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행정실수로 추방됐는데 구타·고문

2025-07-04 (금) 12: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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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엘살바도르 수용소 실상
▶ 추방 불법이민자 위탁수용

▶ 킬마르 가르시아 증언
▶ “9시간 무릎 꿇린채 폭행”

행정실수로 추방됐는데 구타·고문

미국에서 추방돼 엘살바도르 테러범수용센터(CECOT·세코트)에 ‘위탁 수감’된 불법체류자들. [로이터]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의 실수로 잘못 추방됐다가 천신만고 끝에 가족과 재회한 엘살바도르 출신 남성이 수용소에서 겪은 폭력과 가혹행위를 폭로했다. 2일 워싱턴포스트(WP)와 AP통신 등에 따르면 엘살바도르 출신 미국 체류자 킬마르 아브레고 가르시아(29)는 이날 메릴랜드주 연방지방법원에 관련 내용이 담긴 서류를 제출했다.

이 서류는 미국 국적자인 아브레고 가르시아의 부인이 정부를 상대로 민사소송을 제기하는 과정에서 작성됐다. 트럼프 행정부는 올해 3월15일 남미계 갱단원 등 불법이민자 260여명을 강제 추방하면서 아브레고 가르시아를 엘살바도르 테러범수용센터(CECOT·세코트)에 ‘위탁 수감’했다.

아브레고 가르시아는 10대 시절 미국에 불법 입국했지만 2019년 법원의 보호 지위를 얻어 합법적으로 체류해 왔는데도 갑작스레 체포돼 사흘 만에 추방되는 처지가 됐다. 쇠사슬에 묶인 채 비행기에서 내린 그는 곧장 갱단원들이 수용되는 중남미 최대 중범죄자 전용 교도소인 CECOT로 보내졌다. 교도관들은 아브레고 가르시아와 다른 불법 이민자들을 벌거벗긴 뒤 죄수복으로 갈아입혔다. 이후에는 면도기로 머리카락이 밀린 뒤 곤봉으로 얻어맞아 가며 개구리걸음으로 15번 감방으로 이동했다고 아브레고 가르시아의 변호사는 밝혔다.


하지만 감방에 도착한 뒤에도 폭력은 멈추지 않았다. 강제로 무릎이 꿇려진 채 고개를 들 기미만 보여도 두들겨 맞는 시간이 오후 9시부터 이튿날 아침 6시까지 이어졌다고 한다. 아브레고 가르시아 측은 “간수들은 탈진해 쓰러지면 누구든 때렸다”면서 “화장실에 가지도 못하게 해 원고 아브레고 가르시아는 대변을 지려야 했다”고 밝혔다.

이튿날 교도소 당국은 아브레고 가르시아와 같은 방에 있던 불법이민자 20명 중 12명을 갱단원임을 보여주는 문신이 있다며 다른 장소로 격리했다. 그러나 이후에도 24시간 불이 환히 켜진 감방에서 걸핏하면 ‘진짜 갱단원’들이 득실거리는 감방으로 보내 갈기갈기 찢기게 만들겠다는 위협을 받는 생활이 이어졌다고 아브레고 가르시아 측은 주장했다.

그의 변호사는 “원고는 CECOT에서 심각한 학대를 받았으며, 여기에는 심한 구타와 수면부족, 불충분한 영양공급, 심리적 고문 등이 포함된다”고 말했다. 극도의 스트레스로 인해 아브레고 가르시아는 체중이 215파운드에서 184파운드까지 감소한 것으로 전해졌다.

그런 가운데 미국에선 트럼프 행정부가 ‘행정상 실수’로 아브레고 가르시아를 추방한 사실이 드러나면서 거센 논란이 일었고, 결국 그는 CECOT 수용 약 한 달 만에 일반범 수용시설인 산타아나 교도소로 이송됐다가 지난달 6일 미국으로 돌아오게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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