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2학년 전 여름방학부터 준비
▶ 650 단어 안에 ‘진솔함’ 담아야
▶ 지원자를 알고 싶게 만드는 글
▶ ‘훅’으로 관심·친한 사람과 대화하듯
▶ 반드시 ‘피드백·수정·첨삭’ 거쳐야
대학 입시를 위해 반드시 작성해야 하는 에세이(자기소개서). 에세이는 성적이나 수상 이력만으로는 다 보여줄 수 없는 ‘나’라는 사람을 보여줄 수 있는 결정적인 기회다. 입학사정관의 눈길을 끌기 위해서는 문장력도 중요하지만, 나만의 목소리와 경험이 녹아든 진솔한 이야기를 담아야 한다. 숫자나 스펙 이면의 나를 보여줄 수 있는 중요한 기회로 삼아, 무엇에 열정을 느끼는지, 어떤 경험이 내게 의미 있었는지를 에세이에 잘 담아내는 것이 중요하다.
대학 입시 전문가들은 강렬한 인상을 주는 에세이를 쓰기 위해서 다음 세 가지를 핵심 요소로 꼽는다 ▲ 진정한 ‘나’의 모습을 보여줄 것 ▲ 주제를 정할 땐 개인적 경험에서 출발할 것 ▲‘나다움’을 지키면서 철저한 수정과 교정을 거칠 것 등이다.
■ 조기 전형 마감 11월 시작…초안 여름에 끝내야
에세이를 하루아침에 완성하기 힘들다. 따라서, 많은 입시 전문가들은 12학년에 올라가기 전 여름방학부터 에세이 작성을 시작하라고 조언한다. 일찍 시작해야 피드백과 수정을 충분히 거친, 완성도 높은 글이 탄생하기 때문이다. 특히 조기전형(Early Decision·Early Action)을 준비하는 학생은 지원 대학에 따라 11월 초 마감을 염두에 두고 서둘러 준비하는 것이 좋다. 대부분의 대학이 공식 홈페이지를 통해 에세이 주제와 분량 제한을 공개하고 있기 때문에 이를 꼼꼼히 확인하고 전략을 세우는 것도 중요하다.
미국 대학 1,000여 개가 채택하고 있는 ‘대학입학 공용지원서’(커먼앱·Common Application)는 지원서 작성은 물론 에세이 작성에 가장 널리 사용되는 플랫폼이다. 학생들은 매년 커먼앱에 공개되는 7개의 에세이 주제 중 하나를 선택해 작성하면 되고, 작성한 에세이를 여러 대학에 동시에 지원할 수 있다. 커먼앱 외에도 170개 이상 대학에서 사용하는 ‘코얼리션 애플리케이션’(Coalition Application) 지원서 플랫폼은 6개의 주제 중 하나를 골라 에세이를 작성하도록 요구한다.
많은 대학들은 커먼앱 에세이와 별도로 ‘추가 에세이’(Supplemental Essay)를 요구한다. 추가 에세이는 ‘왜 우리 학교에 관심을 가졌는가’, 또는 ‘이 전공을 선택한 이유는 무엇인가’와 같은 비교적 짧고 구체적인 질문이 주를 이룬다. 따라서, 학생들은 기본 에세이와 함께, 지원 대학별 추가 에세이의 요구사항을 철저히 분석하고 이에 맞춰 에세이 작성을 준비하는 전략이 필요하다.
■ 650 단어 안에 ‘나’ 담아야대학 입시 에세이는 ‘짧고 강하게’ 쓰는 것이 핵심이다. 아무리 하고 싶은 말이 많아도 정해진 분량을 넘길 수 없다. 커먼앱 에세이의 경우 최대 650단어, 코얼리션 애플리케이션은 500~650단어로 분량을 제한한다.
대학별로 요구하는 추가 에세이의 분량 제한은 대개 250단어 내외다. 이처럼 제한된 분량 속에서 자신의 진정성과 열정을 담는 작업이 쉽지만은 않다. 특히 최근 많은 대학이 대학 입학 표준화 시험 점수를 선택적으로 제출받는 ‘테스트 옵셔널’(Test-Optional) 제도를 채택하면서, 에세이의 중요성과 부담은 더욱 높아지고 있다.
하지만 테스트 옵셔널 정책이 도입됐다고 해서, 에세이가 표준화 시험의 대체 요건으로 여기지는 것은 아니다. 입시 전문가들에 따르면 입학 사정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여전히 학생의 학업 준비도로 에세이도 같은 맥락에서 판단되고 있다.
■ 지원자의 내면을 보여주는 이야기에세이를 쓸 때 주제만 잘 선정해도 반은 성공한 것이다. 대학들이 제시하는 에세이 주제가 대부분 폭넓고 자유로운 편이라 어떻게 시작해야 할지 막막할 수 있지만, ‘나만의 이야기’ 초점을 맞추면 된다. 입시 전문가들은 가장 좋은 에세이는 ‘지원자를 더 알고 싶게 만드는 글’이라고 강조한다. 성적이나 활동 경력처럼 입학사정관이 이미 아는 사실이 아닌, 지원자의 내면을 보여주는 이야기를 에세이이 녹여내는 것이 관건이다.
