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英 “美와 역사적 합의, 관세 곧 인하·철폐”…디지털세는 유지

2025-05-08 (목) 11:12: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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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車 27.5→10% 즉시 인하, 철강·알루미늄 0%…총리 “환상적인 날” 자평

▶ 제약은 협상 계속 “미, 영국에 우대 동의”

英 “美와 역사적 합의, 관세 곧 인하·철폐”…디지털세는 유지

연설하는 스타머 총리[로이터]

키어 스타머 영국 총리가 8일 미국과 무역 협상 타결을 발표하면서 미국과 역사적 합의를 이뤘다고 자평했다.

스타머 총리는 이날 잉글랜드 중부의 한 공장을 방문해 미국 정부가 영국산 자동차 관세를 27.5%에서 10%로 낮추고 25%의 철강과 알루미늄 관세는 '제로'(0)로 없애기로 했다고 발표했다.

또 스타머 총리는 이날 양국 간 합의로 발표된 관세 인하는 가능한 한 빨리 발효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우리는 전 세계에 '영국은 비즈니스에 열려 있다'는 메시지를 보내고 있다"며 "미국과 이같은 합의를 이룬 첫 국가로 이는 글로벌 불안정성의 시대에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앞서 스타머 총리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을 비롯한 미 행정부 관료들의 기자회견에 화상 통화로 참여해 "환상적이고 역사적인 날이다. 양국이 긴밀하게 협력해온 역사에 대한 진정한 헌사"라며 "경제 안보는 국가 안보로 귀결된다"고 말했다.

관세가 10%로 낮아지는 자동차는 10만대다. 영국은 지난해 10만여 대, 75억 파운드(약 13조9천억원) 상당을 수출했다. 대미 수출 물량 거의 전체에 관세 인하 효과를 낼 수 있는 셈이다.

영국 정부는 재규어 랜드로버만 한 해에 수억 파운드를 절감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날 발표 직후 미국 수출이 많은 고급차 애스턴 마틴 주가는 전장보다 10% 급등했다. 에이드리언 마델 재규어랜드로버(JLR) 최고경영자(CEO)는 BBC에 이번 합의를 환영한다면서 "빠른 속도로 합의에 이른 양국 정부에 감사하다"고 말했다.

철강의 경우 2023년 기준 영국은 미국에 16만5천t, 약 4억 파운드(약 7천400억원) 상당을 수출했다.

영국 정부는 디지털 서비스 세금은 미국과 이번 무역 합의에 포함되지 않았다고 밝혔다.


그간 영국이 미국과 무역 협상을 벌이면서 구글, 메타, 아마존 같은 빅테크 기업에 대한 디지털 서비스세 감면이 포함될 것이라는 관측이 나왔다.

트럼프 대통령이 디지털 서비스세는 미국 기업에 대한 부당한 규제라며 문제 삼아 왔기 때문이다.

영국 정부는 "그 대신 양국은 미국에 수출하려는 영국 기업의 서류작업을 간소화할 수 있는 디지털 무역 합의를 위해 노력하기로 했다"고 말했다.

영국 정부는 제약 부문에 대한 작업은 앞으로 계속될 것이라면서 "영국이 추가 관세에 대해 '우대'를 받을 것이라는 데 미국이 동의했다"고 밝혔다.

제약은 그동안에도 양국 무역 협상에서 마지막으로 이견이 남은 부문으로 전해져 왔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달 제약 부문에 대한 조사를 지시했고 지난 5일에는 의약품에 대한 품목별 관세 발표를 예고했다.

영국에는 아스트라제네카, GSK 등 대형 제약사가 있으며 지난해 대미 수출은 66억 파운드(약 12조2천억원) 규모다.

양국은 또 쇠고기에 상호 시장 접근을 보장하기로 했다. 영국 농가의 대미 무관세 수출 쿼터는 1만3천t이다.

스타머 총리는 이번 합의로 식품 안전 기준에 변화는 없었다고 강조했다. 그동안 영국이 미국산 염소 세척 닭고기나 호르몬 치료 쇠고기 같은 미국의 식품 생산 기준을 수용할 가능성에 대한 우려가 나왔다.

미국산 에탄올에 대한 19%의 영국 관세는 이번 합의에 따라 철폐된다.

영국 전국농민노조(NFU)의 톰 브래드쇼 위원장은 "영국 쇠고기가 대미 수출 접근을 확보했다"고 평가하면서 "그러나 바이오에탄올이 이번 합의에 포함된 점은 농민들에게 우려할 점으로, 그에 따른 영향을 면밀히 검토하겠다"고 말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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