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눈 빨갛게 충혈되고 욱신… “피곤해서 그래” 방치했다간

2025-05-20 (화) 12:00:00 안경진 의료전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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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최경식 순천향대서울병원 안과 교수

▶ 흰자 위 벌겋게 보이는 ‘충혈’ 원인 질환은 다양
▶ 단순 눈병으로 여겨 안질환 진단 놓치기도

충혈은 결막 혈관이 확장돼 눈의 흰자위가 벌겋게 보이는 증상이다. 누구나 한 번쯤 겪어봤을 법한 증상이라 눈이 뻑뻑하면서 빨갛게 충혈되더라도 대수롭지 않게 여기기 쉽다. 일반인들은 흔히 눈이 충혈됐을 때 결막염을 의심한다. 결막염은 바이러스, 세균 등 여러 가지 병원균에 감염돼 발생한다. 충혈과 함께 눈곱, 통증, 이물감(눈에 무엇인가 들어있는 느낌), 눈물 등의 증상이 나타난다.

하지만 충혈을 일으키는 원인 질병은 매우 다양하다. 요즘 같은 환절기에는 봄철 꽃가루, 미세먼지 등 각종 알레르기 유발 물질에 의해 눈이 가렵고 충혈되는 증상을 호소하는 이들이 늘어난다. 콘택트렌즈 착용으로 인한 산소 공급 부족도 충혈의 원인이 될 수 있다. 증상을 방치했다가 자칫 시력을 위협받을 수도 있어 주의가 필요하다.

흔히 안압이 높아지는 녹내장과 함께 당뇨망막병증, 황반변성을 '3대 실명질환'이라고 한다. 다소 생소한 명칭의 포도막염도 충혈을 주요 증상으로 동반하고 실명을 초래할 수 있는 안질환이다. 미국 등 선진국에선 전체 실명 환자의 10~15%가 포도막염에 의한 것으로 여겨진다. 한국포도막학회가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매년 인구 10만 명당 10명 이상의 환자가 발생하고 있다.


포도막이란 안구의 중간층을 형성하는 갈색의 구형 구조로 앞쪽의 홍채, 가운데의 섬모체, 뒤쪽의 맥락막으로 구성된다. 포도막염은 본래 이 곳에 생기는 염증을 뜻한다. 결국 포도막의 주변조직인 망막, 유리체와 전방에도 염증이 침범하게 되므로 최근에는 안구에 생기는 모든 염증을 일컫는 용어로 쓰인다. 포도막염이 생기면 충혈과 더불어 시력저하, 시야흐림, 통증, 눈부심, 비문증 등의 증상이 동반될 수 있다. 염증으로 인해 백내장, 녹내장 같은 합병증으로 진행되거나 망막혈관 이상 또는 황반부종, 망막박리 등을 초래하기도 한다. 어린이를 포함해 다양한 연령층에서 발생하기 때문에 각별한 주의가 필요하다.

포도막염은 여러 가지 원인에 의해 발생한다. 크게 세균·바이러스·진균·기생충 등에 의한 감염성 원인과 자가면역질환·종양·외상·수술·전신질환과 연관된 포도막염 등 비감염성 원인으로 나눌 수 있다. 원인이 밝혀지지 않는 특발성인 경우도 있고 드물게는 헤르페스 바이러스의 일종인 거대세포바이러스나 매독균에 감염돼 생기기도 한다.

또한 자가면역질환, 종양 등에 의한 비감염성 포도막염도 발생할 수 있으므로 이러한 전신질환을 갖고 있다면 반드시 정기적인 안과진료가 필요하다.

문제는 포도막염의 대표적인 증상인 충혈을 가벼운 눈병으로 치부해 진단이 늦어질 수 있다는 점이다. 포도막염의 정확한 진단을 위해서는 자세한 병력이 필수적이다. 환자들은 눈의 증상 뿐 아니라 피부나 몸의 이상증상은 물론, 과거에 걸렸던 질환이나 현재 앓고 있는 질병에 대해서도 안과 전문의에게 상세하게 알려줘야 한다. 안과적 검사는 물론 전신 신체검사와 여러 가지 혈액검사, 영상검사가 필요할 수 있으며 경우에 따라서는 내과 등 다른 진료과의 협력도 도움이 된다.

만약 감염이 원인이라면 원인 질병을 치료하는 것이 급선무다. 그러나 감염이 아니라면 안약, 스테로이드 등의 국소치료 외에도 전신적인 스테로이드, 면역억제제 등을 사용해 포도막염을 치료한다.

<안경진 의료전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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