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파국 치닫는 단일화…김문수·한덕수 ‘빈손 회동’에 적전분열

2025-05-08 (목) 10:21: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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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金 “내주 단일화” 제안…권영세 “만약 韓 되면 ‘기호 2번’ 없어져”

▶ 金-韓 2차 담판도 ‘단일화 시기’ 평행선…당 후보 교체 가능성 시사
▶ ‘지도부 단일화 강행’에 당내 비판도…”단일화돼도 감동 떨어져” 우려

파국 치닫는 단일화…김문수·한덕수 ‘빈손 회동’에 적전분열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선 후보에 대항할 카드로 거론됐던 보수 진영의 빅텐트 구축이 파국으로 치닫는 모습이다.

애초 빅텐트 구축의 첫 단추로 꼽히던 국민의힘 김문수 대선 후보와 무소속 한덕수 대선 예비후보의 단일화를 두고 당 지도부, 김 후보, 한 후보가 충돌하면서 파열음이 터져 나오는 것이다.

단일화의 세 축인 당 지도부와 김 후보, 그리고 한 후보가 충돌하는 지점은 '시간'이다. 오는 11일 중앙선거관리위원회 후보 등록이 마감되면 각 후보의 소속 정당과 기호가 확정되기 때문이다.


국민의힘은 8일 김·한 후보를 두고 대선 단일 후보로 누가 더 나은지에 대한 선호도 조사(당원투표 50%·국민여론조사 50%)에 돌입했다. 지도부는 9일 선호도 조사를 마친 뒤 11일까지 후보 단일화 절차를 완료하겠다는 방침이다.

지도부는 이러한 단일화 추진의 이유로 김 후보가 애초 경선 과정에서 '조속한 단일화'를 약속했다는 점을 내세우는데, 이면에는 김 후보가 필승 카드로는 부족하다는 판단이 깔린 것으로도 볼 수 있다. 이번 주가 지나 한 후보로 단일화되더라도 그는 무소속이며, '기호 2번'도 쓸 수 없기 때문이다.

권영세 비상대책위원장은 기자간담회에서 12일 이후 단일화에 대해 "만일 김 후보로 단일화가 된다면 큰 문제가 없겠지만, 무소속 후보로 단일화가 될 경우 국민의힘 기호 2번은 이번 대선에서 없어지게 된다"고 말했다.

권 위원장은 조속한 단일화를 위해 "필요하면 결단도 내릴 수 있다"고 밝혔다. 이번 선호도 조사 결과에 따라 이미 소집한 전당대회에서 후보를 교체할 수 있다는 뜻으로 해석된다.

김 후보는 이날 기자회견을 열어 당의 단일화 로드맵을 거부하면서 "시너지와 검증을 위해 일주일간 각 후보는 선거 운동을 하고 다음 주 수요일에 방송 토론, 목요일과 금요일(16일)에 여론조사를 해서 단일화하자"고 제안했다.

다음주 단일화를 할 수 있는 충분한 시간이 있고, 국민과 당원들이 납득할 수 있는 절차에 따라 단일화가 이뤄져야 한다는 것이 김 후보가 내세우는 주장이다.

시간이 흐를수록 단일화 협상에서 자신의 주도권이 강화되고, 지지율을 끌어올릴 수 있다는 셈법으로도 보인다. 한 후보가 "11일 이전까지 단일화가 되지 않을 경우 본 후보 등록을 하지 않겠다"는 발언대로 후보 등록을 포기하더라도 자신은 단일화의 끈을 놓지 않았다는 명분을 확보해두려는 포석일 수도 있다.


한 후보는 전날 김 후보와의 회담 직전 '후보 등록 포기' 카드로 배수의 진을 친 데 이어, 이날 김 후보를 향해 '단일화 약속'을 지키라고 촉구했다.

이번주 안에 단일화를 통해 국민의힘에 입당하지 않을 경우 무소속 상태로 대선을 뛰어야 하는데, 당의 인적·물적 지원을 받지 못하는 상태에서 자력으로 레이스를 완주하기는 사실상 어렵다는 현실 인식이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김 후보와 한 후보는 오후 국회 사랑재에서 2차 담판을 벌였지만, 단일화 시점으로 16일과 11일을 주장하는 양측의 입장차만 확인됐다.

김 후보가 당 지도부의 전대 소집에 맞서 대선 후보 지위 확인 가처분 신청을 법원에 제기하며 갈등의 골이 깊어지고 있다.

권성동 원내대표와 당 상임고문인 김무성 전 새누리당(국민의힘 전신) 대표, 유준상 전 의원은 조속한 단일화를 촉구하며 이틀째 단식 농성 중이다. 이에 대해 김 후보는 기자들에게 "단식은 이재명(후보)하고 싸우는 단식을 해야지 저하고 싸우는 단식을 해야겠나"라고 꼬집었다.

국민의힘 시도지사협의회는 이날 성명을 내고 "국민과 당원의 간절한 바람은 11일 전에 단일화를 이뤄달라는 것"이라고 밝혔다.

반대로 나경원·윤상현 의원은 지도부가 단일화 추진을 중단하고 김 후보를 후보로 인정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나 의원은 페이스북에서 "후보 강제 교체, 강제 단일화는 정당민주주의 위배, 위헌·위법적 만행으로 더 큰 혼란과 파괴적 결과를 낳을 수 있다"고, 윤 의원은 "지도부의 강제적 단일화는 절차의 정당성 원칙과 당내 민주주의를 무너뜨릴 수 있다"고 비판했다.

이처럼 보수 진영의 빅텐트 구축이 각자의 엇갈린 이해관계 속에 내홍을 거듭하면서 김 후보와 한 후보의 '아름다운 단일화'는커녕, '적전분열'로 귀결될 것이라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보수 성향의 두 후보 단일화만으로도 증폭된 갈등이 국민들에게 피로감을 안겨준 상황에서, 개혁신당 이준석 후보나 새미래민주당 이낙연 상임고문까지 아우르는 빅텐트는 시도조차 하지 못할 가능성도 점점 커지고 있다.

또 당내 경선뿐 아니라 단일화 과정에서 각 주자 사이에 '앙금'이 남으면서 단일 후보에 대한 적극적인 지원보다는 각 지지층의 표가 분산되는 역효과가 나타날 가능성도 있다.

국민의힘 목요상 상임고문은 연합뉴스와 통화에서 "분란을 일으키면 단일화가 된다고 해도 국민들에게 주는 감동이 별로 없지 않겠나"라고 말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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