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고객들, 치안 불안감에 업소 이용 줄이고 취소
▶ 히스패닉 소비도 급감
▶ 관광·요식·건설 등 영향

댄 오브라이언 컬버시티 시장이 11일 문을 닫은 한 카워시에서 발언하고 있다. 이 카워시는 불체자로 의심되는 직원들이 다수 체포되며 영업을 중단했다. [로이터]
부에나팍에 거주하는 한인 김모씨의 부모와 여동생 부부는 이번 주 LA 방문 일정을 연기했다.
김씨는 “한국에서 LA 등 미 전역에서 펼쳐지고 있는 불법체류자 단속과 관련 시위가 비중 있게 보도되고 있다”며 “이런 상황에서 LA 지역 관광지를 돌아다니는 것이 위험할 수 있다는 생각에 방문을 올 가을로 연기했다”고 전했다.
실제로 한인 여행 업계에 따르면 당초 계획됐던 일부 인바운드 여행객들이 남가주 방문 일정을 연기하거나 방문지를 타지역으로 옮기고 있다.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의 강도 높은 불법체류자 단속과 이에 반발하는 폭력 시위가 여전히 끊이지 않고 있는 가운데 LA는 물론 한인사회 경제가 ▲업소 이용 자제 ▲소비 감소 ▲여행객 방문 취소 등의 피해를 입으면서 동반 위축되고 있다.
한때 폭력 시위가 수그러드는 추세를 보였으나 11일 밤에는 시위대 수백 명이 대거 LA 한인타운까지 진입, 일부 한인 업소들이 급히 문을 닫는 등 사태가 확산되는 조짐에 한인 업소들은 물론 한인들도 불안감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LA 등 남가주는 미 전국에서 히스패닉 등 이민자의 인구와 노동자 비율이 전국에서 가장 높은 도시 중 하나다. 또한 이들 이민자들은 의류 등 생산직, 건설과 요식업, 카워시 등 노동계 전반에서 큰 비중을 차지하고 있다. 이들 히스패닉과 이민자들은 노동자이기도 하지만 대거 소비 시장을 형성하고 있다.
월스트릿저널(WSJ)은 12일 강력한 이민자 단속 여파로 히스패닉 소비자들이 외출을 자제하고 소비를 줄이면서 남가주를 비롯, 미 전역에서 대형 소비재 기업들이 매출 감소의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보도했다.
실제 시장조사업체 칸타는 지난달 보고서에서 히스패닉 소비자들의 1분기 오프라인 매장 방문이 월그린스(-10.5%), 홈디포(-8.7%), 달러제네럴(-6.1%) 등 소매 체인에서 전년 동기 대비 눈에 띄게 감소했다는 분석을 내놓았다.
자바시장 등 LA 다운타운의 경우 LA시가 ‘야간 통금령’을 발동하면서 낮에도 고객들이 거의 찾지 않는 등 ‘유령 도시’를 연상케 하고 있다.
LA 한인타운 업소들도 고객들이 단체 식사나 행사 등을 취소하면서 매출 타격을 받고 있다.
한 한인 경제단체는 12일 LA 한인타운 요식업소에서 개최하려고 했던 비즈니스 믹스 행사를 취소했다. 업소는 가만히 앉아서 상당한 매출 피해를 고스란히 당한 셈이다. 또 다른 한인 요식업소 관계자는 “특히 저녁 시간대 고객방문이 눈에 뛰게 줄었다”며 “치안 상태를 우려한 결정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불법체류자를 비롯, 히스패닉을 많이 고용하는 한인 의류·봉제 업체와 요식, 카워시, 이사, 건설업 등은 단속에 불안을 느낀 직원들이 출근을 기피하면서 영업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실제 컬버시티에 위치한 한 카워시는 11일 이민단속 요원들이 들이닥쳐 불법체류자로 의심되는 직원들을 체포해가면서 영업을 중단해야 했다.
LA 타임스는 이민 노동력에 크게 의존하고 있는 LA 경제가 이민 단속과 시위로 상당한 타격을 입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경제학자들은 이민자 노동자의 출근 기피로 건설업계는 신축 프로젝트들이 지연되고 이삿짐 업체는 이사 주문을 소화하지 못하며 의류 공장은 생산 라인을 중단해야 하는 등 줄줄이 타격을 입을 것으로 우려했다.
미국 최대의 관광산업인 LA와 남가주도 치안 불안을 이유로 관광객들이 줄어들면 관광객 소비가 줄면서 정부 세수가 줄고 실업률은 오를 것으로 전망됐다.
이민자들의 소득 감소는 소비 감소로 이어지고 LA시 전체 경제의 파이가 위축될 것이라는 분석이다.
<
조환동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