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선천적 복수국적자 한국 체류 “까다롭네”

2025-05-08 (목) 12:00:00 이창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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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3개월 이상 체류시 한국 여권으로 입국해야

▶ 유학·교환학생 등 “한인들 잘 몰라 주의를”
▶ 90일내 단기 방문시는 미국 여권 사용 가능

선천적 복수국적자가 91일 이상 장기간 한국 체류시 한국 여권을 이용해야 하지만 이를 모르는 한인들이 많아 각별한 주의가 요구된다. 현재 조지메이슨 대학교에 재학 중인 한인 2세 선천적 복수국적자 이모 양은 오는 8월 한국 인천에 위치한 조지 메이슨대 코리아 캠퍼스에서 수학하기 위해 준비 중이었다가 이 같은 사실을 알게 됐다.

이 양은 학교의 해외 수학(Study Abroad) 프로그램에 신청해 지난 4월말 한국에서 공부하는 것을 승인을 받았고, 학교 측으로부터 한국 입국을 위해 단기 비자가 필요하다는 안내와 함께 한국의 선천적 복수국적법을 의미하는 ’Korean Heritage Law’ 관련 항목을 확인하고 필요시 관련 서류를 준비하라는 안내를 받았다고 한다.

부모 중 한 명이 한국 국적인 상태에서 자녀가 미국에 태어난 경우, 해당 자녀는 미국 시민권자도 되지만 한국의 선천적 복수국적법에 따라 자동적으로 한국 국적이 부여된다. 이 경우 90일 이하의 단기 방문 시에는 미국 여권으로 한국에 입국할 수 있으나, 91일 이상 체류하거나 비자가 필요한 경우에는 반드시 한국 국적으로 입국해야 한다.


미국 국적자로 입국하려면 국적이탈 절차를 거쳐야 하고, 별도로 비자도 발급받아야 하므로 상당한 시간(평균 6개월)이 소요되는 것이 현실이다. 문제는 이 양의 수업이 8월말에 시작되기 때문에 이 양이 서류 작업을 위해 가질 수 있는 시간은 최대 3개월이다. 따라서 3개월 이내에 문제를 해결하고 한국을 방문하기 위해서는 출생신고를 마친 후 한국 여권을 발급받는 방법 밖에는 없다.

그런데 선천적 복수국적자에게는 한국 국적이 자동 부여되지만, 한국 여권을 받기 위해서는 관할 영사관에 출생신고를 해야 한다는 번거로운 절차가 있었다. 이 양의 부친은 “아이가 한국에 가서 공부하고 싶다고 해서 기특했는데 영사관에 문의해보니 선천적 복수국적자는 한국 입국 시 반드시 한국 여권을 사용해야 한다는 말을 듣고 깜짝 놀랐다”며 “다행히 빠르게 준비하면 2달 내에 여권을 받을 수 있을 것 같아 바로 5일에 영사관에 다녀왔지만 예약부터 쉽지 않았다”고 말했다.

이씨는 지난 1일 딸아이로부터 한국에 공부하러 가고 싶다는 이야기를 듣고 관련 사항을 확인한 후, 주미한국대사관 웹사이트를 통해 출생신고에 필요한 서류를 확인하고, 재외동포 365 민원포털(www.g4k.go.kr)을 통해 영사관 방문 예약을 진행했다. 그는 “1일 저녁, 재외동포 365 민원포털을 통해 예약을 시도했지만 포털이 제대로 작동하지 않아 결국 2일에 예약을 완료했고 출생증명서의 경우에는 번역본을 요구해 번역 후 서명까지 완료했다”고 말했다.

출생신고에 필요한 서류는 출생신고서, 출생증명서(원본), 출생증명서 한글번역본, 부와 모의 유효한 여권 사본, 유효한 영주권 사본, 미 시민권증서 사본, 부와 모의 혼인을 증명하는 가족관계증명서와 전자적 송부 신청서 등이다. 이씨는 “현재의 선천적 복수국적법은 우리의 자녀들이 한국에 있는 대학에서 공부하는 것을 오히려 방해하고 있어 마치 한쪽에서는 정체성을 강조하면서 다른 한쪽에서는 정체성 교육을 막는 것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고 말했다.

<이창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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