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작전명 ‘일어서는 사자’, 전투기 200여대·표적 100여곳… “매우 성공적”
▶ 이란 핵과학자 6명 등 다수 사망…국제공항 운영 중단, 영공 폐쇄
▶ 하메네이 “가혹한 응징”…이란, ‘드론 100여기 발사’ 보복 나선듯
▶ 트럼프 “공습 사전에 알았다, 이란은 협상 테이블로 돌아가길”

네타냐후 총리 [로이터]
이스라엘이 13일(현지시간) 이란 핵시설 등에 대한 대규모 선제공격을 전격 감행하며 중동 정세가 격랑으로 빠져들고 있다.
이스라엘이 미국의 도움 없이 단독으로 이번 공습을 밀어붙인 것으로 확인되는 가운데 이틀 뒤 6차 회담을 앞두고 있던 미국과 이란의 핵협상도 지속될 수 있을지 불투명해진 것은 물론, 이란의 대응 수위에 전면전 위기 가능성도 커지고 있다.
중동위기 고조로 국제유가도 요동쳤다.
이스라엘 발표와 현지 매체 보도에 따르면 이스라엘군은 이날 새벽 3시께부터 전투기 200여기를 동원해 이란 중부 나탄즈 핵시설과 군 고위직 은신처, 탄도미사일 생산기지 등 이란 각지의 군사 목표물 100여곳에 폭탄 330발 이상을 퍼부었다.
이스라엘이 이란을 직접 겨눈 사상 최대규모 공격이다.
IRNA, 타스님 통신 등 이란 매체에 따르면 수도 테헤란 여러곳에서 큰 폭발음이 들렸고 이스파한의 나탄즈 핵시설, 타브리즈의 샤히드파쿠리 공군기지, 로레스탄의 보루제르드·호라마바드 공군기지, 케르만샤, 후제스탄, 일람 등지도 폭격당했다.
이스라엘군은 이란에 배치된 레이더 수십대와 지대공 미사일 발사대를 파괴했다고 밝혔다.
이날 모하마드 바게리 이란군 참모총장, 호세인 살라미 이슬람혁명수비대(IRGC) 총사령관, IRGC 대공방어부대 하탐알안비야의 골람알리 라시드 중앙사령관 등이 사망했다. 모하마드 테헤란치와 페레이둔 압바시 등 이란 핵과학자도 최소 6명 숨진 것으로 전해졌다.
이란 언론은 테헤란의 한 병원이 공습당해 3∼6세 어린이 4명이 숨지고 최소 50명이 다치는 등 민간인 사상자가 다수 발생했다고 보도했다. 아직 구체적 집계는 확인되지 않았다.
테헤란의 이맘호메이니 국제공항과 메흐라바드 국제공항은 항공편 운항을 중단했고 이란 민간항공기구(ICAO)는 영공을 폐쇄했다.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는 영상 성명에서 "이스라엘은 '일어서는 사자'(Rising Lion) 작전을 개시했다"며 "이는 이스라엘 생존에 대한 위협을 격퇴하기 위한 것으로, 며칠이 걸리든 필요한만큼 계속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지난 몇년간 이란은 핵폭탄 9기를 만들 수 있는 고농축 우라늄을 생산했다"고 주장하며 이란 핵무기 프로그램의 심장부 등을 공격했다고 밝혔다.
또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을 향해 "그는 이란이 핵무기를 보유하는 것을 결코 허용해서는 안된다는 점을 거듭 분명히 했다"며 "꾸준히 우리나라를 지지해준 것에 감사하다"고 말했다.
네타냐후 총리는 각료회의 후 추가 성명에서 이번 공습을 "매우 성공적이었다"고 자평했다.
이란은 즉각 보복을 다짐했으며, 일부 행동에 나선 것으로 보인다.
아야톨라 세예드 알리 하메네이 이란 최고지도자는 성명에서 "시온주의자 정권(이스라엘)은 더럽고 피비린내 나는 손을 뻗어 사랑하는 우리 조국의 주거지역을 공격했다"며 "가혹한 응징을 당해야 한다"이라고 말했다.
IRGC는 "시온주의자 적의 침략에 단호하고 가혹하게 대응할 준비가 돼 있다"며 "이 범죄는 백악관의 사악한 통치자들과 미국 테러정권의 인지 하에 저질러졌다"고 언급해 이스라엘의 '맹방' 미국도 보복 범주에 포함될 수 있음을 시사했다.
이스라엘 카츠 이스라엘 국방장관은 이란이 미사일과 무인기(드론) 공격으로 대응해올 것으로 예상된다며 전국에 특별비상사태를 선포했다. 또 이스라엘은 영공을 폐쇄하고 주민 대피령을 내렸다.
당장 이날 이스라엘군은 이란이 드론 100여기를 발사함에 따라 이를 격추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 밝혔다. 요르단 국영매체는 "영공에 진입한 미사일과 드론 다수룰 요격했다"고 보도했다. 이라크도 100기 이상의 이란 드론이 영공에 진입했다고 밝혔다.
미국은 이스라엘의 이란 공습에 관여하지 않았다며 선을 긋고 나섰다.
마코 루비오 미국 국무장관은 성명에서 "이스라엘이 이란에 대해 단독 행동을 했다"며 "이스라엘은 이번 조처가 자위를 위해 필요하다고 믿는다고 우리에게 통보해왔다"고 밝혔다.
루비오 장관은 트럼프 대통령과 행정부가 중동 내 미군의 안전을 위한 조치를 취했다며 "이란은 미국의 이익이나 인력을 표적으로 삼으면 안 된다"며 이란의 미국에 대한 보복 가능성을 경고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폭스뉴스 앵커 브렛 베이어와 통화하며 이스라엘 공습 계획을 사전에 알았다고 말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란은 핵폭탄을 가질 수 없으며 우리는 협상 테이블로 돌아가기를 희망하고 있다"고 언급하며 미군의 중동 작전을 총괄하는 중부사령부(CENTCOM)가 경계 태세를 유지하고 있다고 전했다.
그러나 예상보다 이른 시점에 이뤄진 이스라엘의 공습에 허를 찔린 이란은 이틀 뒤인 15일 예정된 미국과 이란의 핵협상 6차 회담에 나서지 않을 가능성이 크다.
이란은 추후 공지가 있을 때까지 핵협상 테이블에 나서지 않을 방침이라고 예루살렘포스트가 이란 국영매체를 인용해 보도했다.
이란이 이스라엘의 공습이 있을 경우 역내 미국 시설에 대한 공격을 가하겠다고 경고해온 만큼 미국이 이번 사태에 휘말릴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미국은 11일 중동 지역 내 일부 대사관 인력과 미군 가족 철수를 결정한 바 있다.
국제사회는 일제히 규탄의 목소리를 냈다.
안토니우 구테흐스 유엔 사무총장은 성명에서 "이란과 미국이 핵협상을 진행 중인 가운데 이스라엘이 이란 핵시설을 공격한 것이 우려된다"고 말했다.
사우디아라비아와 오만 등 중동 주변국도 이스라엘 비난 성명을 냈다.
이스라엘이 이란을 공습했다는 소식에 국제 유가는 급등했다.
블룸버그 통신에 따르면 한국시간으로 이날 오전 장중 한때 7월물 서부텍사스산 원유(WTI) 선물 가격은 전장 대비 14.07% 오른 배럴당 77.62달러, 8월물 브렌트유 선물 가격은 전장 대비 13.17% 오른 배럴당 78.5달러를 찍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