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치료기간·의료비 감소에도 의과→한의과 비중 1% 수준
‘의(醫)·한(韓) 협진 사업’이 의료비 절감과 환자들의 높은 만족도에도 불구하고 10년째 시범사업에 머물고 있다. 한의계와 의료계 간 협업 활성화를 위해 도입했지만 의과에서 한의과로의 협진 의뢰 비중이 1%대에 불과할 정도로 의료계가 외면해 본사업으로 확대되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21일 정부에 따르면 보건복지부는 올 2분기 내 의·한 협진 5단계 시범사업을 개시할 계획이지만 아직까지 시범사업 기관을 공모하지 않았을 뿐더러 세부 모형도 공개하지 못하고 있다.
당초 복지부는 올 1분기 중 시범사업 기관을 공모할 때 사업 세부모형도 공개할 방침이었지만 현재까지 소식이 없는 상황이다. 복지부 한 관계자는 “제5차 한의약육성발전종합계획 준비 등 행정적 문제로 늦어지고 있다”며 “5월 말까지는 시범사업 공모를 시작하는 게 목표”라고 설명했다.
의·한 협진 시범사업은 2016년 한의약육성발전종합계획에 따라 의과와 한의과 간 협력을 통해 치료 효과는 높이고 의료비 지출은 줄이자는 목표로 처음 도입됐다. 2022년부터 지난해까지 4단계 시범사업이 진행됐다. 4단계 사업에서는 국공립·민간 의료기관 86곳이 참여해 요통·뇌졸중 등 41개 질환을 대상으로 협진 수가를 적용했다.
시범사업의 효과는 대체로 긍정적이었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의 ‘의·한 협진 4단계 시범사업 성과평가 연구’ 보고서에 따르면 4단계 시범사업 기간 협진 청구건수는 전체 건보 청구건수의 5.5%인 29만1,497건, 환자 수는 전체의 4.3%인 6만3,000여명이었다.
보고서는 분석 결과 “협진을 받은 환자가 개별적으로 진료 받은 환자에 비해 치료기간은 짧아지고 의료비 지출도 적었다”고 분석했다. 특히 요통·요추간판장애, 안면신경마비, 뇌졸중, 견비통에서 절감 효과가 높았다.
하지만 정부는 지난해 12월 건강보험정책심의위원회에서 이 사업을 제도화하는 대신 2027년 말까지 시범사업을 3년 연장하기로 했다. 일반 병의원에서 한방의료기관으로 협진을 의뢰한 건수가 전체의 1.6%에 불과해 성과를 평가할 표본이 부족하다는 이유였다.
대한의사협회는 “협진 효과에 대한 과학적 근거가 부족하다”며 “의과에서 한방의료기관으로 협진 의뢰가 적은 것은 한방치료가 필요 없다고 판단했다는 의미”라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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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준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