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양방 병의원 외면에… ‘의·한 협진’ 10년째 시범사업만

2025-04-23 (수) 12:00:00 박준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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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치료기간·의료비 감소에도 의과→한의과 비중 1% 수준

‘의(醫)·한(韓) 협진 사업’이 의료비 절감과 환자들의 높은 만족도에도 불구하고 10년째 시범사업에 머물고 있다. 한의계와 의료계 간 협업 활성화를 위해 도입했지만 의과에서 한의과로의 협진 의뢰 비중이 1%대에 불과할 정도로 의료계가 외면해 본사업으로 확대되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21일 정부에 따르면 보건복지부는 올 2분기 내 의·한 협진 5단계 시범사업을 개시할 계획이지만 아직까지 시범사업 기관을 공모하지 않았을 뿐더러 세부 모형도 공개하지 못하고 있다.

당초 복지부는 올 1분기 중 시범사업 기관을 공모할 때 사업 세부모형도 공개할 방침이었지만 현재까지 소식이 없는 상황이다. 복지부 한 관계자는 “제5차 한의약육성발전종합계획 준비 등 행정적 문제로 늦어지고 있다”며 “5월 말까지는 시범사업 공모를 시작하는 게 목표”라고 설명했다.


의·한 협진 시범사업은 2016년 한의약육성발전종합계획에 따라 의과와 한의과 간 협력을 통해 치료 효과는 높이고 의료비 지출은 줄이자는 목표로 처음 도입됐다. 2022년부터 지난해까지 4단계 시범사업이 진행됐다. 4단계 사업에서는 국공립·민간 의료기관 86곳이 참여해 요통·뇌졸중 등 41개 질환을 대상으로 협진 수가를 적용했다.

시범사업의 효과는 대체로 긍정적이었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의 ‘의·한 협진 4단계 시범사업 성과평가 연구’ 보고서에 따르면 4단계 시범사업 기간 협진 청구건수는 전체 건보 청구건수의 5.5%인 29만1,497건, 환자 수는 전체의 4.3%인 6만3,000여명이었다.
양방 병의원 외면에… ‘의·한 협진’ 10년째 시범사업만

보고서는 분석 결과 “협진을 받은 환자가 개별적으로 진료 받은 환자에 비해 치료기간은 짧아지고 의료비 지출도 적었다”고 분석했다. 특히 요통·요추간판장애, 안면신경마비, 뇌졸중, 견비통에서 절감 효과가 높았다.

하지만 정부는 지난해 12월 건강보험정책심의위원회에서 이 사업을 제도화하는 대신 2027년 말까지 시범사업을 3년 연장하기로 했다. 일반 병의원에서 한방의료기관으로 협진을 의뢰한 건수가 전체의 1.6%에 불과해 성과를 평가할 표본이 부족하다는 이유였다.

대한의사협회는 “협진 효과에 대한 과학적 근거가 부족하다”며 “의과에서 한방의료기관으로 협진 의뢰가 적은 것은 한방치료가 필요 없다고 판단했다는 의미”라고 주장했다.

<박준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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