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자바시장서 대낮에 ATM 통째로 털려

2025-06-23 (월) 12:00:00 황의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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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올림픽·샌티 대로변서
▶ 인파 속 대담한 범행

▶ 이민단속에 강절도까지 한인 업주들 ‘불안·긴장’

한인 의류업소들이 밀집해 있는 LA 다운타운 패션 디스트릭트 중심가에서 인파 속 백주 대낮에 ATM 기기를 통째로 훔쳐 달아나는 강절도 사건이 발생했다. 최근 트럼프 행정부의 고강도 이민 단속으로 상권 분위기가 얼어붙은 가운데, 중심 상가 한복판에서 벌어진 이번 대담한 범행은 상인들의 불안과 위기감을 더욱 키우고 있다.

LA경찰국(LAPD)이 X(구 트위터)를 통해 공개한 바에 따르면 사건은 지난 19일 오후 3시께 올림픽 블러버드와 샌티 스트릿 교차로 인근 여성의류 매장 ‘마리골드 드레스’ 앞에서 발생했다. 경찰은 마스크를 착용한 용의자 2명이 흰색 SUV 차량을 몰고 매장 인근 보도까지 침범한 뒤, ATM 기기를 차량에 실어 달아난 것으로 보고 있다.

공개된 보안 감시카메라 영상에는 SUV가 매장 앞 인도로 천천히 후진해 올라선 뒤, 검은 옷과 검은 마스크를 쓴 남성 2명이 차량에서 차례로 내리는 장면이 선명하게 담겼다. 이어 이들이 차량 주변을 간단히 살핀 뒤 다시 차량에 탑승해 빠르게 현장을 벗어나는 모습까지 포착됐다.


영상에는 용의자들이 ATM 기기를 차량에 옮기는 장면이 담기지 않았지만, 특히 눈길을 끄는 것은 그들의 태도였다. 이들은 한낮 인파가 오가는 중심가에서, 직원과 손님들이 지켜보는 상황임에도 불구하고 당황하거나 급하게 행동하는 기색 없이 침착하고 차분하게 움직였다. LAPD는 이러한 행동으로 미루어볼 때 이번 사건이 즉흥적인 범행이 아니라, 사전에 동선과 수단까지 계획된 조직적인 범죄일 가능성이 높다고 보고 수사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사건이 발생한 매장의 업주 조일라 바랄레스는 KTLA와의 인터뷰에서 “당시 매장에는 가족 단위 손님들이 있었고, 상황이 심상치 않음을 직감한 직원들이 즉시 손님들을 탈의실로 대피시켰다”며 “무슨 일이 벌어질지 아무도 몰라 모두가 긴장한 순간이었다”고 전했다. 경찰은 이번 사건으로 인명 피해는 발생하지 않았다고 밝혔다.

LAPD는 현재 용의자 신원 파악에 집중하는 한편, 인근 CCTV 영상과 시민 제보를 적극 수집하고 있다고 밝혔다. 경찰은 “사건과 관련된 영상을 가진 시민은 반드시 LAPD 센트럴 강력범죄 수사팀에 제보해 달라”고 당부했다.

한편 최근 LA 다운타운 패션디스트릭트, 이른바 ‘자바시장’ 일대에서는 이민자 단속과 이로 인한 시위가 잇따르며 상인들과 노동자들 사이 긴장감이 고조되고 있다. 한 업주는 “가뜩이나 경기가 좋지 않은데, 이런 대담한 범죄 사건까지 더해져 걱정이 커졌다”며 “이미 가라앉아 있는 분위기에 찬물을 끼얹는 것 같다”고 말했다.

<황의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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