에세이에서는 거창한 사건보다도 작지만 의미 있는 경험이 더 깊은 인상을 남길 수 있다. 한 가지 취미나 버릇, 혹은 어떤 상황에서의 선택이나 감정이 그 사람의 성격과 가치관을 고스란히 드러낼 수 있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한 학생이 역사에 관심이 있다면, 지역 박물관이나 역사 단체에서 자원봉사했던 경험을 구체적인 에피소드로 풀어낼 수 있다. 자신에게 진정으로 의미 있었던 ‘순간’을 선택하고, 그 안에서 구체적인 사례나 감정을 끄집어내는 것이 핵심이다.
특정한 배경이나 정체성을 드러내거나, 리더십을 발휘했던 순간을 중심으로 이야기를 풀어가는 것도 입학사정관들에게 강한 인상을 줄 수 있는 에세이 작성 방법이다. 이때 중요한 것은 단순한 나열이 아닌, 하나의 스토리로 연결되어 ‘자아 탐색’의 여정을 보여줄 수 있어야 한다.
■ 친한 사람과 대화하듯화려한 문장이 가득한, 단순히 잘 쓴 에세이보다 진정성 있고 개성 있는 글이 더 높은 평가를 받는다. 간결하고 일관되며, 솔직하고 정확한 문체에 생생한 경험이나 구체적인 일화까지 곁들여지면 더할 나위 없이 훌륭한 에세이가 탄생한다.
시작의 부담을 줄이려면 ‘개요’(아웃라인)부터 짜는 것이 좋다. 그 다음으로 중요한 것은 바로 첫 문장이다. 이른바 ‘훅’(Hook)이라고 불리는 도입부는 독자의 시선을 붙잡고 글의 흐름으로 자연스럽게 끌어들이는 역할을 하기 때문이다. 훅은 단순히 눈길을 끄는 문장이 아니라, 에세이의 나머지 부분과 자연스럽게 이어지는 흐름을 만들어야 한다. 억지스럽거나 과하게 연출된 도입은 오히려 역효과를 낳기 때문에 주의해야 한다.
입시 전문가들은 또 에세이를 쓸 때 친한 사람과 진지한 대화를 나누는 듯한 어조를 유지하라고 조언한다. 평상시 대화처럼 부담 없는 언어와 편안한 표현이 더 깊은 울림을 줄 수 있기 때문이다. 반대로 과장된 표현이나 불필요한 수식어는 신뢰를 떨어뜨릴 수 있기 때문에 피해야 한다. 사실이 아닌 이야기를 억지로 짜내지 말고, 진짜 내 모습과 생각을 구체적으로 보여주는 작업이 필요하다.
■ ‘인종’ 내용, 경험 통해 자연스럽게 풀어내야2023년 연방대법원이 대학 입시에서 인종을 고려한 선발 정책을 위헌이라고 판결하면서, 에세이에 인종과 관련된 내용을 담아도 되는지에 대해 혼란스러워하는 학생이 많다. 그러나 많은 입시 전문가들은 “자신의의 정체성과 경험을 말하는 것은 여전히 가능하고 중요하다”라며 “판결은 입학사정관이 인종을 ‘정책적으로’ 고려하는 것을 금지한 것이지, 학생이 자신의 삶에 인종이 어떤 영향을 미쳤는지를 글로 표현하는 것까지 막은 것은 아니다”라고 설명한다.
예를 들어, 이민자 가정 출신 학생이라면 자신의 문화적 배경이나 언어적 장벽, 정체성 혼란 등을 겪은 경험이 개인의 가치관과 성장에 깊은 영향을 준 요소일 수 있다. 이런 이야기는 에세이에서 지원자를 포괄적으로 보여주는 데 매우 효과적이다. 무엇을 이야기하느냐보다 어떻게 풀어내느냐가 더 중요하다. 따라서, 특정 인종이나 출신 배경을 직접 언급하지 않더라도, 개인의 고유한 경험을 풀어내는 방식으로 쓰면 자연스럽게 정체성을 드러낼 수 있다.
■ 반드시 ‘피드백·수정·첨삭’ 거쳐야입학사정관들은 에세이를 통해 논리력·표현력·진정성을 함께 보길 원한다. 따라서 글을 쓰는 것도 중요하지만, 그 글을 얼마나 잘 다듬느냐가 당락을 좌우할 때가 많다. 좋은 에세이는 독자에게 직접 설명하지 않고도 메시지를 전달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구체적인 사례와 묘사를 통해 글의 주제를 자연스럽게 드러내는 것이 중요하다. 독자가 스스로 느끼고 판단할 여지를 남기는 것이 훨씬 효과적이다.
직접 에세이를 1차 수정한 뒤에 외부 피드백을 받는 과정이 꼭 필요하다. 전문가 첨삭 서비스를 이용할 수도 있지만, 지역 도서관, 고등학교, 지역 커뮤니티 센터 등에서 무료로 제공하는 글쓰기 지원 프로그램도 활용할 수 있다.
‘칸아카데미’(Khan Academy) 같은 무료 온라인 교육 플랫폼이나, 일부 대학들이 자체적으로 제공하는 에세이 작성 가이드와 자료도 유용하게 활용된다.
수정 과정에서 남의 도움을 받아 문법이나 문장 구조를 바로잡는 건 괜찮지만, 누군가가 대신 써주거나 학생의 어조를 확 바꾸는 일은 피해야 한다. 그랬을 때 지원자의 진짜 목소리가 사라질 수 있기 때문이다. 에세이를 소리 내어 읽어보는 것도 좋은 방법으로, 평소에 쓰지 않는 말투나 단어가 들어갔다면, 그건 자신의 글이 아니다.
<
준 최 객원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