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요 칼럼] 걸림돌이 디딤돌로
2025-07-08 (화) 12:00:00
김영화 수필가
봄베이 비치(Bombay Beach)에 있는 솔턴호(Salton Sea)에서 였다. 완전 폐허가 되어 괴물이 나올듯한 사막 가운데 있는 비치다. 뜨거운 햇볕에 바람 한점 없다. 생선 썩는 쾨캐한 냄새가 코를 찌르고 주인 잃은 물놀이 기구와 장난감들이 모래위에 반쯤 묻혀있다. 몇 년 전만 해도 수영, 뱃놀이, 낚시 등 으로 알려진 유흥지였다는데 죽음의 호수가 됐다. 나는 무엇인가에 홀린듯 그 호수를 향해 서서히 걸어가다 집 모퉁이 돌 만한 걸림돌에 넘어졌다. 다행히 모래밭이라 크게 다치지는 않아서 바로 일어섰다.
바로 몇 발작 더 들어 가서 햐얀 소금이 덮힌 희끄름한 땅에 발을 딛고 짜디짠 바닷물을 맛보는 순간 한 쪽 발이 푸욱 빠진다. 빠져 나올려고 하니 다른 발이 발목까지 쑤욱 거품이 부글거리는 소금밭에 들어간다. 어렸을때 수렁에 빠졌던 기억이 번뜩 나면서 겁이났다. 저 만치서 사진 찍기에 정신을 팔린 남편을 소리소리 질러 도움을 청했다. 조금전에 내가 걸려 넘어졌던 그 걸림돌을 놓아 주어서 그 돌을 딛고 빠져 나왔다. 나를 넘어뜨린 걸림돌이 수렁 같은 염전통에서 빠져나올수 있는 디딤돌이 되었다.
몇 년 전만 해도 솔턴호수는 콜로라도 사막에 있는 캘리포니아주의 최대 호수로 예술가들이 낭만을 찾아 모였던 곳이 아니던가! 아직도 그 잔재들이 모래위에 남아 옛 영광을 그리워하며 지나는 사람들의 발길을 붙잡고 하소연하는 것 같다. “호수를 살려 주세요.” 많은 사람이 비치에 모여 추억을 쌓았던 아름다웠던 곳이 지금은 물이 모이지 않아 찾아오는 사람없는 소금호수가 되어 봄베이 비치시를 페허시킨 아주 큰 걸림돌이 되었다. .
우리는 살면서 크고 작은 걸림돌을 만난다. 때로는 인관관계에서 유독히 힘들게하는 큰 걸림돌 같은 사람을 만나기도 한다. 나는 대학 기숙사에서 일년내내 룸메이트에게 괴롭힘을 받아 학교를 그만 둘려고도 했지만 , 그 고통을 이기기위해 열심히 공부했다. 오랜 시간이 지나고 보니 그 어려움이 지금의 나를 있게했다. 니체는 ‘나를 죽이지 못하는 것은 나를 더욱 강하게 만든다.’고 했다. 여러 걸림돌 같은 역경이 단순한 장애물이 아니라, 오히려 성장과 성숙을 위한 디딤돌이 될 수 있는 필수 요소 일 수 있다. 같은 돌이라도 걸림돌이 될지 디딤돌이 될지는 어떻게 받아들이고 활용하느냐에 달려있다.
솔턴호에서 나를 넘어지게 한 걸림돌이 수렁에 깊게 빠질뻔 했던 내게 디딤돌이 되어주었다. 누군가가 버린 돌이 누군가에게 걸림돌이 될 수있지만 누군가에게는 모퉁이 돌, 아니면 디딤돌이 될 수 있다. 처음부터 걸림돌로 태어난 사람은 없을것이다. 어쩌면 내가 걸려 넘어진 그 버려진 돌은 오래전에 어느 멋진 집의 머릿돌이었는지도 모르겠다. 성경에 ‘버린돌이 집 모퉁이의 머릿돌’이 된 말씀이 있다. 머릿돌은 ‘ 서로 연결하다.’ 라는 뜻이다. 머릿돌에 의지하여 서로 연결하여 집을 짓는 것처럼 어떤 장애물이 우리 앞을 막아도 아름다운 집을 짓는것이다. 그 집을 짓기전에 혹여 내 자신이 교만하여 누군가에게 걸림돌이 된적은 없었는지 생각해 본다. 걸림돌에 넘어지는 자에게 겸손히 엎드려 등을 내어 줄수 있는 디딤돌이 되어주어 함께 일어서는 세상이 되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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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영화 수필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