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부국들과 잇단 투자 약정… 일자리 부각
▶ 외국 정부 ‘관세 위기’ 기업 구명 로비
▶ 이해상충 소지도… “더 부유해진 대통령”
▶ 성과는 뻥튀기… 실제 금액 부풀려 자랑

15일 아랍에미레이트(UAE)를 방문한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UAE 대통령으로부터 메달을 받고 있다. [로이터]
중동 순방에 나선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국익을 명분으로 ‘메가딜(초대형 거래)’을 잇달아 성사시켰다는 성과를 자랑하고 있다. 하지만 그 이면에 도사린 것은 사익 추구라는 의심이 제기되고 있다. 특정 회사와 대통령 패밀리가 수혜자로 드러나면서다.
백악관은 트럼프 대통령이 지난 13일 사우디아라비아와 6,000억 달러짜리 협정을 맺은데 이어 14일 중동 순방 두 번째 방문 국가인 카타르와 1조2,000억 달러 가치의 경제 교류를 하기로 합의했다는 발표를 부각시켰다. 미국의 안보 협력과 이들 자원 부국의 ‘오일 머니’가 교환되는 ‘안보·경제 패키지 딜’ 형태다, 백악관은 투자 유치에 따른 미국 내 고용 창출 효과를 특히 강조했다.
그러나 논란거리가 없지 않다. 일단 자국 항공기 제조업체인 보잉을 밀어주겠다는 의도가 노골적이다. 백악관은 트럼프 대통령 방문을 계기로 카타르항공이 미국산 보잉 항공기 210대를 960억 달러에 구매하는 계약이 체결됐다고 전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기록적인 계약”이라며 “보잉에 축하를 보낸다”고 했다. 현장엔 보잉 최고경영자(CEO) 켈리 오트버그가 배석했다.
보잉은 도움이 절실한 처지였다고 CNN방송은 분석했다. 지난해 초 알래스카 항공편 737 맥스9 기종의 비행 중 동체 파손 사고와 같은 해 9월 중순부터 7주 넘게 이어진 3만3,000명 참여 파업의 여파로 그해 보잉의 전년비 항공기 주문·인도량은 급감한 상태였다. 설상가상으로 올해 트럼프 대통령의 고강도 관세 정책 탓에 부품값 등이 올라 항공기 생산 비용이 늘었고, 유럽연합(EU) 등의 보복 관세 대상 명단에도 올랐다.
트럼프 행정부의 보잉 주문 확보 시도는 처음이 아니다. 국가 간 무역 협상에 의제로 집어넣어 최근 영국에도 100억 달러어치 항공기를 팔게 해 줬다. 14일 카타르와의 계약이 체결된 뒤 보잉 주가는 0.6% 뛰었다.
이해상충 소지가 다분하다는 비판도 나온다. 뉴욕타임스(NYT)는 트럼프 일가가 중동 국가들과 6건의 사업을 진행하고 있다고 소개했다. 카타르 정부가 지원하는 고급 빌라와 골프장 건설 프로젝트, 아랍에미리트(UAE)가 투자한 가상화폐 업체 지분 보유 등이 대표적이다. 연방상원 척 슈모 민주당 원내대표는 14일 상원 본회의에서 “미국 외교 정책은 부자 대통령을 더 부유하게 만드는 게 목적이냐. 이번 중동 순방에서 트럼프는 누구의 이익을 위해 일하는 것이냐. 국민이냐, 자신이냐, 자신이 데려간 기업들이냐”고 질문했다.
‘성과 뻥튀기’도 지적됐다. 트럼프 대통령은 카타르항공의 보잉 항공기 구매 계약을 발표하며 “160대를 2,000억 달러에 팔았다”고 자랑했다. 그러나 백악관이 보도 참고자료로 밝힌 계약 규모는 210대에 960억 달러다. 금액이 절반을 밑돈다. 영국 파이낸셜타임스는 “그마저 할인 협상이 일반적이어서 최종 판매가는 정가보다 줄게 마련”이라고 보도했다.
사우디와의 협정 규모 6,000억 달러 역시 과장됐다는 게 NYT 분석이다. 미국 정부가 공개한 사업 계약 총액을 집계하면 백악관 홍보 금액의 절반도 안 되는 2,830억 달러에 불과하다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