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금요단상] 인공지능에는 없는 것

2025-05-02 (금) 12:00:00 김인자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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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회에서 운영하는 봄 학기 시니어 클라스에 등록했다. 핸드폰 클라스에서 인공지능 AI에 대해서 배웠다. 아주 기초이겠지만 Gemini가 화면공유, 음성대화와 웹캠공유, 여러 가지 질문에 대한 대답과 안내를 해준다. 이 작은 핸드폰 안에 세계가 들어있다는 말을 실감하게 되었다.

바둑기사 이세돌과 알파고의 게임을 보며 느꼈던 놀라움이 바로 9년 전인데, 그동안 인공지능의 발달이 눈부시다.

80년대 아이들에게 컴퓨터를 사주면서 그 비싼 가격에 놀랐던 기억이 난다. 불과 40년 전인데 그동안에 인공지능은 놀랍게 발달되고 2022년엔 생성형 AI인 ChatGPT가 개발되었다. ChatGPT는 인간들이 입력한 모든 것을 영원히 기억하고 관리해서 인간의 생각까지도 간추려서 해결책을 내놓는 척척박사이며 만능 비서라고 한다. 로봇이 인간을 대체하고 인공지능이 인간을 지배하는 세상이 된다면, 지구상의 80억 인간들의 생활은 얼마나 경이롭게 변할까?


동부의 MIT에는 2020년부터 AI College가 생겼다고 한다. 학생들은 각자 자기전공을 공부했어도 AI를 기저에 깔리게 해서 AI와 접목하게 한다고 한다.

AI가 만능의 척척박사라고해도, 기계에는 마음이 없다. 마음은 행복하고 충만한 삶을 원하기에 삶의 여백이 필요하다. 인공지능이 아닌, 인간다운 마음을 간직한 삶의 여백.

아르헨티나의 호르헤 루이스 보르헤스는 시간이 주제가 된 시 <시학>과 단편 <두 갈래로 갈라지는 오솔길의 정원>의 작가이다. 처음 그의 포스트모던니즘 문학을 접했을 때 역시 우주 속을 거닐 듯 난해했었다.

보르헤스의 시 <시학(詩學)>의 일부…

“시간과 물로 이루어진 강을 보며

시간은 또 하나의 강이라는 것을 기억하는 것,

우리 또한 강처럼 흘러간다는 것과


얼굴들도 물처럼 흐른다는 사실을 아는 것.

깨어있음은 꿈꾸지 않음을 꿈꾸는

또 하나의 꿈이라는 것을 느끼는 것

우리들의 삶이 두려워하는 죽음은, 꿈이라고 부르는,

매일 밤 찾아오는 그 죽음을 느끼는 것.

경이(驚異)에 지친 오디세우스는 멀리서

푸르고 소박한 고향 이타카를 보고

울었다고 한다. 예술은 영원의 푸른

이타카이지, 경이의 이타카가 아니다.

이 시의 오디세우스는 BC 12세기 경 호머가 지은 시 “일리아드 오디세우스”에서 나오는 장군이름이다. 그는 트로이 전쟁이 끝나고 20년 만에 고향인 이타카로 배를 타고 돌아가면서 푸르고 소박한 아타카를 멀리서 보며 울었다고 한다. 이시를 보면서 3천 년 전이나 지금이나 세상이 변해도 우리 인간의 마음은 변하지 않는다는 확신이 든다.

인공지능이 인류를 어디로 데려가도, 마음은 고향인 이타카를 보며 울 수 있다는 곳에서 예술은 우리에게 잔잔한 행복과 희망을 주는 또 다른 우주라고 생각된다.

<김인자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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