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국가유산진흥원, 무형유산 활성화 용역
▶ 20개 취약종목 공예품 4대 궁서 전시 제안
▶ 역사 문헌 등 고증 통해 공예품 제작
▶ “덕수궁엔 황실 공예, 창덕궁엔 선비 공예”

지난해 9월 서울 중구 덕수궁 돈덕전에서 전시 ‘시간을 잇는 손길’이 열리고 있다. [연합뉴스]

지난해 9월 서울 중구 덕수궁 내 덕홍전에 무형유산 작품이 전시되어 있다. [국가유산진흥원 제공]
갓, 한산모시, 매듭 등 전승 위기에 처한 국가무형유산(옛 무형문화재) 공예품을 4대 궁에 전시해 활성화한다는 계획이 나왔다. 국가유산청의 올해 주요 업무 계획 중 하나인 무형유산 계승을 위한 보전 방안의 일환으로 무형유산의 선순환적 전승 체계를 구축할 수 있을지 주목된다. 13일 국가유산청에 따르면 국가유산진흥원은 지난해 12월 연구기관 더랩 씨(책임연구원 박성환)에 의뢰해 '전승취약종목 활성화 사업 연구-중장기 기본계획(안)'을 수립했다. 전통기술 분야 무형유산과 관련한 학술, 현장 경험이 있는 연구원 5명으로 구성된 연구팀은 9개월간 궁궐의 공예품 수요 조사와 공예품의 제작 방향 등을 검토해 4대 궁(경복궁·덕수궁·창덕궁·창경궁) 내부에 무형유산을 제작·설치하는 중장기 계획을 세웠다.
■기술·철학 담긴 공예품…4대 궁 설치본지가 입수한 사업 보고서에 따르면 고사 직전에 몰린 전통기술 20개 분야 전승자의 공예품 233종이 2028년까지 순차적으로 제작돼 궁궐에 설치된다.
국가유산청은 2023년 갓일(갓 만드는 작업), 나주의 샛골나이(나주 샛골의 무명 짜는 일), 낙죽장(대나무 표면을 인두로 지져 무늬를 그리는 장식기법 장인) 등 20개 종목을 국가무형유산 전승취약종목으로 선정한 바 있다.
전승취약종목은 대중성이 낮고 사회적 수요 감소로 전승 단절 위기에 처해 국가가 우선 지원 대상으로 선정한 종목이다.
연구팀은 전승취약종목 전승자들이 만든 주요 공예품 146종 가운데 궁궐별 특성에 맞는 공예품을 추렸다. 대한제국 외교 공관이었던 덕수궁 돈덕전에는 황실 문화를 보여주는 공예품을 전시한다. 궁중 문서를 관리했던 창덕궁 홍문관에는 학문 연구와 관련한 공예품을 배치한다.
왕실 여성의 처소였던 창경궁 집복헌에는 경대, 패물함, 나전주칠문갑 등 육아, 여성 생활과 관련된 공예품이 적절하다고 판단했다. 연구팀 관계자는 “궁궐의 전각별 특성에 맞는 제작 견본을 확정하면 제작자를 선정하게 된다"며 "취약종목 외에 다양한 전통기술과 협업이 가능할 것으로 본다"고 했다.
연구팀은 제작할 공예품을 목록화하기 위해 대한제국 시기 나온 각종 외교 문헌과 기록을 고증했다. 이번 연구를 통해 여러 문헌에 남아있던 조선 후기 공예품 목록을 체계화한 것도 성과다.
1900년 파리만국박람회 출품 공예품을 조사한 정수희 연구자는 “파리만국박람회는 대한제국이 조선 문화를 보여주는 의미 있는 공예품을 선별해 외국에 소개했던 행사"라며 “출품작 117건 중 전승 취약 기술로 제작 가능한 공예품은 25건 정도인데, 이를 돈덕전 아카이브 전시에 활용하면 효과적일 것"이라고 판단했다.
■장인이 만든 전통유산… '오늘의 것' 활성화연구팀은 중장기적으로 제작·구입할 공예품을 233종으로 추산했다. 이들은 “한류 문화의 장으로 떠오른 궁궐의 실제 수요에 근거해 전승취약종목의 새로운 가치와 가능성을 제시한 것"이라며 “궁궐 문화 콘텐츠로 활용되는 공예품의 격을 한 차원 높일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무형유산 전승자가 전통 공예를 대표하는 최고의 장인이자 작가로 자리매김함으로써 무형유산의 현대화와 활성화가 이뤄질 수 있을 것"이라고 기대했다. 어려운 여건 속에서 전통기술을 계승하는 전승자 브랜딩에 긍정적인 효과를 가져올 것이란 설명이다.

국가무형문화유산 ‘두석장’ 보유자 김극천씨의 나비경첩 이층 장롱. [국가유산청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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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효숙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