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유머ㆍ위트ㆍ시각미가 화사한 히치콕의 경량급 영화

2025-06-06 (금) 12: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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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나는 결백하다’(To Catch a Thief·1955) ★★★★½(5개 만점)

총천연색 시각미(오스카 촬영상 수상)가 화사한 히치콕의 경량급 영화로 서스펜스의 거장 히치콕은 서스펜스보다 유머와 위트가 가득한 이중의미가 담긴 대사들을 자유롭게 쓰면서 장난꾸러기 아이처럼 즐기고 있다.

눈부시게 차갑고 아름다운 그레이스 켈리의 불타는 선정성과 할리우드 최고의 멋쟁이 케리 그랜트의 근사한 매력이 완벽하니 조화를 이룬 로맨틱 코미디 서스펜스 스릴러로 켈리의 세 번째 히치콕 영화다.

켈리는 모나코에서 이 영화를 촬영할 때 레이니에 왕세자를 만나 후에 모나코 왕비가 된다. 그리고 영화에는 그랜트가 켈리가 모는 컨버터블을 타고 추적하는 형사들을 피해 굽이굽이 산길을 초고속으로 도주하는 장면이 있는데 이 장면은 1982년 모나코에서의 켈리의 자동차 추락사를 예고하는 듯하다.


프랑스의 풍경 좋은 해안 도시 리비에라. ‘고양이’라는 별명을 지닌 존 로비(그랜트)는 전직 야간 주택침입 전문 도둑으로 지금은 은퇴해 바다가 보이는 언덕 위의 집에서 쾌적한 삶을 즐기고 있다. 그런데 존의 왕년의 도둑수법을 그대로 모방한 연쇄 집털이 사건이 발생하면서 경찰과 존의 10대 연인인 브리짓(다니엘 후사르)을 비롯해 모든 사람이 존을 의심한다.

존은 누명을 벗기 위해 자신이 직접 도둑을 잡으러 나서면서 미국서 여행 온 아름다운 부잣집 딸 프랜시스(켈리)를 만나게 되는데 프랜시스는 첫 눈에 존에게 반해 첫 만남에서 정열적인 키스를 한다. 그리고 그 뒤로 프랜시스와 브리짓이 존을 사이에 놓고 사랑싸움을 벌인다.

한편 프랜시스는 존이 과거 도둑이었다는데서 더욱 매력을 느끼며 자기를 도둑 조수로 써달라고 조른다. 두 사람의 관계는 프랜시스의 호텔방 밖에서 오색찬란한 불꽃들이 하늘을 수놓는 밤 뜨겁게 달아오르는데 두 사람의 정열적인 키스와 밤하늘에 터지는 불꽃이 교차로 묘사되면서 두 사람의 섹스를 아름답게 상징하고 있다.

그런데 이튿날 프랜시스가 잠에서 깨어보니 도둑이 방에 침입, 자기 어머니의 값진 보석 목걸이를 훔쳐갔다. 이에 프랜시스는 존을 경찰에 고발하고 존은 화려한 가면무도회가 열린 밤 호텔 지붕 위에 잠복해 진짜 도둑이 나타나기를 기다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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