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민간인 학살에 전향적 입장 주문하고 “사돈의 나라” 친밀감 표시
▶ 경제·안보 협력 내건 ‘실용외교’ 개시…지정학 변수속 동남아 협력 중요 파트너

이재명 대통령이 11일(한국시간)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에서 열린 또 럼 베트남 당 서기장 국빈 방한 공식 환영식에서 또 럼 서기장과 함께 의장대를 사열하고 있다. [연합]
이재명 대통령이 11일(이하 한국시간) 또 럼 베트남 공산당 서기장과의 정상회담을 시작으로 '동남아시아 외교'에 본격적인 시동을 걸었다.
대통령실에 따르면 이 대통령과 럼 서기장은 이날 정상회담에서 '한·베트남 포괄적 전략 동반자 관계 심화를 위한 공동성명'을 채택할 계획이다.
공동성명에는 외교·안보 분야에서 소통과 협력을 강화하고 2030년까지 교역 규모 1천500억 달러를 달성하기 위해 노력하겠다는 내용 등이 포함될 전망이다.
과학기술, 에너지, 공급망 등 미래지향적인 분야로 협력을 확대하고 국제 문제에서 공조를 강화하겠다는 내용도 담길 것으로 보인다.
양국 정부 부처들도 과학기술·저작권·재생에너지·원전 등 분야에서 협력을 강화하는 양해각서(MOU) 10건 안팎을 체결할 예정이다.
새 정부 출범 67일 만에 첫 국빈을 맞아 이 대통령의 '국익중심 실용외교'가 닻을 올린 셈이다.
한국과 베트남은 연간 수출입액이 867억 달러에 달하는 상호 3대 교역국이고 한국은 베트남의 최대 투자국이라는 점에서 상호 호혜적인 관계를 심화할 수 있는 최적의 실용외교 파트너로 선택한 것으로 해석된다.
예전부터 이 대통령은 베트남에 각별한 관심을 보여 왔다.
더불어민주당 대표 시절 한국군의 베트남전 민간인 학살에 대해 정부가 전향적으로 배상에 나서야 한다고 주문했고, 지난 3일 국무회의에서도 이에 대한 정부의 입장을 물었다.
그러면서 "우리가 베트남에 대해 최선을 다해야 한다"며 베트남 근로자들에 대한 인센티브 검토를 지시했다.
이 대통령은 최근 럼 서기장 방한을 앞두고 베트남 국영 통신사 VNA와 가진 인터뷰에서는 "경기도 다낭시"(베트남 다낭을 찾는 한국인이 많다는 의미), "사돈의 나라"(양국 간 다문화 가정이 많다는 의미) 등 표현을 사용하며 활발한 인적 교류를 강조했다.
이 역시 양국 간의 친밀감을 부각함으로써 더욱 공고한 관계를 구축하려는 의지가 담긴 것으로 풀이된다.
럼 서기장과의 이번 정상회담은 향후 '동남아 외교'를 확장·심화하는 신호탄 역할도 할 것으로 관측된다.
미국발(發) 보호무역주의가 심화하는 격변기 속에서 무역 의존도가 높은 한국으로서는 베트남을 비롯한 아세안(ASEAN·동남아시아국가연합) 신흥 시장에 대한 접근성 강화가 한층 중요한 과제로 떠올랐다.
인도·태평양 지역에서 미국과 중국 간의 지정학적 갈등이 고조되면서, 그 영향권 안에 있는 한국 입장에서는 동남아시아 협력이란 안보적 가치도 커졌다.
이 대통령은 VNA 인터뷰에서 "한반도 평화와 비핵화가 더는 한반도만의 문제가 아닌 만큼 화해와 협력의 남북관계로 전환하는 과정에서 베트남은 중요한 파트너"라고 언급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