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성명 주도’ 문무일·’성남 개혁 손발’ 변찬우·’흙수저’ 위철환
▶ ‘사법리스크 방어’ 강찬우·김종근…이찬진은 국정기획위 분과장

1989년 사법연수원 졸업식에서 모친인 고(故) 구호명 여사와 기념 촬영을 하는 이재명 대통령. [이재명 대통령 측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이재명 대통령이 국정 구상을 구체화하는 가운데 법조계에서 사법연수원 18기 동기 인맥이 새삼 관심을 끈다. 기업과 관가 등도 안테나를 세우는 분위기다.
22일(한국시간) 법조계에 따르면 1986년 사법시험 28회에 합격한 연수원 18기는 사시가 폐지된 지금은 고참급에 속한다.
사시가 '개천 용' 시험의 대명사였던 당시는 합격자 300명대였다. 1981년 연수원 13기(사시 23회)부터 300명 시대가 열렸다. 이후 1천명까지 늘었지만 '소수정예' 때가 상대적으로 끈끈하다고 한다. '비주류'의 삶을 걸었던 이 대통령이 '주류' 그룹과 연결되는 변곡점이 된 시기다.
18기는 민주화운동이 정점에 달한 1987년 3월 297명이 입소해 2년간 동고동락했다. 약 50명씩 6개 반으로 나눠 교육받았다.
수료생은 293명으로, 80명이 판사, 68명이 검사로 임관했고 145명은 변호사 등으로 진출했다.
같은 반이나 학회, 동아리 등으로 친분을 쌓은 이들은 이 대통령이 인권변호사, 행정가, 정치인의 길을 걷는 동안 인연을 유지해왔다. 현 정부 공직을 맡거나 조언자 역할로 뒷받침할 수 있다는 전망이 많다.
동기로는 강찬우 전 검사장, 김재형 전 대법관, 김종근 전 고법 부장판사, 김주현 전 민정수석, 문형배 전 헌법재판관, 문무일 전 검찰총장, 민유숙 전 대법관, 변찬우 전 검사장, 오광수 전 민정수석, 오세인 전 고검장, 위철환·이종엽 전 대한변호사협회 회장, 이상민 전 행정안전부 장관, 이찬진 변호사, 유승남·차지훈 화우 변호사, 홍승면 전 고법 부장판사 등이 있고 정치권엔 '친명계 좌장' 정성호 의원. 박희승 의원, 문병호·최원식 전 의원 등이 있다.
수석 수료자는 대법원 선임·수석재판연구관과 서울고법 부장판사를 역임한 홍승면 변호사이며 차석은 검찰로 간 김주현 전 민정수석이다.
대학을 졸업한 해에 23세의 이른 나이로 합격한 이 대통령은 판검사 임용이 가능한 우수한 성적이었으나 성남에서 변호사로 활동하겠다며 재야의 길을 걸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
특히 가까운 사이로는 검찰총장을 지낸 문무일 법무법인 세종 대표변호사, 변찬우 김앤장 법률사무소 변호사, 위철환 전 변협 회장, 이찬진 변호사, 강찬우 법무법인 평산 대표변호사 등이 거론된다.
이 대통령은 연수원 시절 학생운동권 출신을 중심으로 만들어진 비공개 동아리에서 문 전 총장을 처음 만났다고 알려졌다.
두 사람은 1988년 당시 노태우 대통령이 정기승 대법관을 대법원장으로 지명하자 이에 반대하는 사법연수원생 성명에 주도적으로 참여했다고 한다.
이와 관련해 이 대통령은 2017년 7월 문 전 총장이 문재인 정부 초대 검찰총장 후보로 지명되자 페이스북에 그와의 인연을 언급하는 글을 올린 바 있다.
당시 이 대통령은 "이 모든 일에 형으로서 앞장섰던 문 후보자는 군법무관을 마친 후 검찰을 지망해 검사가 됐다", "그는 검사로서 최선을 다했고, 특수부 검사로서 능력을 제대로 발휘했다. 이제 대한민국 모든 검사의 지휘자가 될 형이 여전히 초심을 간직한 채 용기와 결단으로 적폐 청산과 공정 국가 건설의 첫길을 제대로 열어갈 것으로 기대하고 믿는다"고 적었다.
이 대통령이 소속돼 있던 '노동법학회' 출신으로는 정성호 의원을 비롯해 문형배 전 재판관, 문병호·최원식 전 의원, 박희승 의원 등이 있다. 역시 회원인 이찬진·유승남·차지훈 변호사는 성남시 고문 변호사를 지냈다. 이찬진 변호사는 현재 대통령직속 국정기획위원회 사회1분과장을 맡고 있다.
