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일, 美관세 위협에 디지털세 도입 없던 일로
2025-07-10 (목) 10:35:01
독일이 미국 빅테크를 겨냥한 디지털세 도입을 검토하다가 미국 정부의 관세 위협에 사실상 접었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디지털세가 대표적 비관세 장벽이자 미국 기업 차별이라며 이미 도입한 다른 나라들에도 철폐하라고 요구해 왔다.
10일(현지시간) 독일 매체 차이트 등에 따르면 카테리아 라이헤 경제에너지장관은 "우리는 더 적은 무역장벽을 논의해야 한다. 동시에 독일과 유럽의 디지털 기업이 경쟁에서 기회를 얻도록 환경을 개선해야 한다"며 트럼프 대통령과 같은 논리로 디지털세 도입을 반대했다.
집권 기독민주당(CDU)·기독사회당(CSU) 연합의 옌스 슈판 원내대표도 "(디지털세가) 어떻게 될지는 미국과 협상에 달렸다. 갈등 고조는 누구에게도 도움이 되지 않고 불확실한 상황에서는 누구보다 유럽이 가장 큰 피해를 입는다"며 관세협상 와중에 디지털세 도입을 추진하지 않겠다는 의사를 밝혔다.
디지털세 논의는 지난 5월말 볼프람 바이머 문화장관이 독일에서 인터넷 광고 등으로 수익을 올리고 세금은 내지 않는 테크기업에 10% 세율의 '플랫폼 특별부과세'를 부과해야 한다고 주장하면서 시작됐다.
유럽에서는 프랑스·오스트리아·이탈리아·스페인·영국 등이 디지털세를 걷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달 캐나다의 디지털세를 문제 삼아 "완전히 유럽연합(EU)을 모방하고 있다"며 캐나다와 무역 대화를 중단하겠다고 압박했다. 캐나다는 이틀 뒤 디지털세를 폐지했다.
독일 연방정부는 디지털세 도입을 내각에서 논의한 적이 없다고 선을 그었다. 독일은 EU와 미국의 관세협상에서 주력산업인 자동차에 지난 4월부터 적용 중인 25% 품목관세를 최대한 줄여야 하는 상황이다. 독일 자동차 업계는 미국 공장에서 생산해 다른 나라에 수출하는 물량만큼 관세를 빼달라고 요구하고 있으나 트럼프 대통령이 받아들일지는 미지수다.
관세 여파는 이미 독일 자동차업체 실적에 나타나고 있다. 폭스바겐그룹은 2분기 북미 판매량이 지난해 같은 기간 대비 16% 감소했다고 밝혔다. 메르세데스-벤츠도 올해 2분기 미국에서 작년보다 12% 적은 판매 실적을 올렸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