이터 통신이 17일 보도했다.

로이터는 뉴욕증시가 어느 때보다 더 값비싸 보이는 가운데 투자자들이 현재의 높은 가치평가가 다가올 약세장에 대한 신호인지, 아니면 기술기업이 주도하는 시장의 이익 전망으로 정당화되는지를 두고 논쟁하고 있다고 전했다.

트루이스트 자문서비스의 키스 러너는 “모든 역사적 잣대에 비춰봐도 시장의 가치평가는 비싸다”며 “투자자들이 고심하는 질문은 ‘그게 정당하냐’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금융정보업체 LSEG의 데이터에 따르면 벤치마크로 여겨지는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 500 지수의 선행 주가수익비율(향후 1년간의 예상 수익 대비 주가 비율)은 지난달 말 이후 향후 1년간 이익 예상치의 22배 위에서 움직이고 있다.

17일 기준으로는 22.2배인데, 이는 이 수치의 과거 40년간 평균인 15.8보다 40% 이상 높은 것이고, 최근 10년간의 평균인 18.6을 20% 가까이 상회한다. 또 향후 예상 매출액을 주가와 견준 비율을 봐도 과거 20년간의 평균치보다 60% 이상 높다고 로이터는 전했다.


매디슨 인베스트먼트의 패트릭 라이언 최고투자전략가는 “시장은 분명히 역사상 그 어느 때보다 가치평가에서 역풍에 직면해 있다”고 말했다.

이런 가운데 관세의 불확실성은 여전하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다음 달 1일부터 한국을 포함한 많은 교역 상대국에 높은 상호관세를 부과하겠다고 예고한 가운데 일부 국가와는 그전에 협상 타결에 실패할 수도 있다.

트럼프 대통령이 연일 사퇴를 압박하고 있는 제롬 파월 연방준비제도 의장의 조기 퇴임도 시장에 큰 충격을 줄 수 있다.

기업들의 2분기 실적 발표가 시작된 가운데 그 성적표도 시험대가 될 수 있다. 다만, 월가에서는 현재 대형 빅테크의 주가가 역사적 기준으로 볼 때 매우 비싸다는 데 공감하면서도 2000년 IT 거품 붕괴와 같은 현상으로 이어질 가능성은 작다는 반론도 적지 않다.

캐피털 이코노믹스의 존 히긴스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오늘날 AI 기업 주가의 상승은 평가가치 상승보다는 기업이익 증가에 기인하고 있다”며 “미 증시가 내년 말까지 빅테크 부문을 필두로 강세장을 지속할 것이라고 예상하는 이유”라고 말했다.

또 인공지능(AI) 도입이 전반적으로 경제에 혜택을 준다면 향후 몇 년간 수익의 성장이 상당할 수 있기 때문에 현재의 가치평가가 정당화될 수 있다고 네드 데이비스 리서치의 수석전략가 에드 클리솔드는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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