변찬우 전 검사장은 이 대통령과 같은 경북 안동 출신이다. 세 살 위 '형'으로 통한다.
연수원 때 옆 반이고, 지방 출신이 머문 기숙사에서 옆 방을 썼다.
이 대통령이 성남시장에 당선된 2010년 변 변호사가 수원지검 성남지청장이었다.
이 시절 전임 시장 비리에 대한 대대적 검찰 수사를 이끌었다. 이대엽 전 시장을 시청 관급공사 및 인사 비리와 관련해 뇌물수수 등으로 구속기소하고 무더기로 공무원을 재판에 넘겼다.
시장이던 이 대통령은 "시장실로 (돈)봉투를 들고 오는 사람이 많다"며 비리 엄단을 선언하고 집무실에 폐쇄회로(CC)TV를 설치해 전국적 화제가 됐다. 변 지청장을 초청해 '공직자 비리 예방 특별직무교육' 강연도 맡겼다.
이 자리에서 변 변호사는 집무실 CCTV를 거론하며 "시장이 청렴하고 깨끗하고자 노력해도 주변 측근들이 다른 행동을 한다면 공염불이 되고 만다"며 시장 방침에 맞는 뼈깎는 개혁을 주문했다.
이 대통령은 이번 대선 유세 때 성남지청 수사와 시정 개혁 성공 사례를 소개한 것으로 전해졌다.
'사이다 발언' 등으로 대선 후보군이 된 2016년 12월에는 TV에 출연해 변 전 검사장에 대해 검찰 내 "비주류"이지만 "똑똑한 사람"이라는 평을 내놓았다.
위철환 전 변협 회장도 이 대통령과 연수원 시절부터 각별한 사이다.
전남 장흥에서 태어난 위 전 회장은 중학교를 마치고 무작정 상경해 약 2년간 구두닦이, 신문 배달 등 갖은 어려움을 겪었다.
그러면서도 공부의 끈은 놓지 않았고 이후 야간고, 서울교육대학을 거쳐 교직의 길을 걸었다. 하지만 교사 재직 중 제자의 집안이 법률적 도움을 받지 못해 어려움을 겪는 것을 보고선 인생 목표를 바꿔 법조인의 길을 택했다고 한다.
다시 대학 문을 두드려 성균관대 법대를 야간으로 다녔고, 졸업 후 결국 사시에 합격했다.
이런 고난을 극복한 극적인 삶의 이력이 '비주류'·'흙수저'의 삶을 살아온 이 대통령과 닮아있어 두 사람이 옛 얘기를 하면서 긴밀한 교감을 나눴다고 한다.
이 대통령은 어려운 가정 형편으로 공장에서 소년공으로 일하다가 프레스기에 팔이 끼여 장애를 갖게 된 경험이 있다. 참혹했던 소년공 시절을 보냈지만, 이를 극복하고 검정고시를 거쳐 중앙대 법학과에 장학생으로 입학한 뒤 공부에 매진해 사시에 조기 합격했다.
이 대통령과 위 전 회장, 변 전 검사장은 연수원 시절 '밥 친구'로 자주 어울렸다고 한다.
검찰 시절 풍부한 특수수사 경험으로 대표적 '특수통' 검사로 이름을 날린 강찬우 전 검사장은 1995년 성남지청 검사로 일했다. 당시 이 대통령은 시민단체 활동과 집회·시위 등에 매진한 시기여서 검찰에 오갈 때가 많았다고 한다.
강 변호사는 이 대통령이 두번째 성남시장이던 2015년에는 성남지청을 관할한 수원지검장을 역임했다.
지난 2018년에는 이 대통령이 경기도지사 시절 친형 관련 활동 및 발언 등으로 기소돼 정치적 명운이 달렸던 공직선거법 및 직권남용 사건의 검찰 수사 단계부터 변호인으로서 적극적인 방어를 전면에서 도왔다. 경기도 고문변호사로 자문하기도 했다.
이밖에 서울고법 부장판사 출신 김종근 변호사도 선거법 사건 등 재판에서 핵심 변호인으로 무죄 선고를 끌어내는 데 주도적 역할을 했다. 성남FC 사건 등도 변호인이다. LKB 앤 파트너스에서 대표변호사로 근무하다 나와 '사법리스크' 방어에 총력을 쏟았다고 알려졌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